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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21일 공개한 김경준의 친필 메모. (2000년 2월 7일 작성된 것으로 추정)
 한나라당이 21일 공개한 김경준의 친필 메모. (2000년 2월 7일 작성된 것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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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21일 김경준씨가 2000년 2월에 작성했다는 친필 메모와 편지를 공개했다.

이는 김씨의 주장처럼 두 사람이 만난 시점이 99년이 아니라 2000년 초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지만, 메모의 신빙성에 대한 논란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의 고승덕 전략기획팀장이 이날 오후 공개한 '김경준 메모'는 김씨가 2000년 2월 7일 이 후보의 측근 김백준씨를 만난 자리에서 전달한 것이라고 한다.

메모에는 새로운 사업체(LKe뱅크)의 스톡옵션 규정과 인터넷 도메인(ebank-Korea.co.kr, ebank-Korea.com), 이 후보가 초기자본금 20억원을 지급하며 이사회에 김씨 자신과 이 후보 또는 그의 대리인이 참석해야 유효하다는 등의 조항들이 적혀있다.

고승덕 팀장은 "2000년 1월 중순에 김백준과 김경준 사이에 첫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 따르면, 김백준씨가 메모를 전달받은 지 이틀 뒤 김씨가 이 후보에게 이와 유사한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한나라당이 공개한 편지에는 "2월14일쯤 만나서 투자계획을 세우자. 이 후보가 초기 출자를 한 뒤에는 에리카 김이 추가 출자를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고 팀장은 "이 메모와 편지는 두 사람이 수시로 만난 게 아니라 사무실도 따로 쓰고 한달에 한 번 만나기도 어려운 사이였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경준 측 주장대로 99년부터 만나 BBK를 함께 창업했다면 이처럼 격식을 갖춰 편지를 보낼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공개한 메모와 편지에는 두 사람이 2000년 초에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들이 함께 들어있다.

2월7일 메모에 보면 "이명박씨 also wants to be 대표이사"라고 적혀있는데, 이 후보가 김씨에게 이미 자신도 대표이사에 선임되길 원한다는 것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 팀장은 "김경준이 원래 자기만 대표이사를 하려고 했는데 이 후보도 끼워준다는 의미로 쓴 글"이라고만 설명했다.

2월9일 김경준이 이 후보에게 보낸 편지의 제목(Re : Articles of Incorporation and Capitalitzation)도 논란거리다. 한나라당은 이중 'Re:'를 "~에 대하여"(Regarding)로 해석하는데, '답신'(Reply)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후자로 해석할 경우 이 후보가 김경준씨에게 용건이 있어서 먼저 편지를 보냈고, 김씨는 답장을 보낸 것이 된다.

2월 9일 편지에 있는 'Just wanted to update you'라는 구절도 두 사람 사이에 이미 상당 수준의 대화가 오간 게 아니냐는 추정을 낳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김경준이 한국에 남기고 간 편지인데, 왜 그렇게 썼는지는 모른다"고 얼버무리고 있다.

설령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2000년 1월 중순 김백준과 김경준이 처음 접촉하고 2월7일 사업 메모를 교환했다고 해도 2월18일 자본금 20억원의 LKe뱅크를 설립하는 게 가능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김경준은 2월9일 편지에서 이 후보에게 "내일(2월10일) 만나자"고 제안했다. 2월 10일 회동이 순조롭게 이뤄졌다면 이 후보는 8일 뒤 LKe뱅크를 공동 설립한 셈이다. 그러나 사업이라면 잔뼈가 굵은 이 후보가 김씨의 어떤 점을 보고 20억원의 거금을 선뜻 출자했을 지 의문이다.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건설통(이명박)과 금융통(김경준)이 만났으니 (회사를 신속하게 세우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고개를 젓는 이들이 많다. 오히려 2000년 이전에 두 사람 사이에 이미 상당 수준의 교감이 있었기에 2000년 2월 LKe뱅크가 설립된 게 아니냐는 추론이 설득력을 얻는다.

김경준씨가 2000년 2월 9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에게 보냈다는 편지.
 김경준씨가 2000년 2월 9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에게 보냈다는 편지.
ⓒ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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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의 99년 초(김경준이 이 후보와 처음 만났다고 주장하는 시점 - 필자 주) 행적을 설명해줄 사람이 당내에 없는 것도 문제다. 99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이 후보와 '이웃사촌'처럼 친하게 지냈던 홍 위원장은 "내가 미국에 도착한 99년 5월 이후로는 이 후보가 로스앤젤레스에 가거나 김경준 가족이 워싱턴D.C로 온 기억이 없다"고 하면서도 "99년 1~4월에 있었던 일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편, 홍 위원장은 "김경준의 어머니가 23일경 귀국할 것이라는 정보가 있는데, 오늘(21일) 부인 이보라씨처럼 '눈물쇼'를 한다면 우리도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요청한 이 후보의 친필 서명에 대해서도 "정식으로 요청하면 검토는 해보겠지만 후보가 혐의가 있는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다. 검찰에 이미 제출한 서류에도 영문 서명이 많이 있으니 그것과 대조해보면 되지 않겠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태그:#김경준, #이명박, #김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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