메뉴 건너뛰기

close

 추모객들이 마지막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고 있다.
추모객들이 마지막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고 있다. ⓒ 이민우

‘민족통일애국지사 고 한길 권중희 선생 사회장’ 추모식이 19일 저녁 7시 빈소인 강남성모병원 예식실에서 각계 인사와 해외동포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히 진행됐다.

이날 추모식은 평생 가난과 고독으로 외로운 투쟁을 펼친 고인을 추억하며 여느 열사의 추모식보다 더 큰 슬픔 속에 진행됐다.

고 권중희 선생 장례위원회는 특히 3일장을 주장하던 유족을 설득, 마지막 가는 고인의 뜻을 널리 알리기 위해 5일장으로 결정하고, 또한 납골당에 안치할 계획을 바꿔 앞으로 추모행사 등을 고려, 마석 민족민주열사묘역에 안장키로 확정해 어려운 형편을 걱정하는 심정으로 추모식을 진행, 참가자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먼저, 이기형 원로 민족시인이 조시를 발표했다.

이기형 시인은 “위대한 애국자 백범 선생님을 무엄절통하게 시해한 역적 안두희로부터 배후 자백을 받아냈을 때 저희들의 쾌감을 어찌 표현할 수 있으리오”라며 “권중희 선생이야말로 쾌남 중 쾌남이요, 애국자 중 애국자“라고 칭송했다.

이기형 시인은 이어 “엄혹한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의 한 전형을 가르쳐 주었다”며 “그 말씀과 글들은 애국의 봉화요, 구국의 밧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기형 시인은 “이번 대선에서 권중희 선생의 유지를 높이 받들어 친일 친미 외세의존 수구배를 단연 물리치고 진정한 애국 통일 평화 대통령을 뽑을 것”이라며 “최선을 다해 뛰겠다. 우리들 민족 민주 민중 애국진영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호상인 리인수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는 고인 약력 소개를 통해 “2000여 편의 민족자주와 민족정기 구현, 한나라당 등 부패수구세력 척결을 주장하는 글을 집필했다”며 “청춘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평생을 살아왔다”고 밝혔다.

 백기완 장례위원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백기완 장례위원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 이민우

백기완 장례위원장(민족통일연구소장)은 추모사를 통해 “평소 고인은 나를 만나면 ‘백 선생, 죽어야 할 놈은 죽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며 “그 뜻은 다름 아닌 역사의 범죄에는 시효가 없어 기필코 처벌을 해야 한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회고했다.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장은 “선생님께서는 한 평생을 옳음을 지키고 그릇됨을 응징하며 잘못된 과거 청산과 올바른 역사 만들기에 헌신해 오셨다”며 “비록 소수의견 편에 서 있다 해도, 아니 혼자만의 주장이었어도 그것이 정의일 때 결코 물러서거나 외로워하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이어 “상대가 국가권력이든 거대 언론이든, 수구·냉정논리이든 당당하게 맞서 이치와 논리로, 말과 행동으로 겨레의 얼과 미족의 양심으로 옳고 그름을 가려내려 하셨다”며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으시고 정도의 길만을 걸어 오셨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고인이 마지막으로 집필한 ‘최소한의 염치도 양심도 없는 한나라도당은 각오하라!’는 글 가운데 ‘보라! 나라야 망하든 말든, 백성들이야 죽든 말든 정치한다는 자들은 집단이기 내지 개인적 이해득실에만 눈이 뒤집혀 노골적인 대민 우롱 아니면 협박을 하는가 하면, 교육의 탈을 쓴 학원모리배들은 학원을 부정축재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고, 또 신앙의 허울을 쓴 종교모리배들은 치외법권적 특권이라도 주어진 양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온갖 파렴치한 범죄행각 저지르기 경쟁을 하고도 참회는커녕, 도리어 더더욱 악랄하고 교활하게 반사회 반국가적 못된 짓들만 골라 하고 있다’ 부분을 거론 “친일 친미 세력들이 이 나라를 지배하는 것을 개탄하시며 이제라도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 외세 간섭 없는 자주통일을 앞당겨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미국과 일본 등 해외동포들의 조문이 소개됐으며, 특히 스웨덴에 거주하는 림원섭 선생의 부인 이혜자 선생은 먼 길을 한 달음에 달려와 직접 참석, 고인을 추모했다.

해외동포 조문 보내와...림원섭 선생 부인, 스웨덴에서 한 달음에 달려와

이혜자 선생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켜면 권중희 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민족정기구현회가 나온다”며 “우리 조국 남녘땅에서 외세에 의해서 일어나고 있는 엄청난 불의를 질타하는 권중희 스승님의 불호령의 글을 매일 보고, 이 세상 정치, 경제, 역사, 종교, 철학, 군사, 지리까지 꿰뚫는 시원시원한 글을 보고, 정확한 말씀을 읽고 많이 배우며 힘이 생기고 자존심이 생기고 희망이 생겨 뿌듯한 맘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부군의 심정을 대신 밝혔다.

이혜자 선생은 이어 “우리 민족이 통일이 되던 날, 그날에 같이 밤새워 마시며 더덩실 춤추며 팔도강산을 같이 다니자고 하셨던 선생님, 올 10월에 스웨덴 오시겠다고 하신 것을 내년 봄으로 연기하시며 그 때 만나 몇 날 밤을 같이 새우자고 하셨던 선생님”이었다며 “선생님! 이제 저는 같이 춤출 사람도 없다. 밤을 같이 새울 사람도 없다. 우리 삼천리강산을 같이 다닐 사람도 없다. 봄이 오면 오시겠다는 사람도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6.15공동선언실천 일본위원회는 강정구 교수가 대독한 조사를 통해 “민족정기 회복과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하여 한평생을 바쳐 오신 권중희 선생이 별세하셨다는 부고에 접한 우리들은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며 “불굴의 의지로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위하여 한평생 헌신해 오신 권중희 선생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종대 장례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백범 김구선생의 암살 배후와 근거를 찾기 위해 워싱턴 디씨에 있는 미국 국회도서관을 방문하여 자료실을 샅샅이 뒤지던 2004년을 잊지 않고 있다”며 “선생님이 풀지 못한 일들은 살아있는 우리 해내외 동포들이 힘을 합쳐 반드시 이뤄내고 7천만 겨레가 그토록 염원하여 온 자주적 평화통일을 기필코 쟁취하고야 말 것”이라는 미국의 현준기 재미동포전국연합회 상임고문, 유태영 범민련 재미본부 고문, 양은식 6.15공동실천 미국위원회 상임위원장의 조사를 소개했다.

끝으로 고인의 미망인인 김영자 여사는 유족대표 인사를 통해 “힘들고 외로운 투쟁을 하다 가신 고인의 명복을 위해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찾아주신 여러분께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고인도 여러분의 정성에 푸근한 마음으로 웃으며 떠나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빈소에는 광주의 임동규 민족경당 대표, 이세춘 선생, 권오창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상임공동대표, 노수희 전국연합 공동의장, 정해숙 5.18아람동지회 상임공동대표, 박석률 민자통 상임의장, 정범구 창조한국당 최고위원, 표명렬 (가칭)평화재향군인회 상임공동대표, 임통일 변호사,  배강옥 한겨레전국독자주주모임 공동대표 등이 조문을 했으며, 백범선생 기념사업회, 대통합민주신당 오충일 대표, 황의병 민주평통 순천시 협의회장, 서형수 한겨레신문 사장, 돌베개 출판사 한철희 사장 등이 조화를 보내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참말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권중희#인병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