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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후보는 끝없이 구애를 했지만, 문국현 후보는 끝내 무심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조계사에서 마주 앉았다. 둘은 불교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것이지만, 관심의 눈길은 정책 토론보다는 후보단일화로 쏠렸다.

 

현재 두 후보는 후보단일화를 위한 공개 토론회 실무팀 접촉을 진행하고 있다. 불교계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무소속의 이회창 후보에게도 참석을 요청했지만, 모두 불참했다. 그래서 공교롭게도 이날 토론회는 '정동영-문국현 단일화 탐색전'처럼 진행됐다.

 

이날 정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끝없이 '애정 공세'를 펼쳤다. 정 후보가 문 후보를 칭찬할 때면 토론회를 지켜본 100여 명의 불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석고대죄를 해야 한다"라는 표현을 써가며 정 후보를 공격했다. 물론 두 후보가 합심하는 경우도 있었다. 바로 이명박, 이회창 두 후보를 공격할 때다.

 

연인 처럼 밀고 당기기를 하는 두 대권 후보를 보며 불자들은 종종 웃음을 터뜨리고 박수를 치는 등 즐거워했다. 흥미로운 건, 두 후보 모두 가톨릭 신자라는 점.

 

정동영 "간절히 만나고 싶었다" - 문국현 "석고대죄 해야"

 

문 후보를 향한 정 후보의 애정 공세를 처음부터 적극적이었다. 먼저 정 후보의 말을 들어보자.

 

"문 후보님의 중기업 중심의 경제 정책에 200% 공감한다. 유한킴벌리는 아주 좋은 회사다. 문 후보님 정말 간절히 만나고 싶었다. 오늘 아침 당에 정책의 공통점, 다른 점을 놓고 문 후보님 쪽과 협상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정 후보는 "부처님의 '가피'(加被. 부처가 자비를 베풀어 중생에게 힘을 준다는 말)로 오늘 자리가 만들어졌다"며 "오늘 토론을 들어보시고 공통점이 많으면 불교계가 단일화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현재까지는 공통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초반부터 정 후보를 멀리 밀어냈다. 문 후보는 "국민은 단일화가 아니라 실정에 대한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듣고 싶어 한다"며 "압도적으로 국회의원 수를 만들어 줬는데 어떻게 이토록 국민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가 있나, 그렇게 하고선 어떻게 또 지지해달라고 말하느냐"며 정 후보를 공격했다.

 

이어 문 후보는 "정말 국민을 생각한다면 석고대죄하고 기득권을 버리고 정권에 대한 야망을 버리라"며 "오죽하면 10년 전 외환위기로 국가 파산 사태를 불러온 원죄를 가진 당의 총재였던 사람이 다시 정치에 나왔겠느냐, 여당이 제대로만 했으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동영 후보는 포기하지 않았다. 정 후보는 "민생 경제의 양극화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데 대해 다시 사과드린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그러나 과거 세력에 나라를 맡길 수 없다, 이번 대선은 지난 5년을 결산하는 선거가 아닌, 앞으로 5년을 내다보는 미래의 청사진에 대한 선거"라고 말했다.

 

 

정동영의 끝없는 '구애', 문국현의 냉랭

 

두 후보가 시종일관 냉랭했던 것은 아니다. 두 후보는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을 비판할 땐 입을 맞춘 듯한 합심의 모습을 보였다.

 

정 후보는 BBK 의혹에 대해 "분명한 것은 이명박 후보가 사기꾼과 동업했다는 것으로,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국민은 뭐가 되느냐"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명박 후보가 사기를 당했든, 공범이든 후보 자격이 없다"며 "(이 후보가 당선되면) 5년 간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 후보는 토론회의 마지막 정리 발언도 "부처님의 뜻"과 "원효대사의 화쟁사상"을 거론하며 문 후보를 향한 구애로 채웠다.

 

"후보단일화의 여망을 앞두고 오늘 문 후보과 공개 토론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생에 억만겁의 인연이 있어서 오늘이 온 것이다. 부처님의 뜻이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청렴도는 전세계에서 43위다. 이걸 10등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문 후보님은 이걸 할 수 있는 분이다. 본디 파도와 바람은 하나다라는 원효대사의 화쟁사상이 지금 필요하다."

 

그러나 문 후보는 "과거 실정에 책임 있는 분은 대통령 후보에서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며 끝내 마음을 열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는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정 후보는 방송사 기자 출신답게 토론에 능숙했다. 반면 문 후보는 발언 시간을 자주 초과하는 등 아직 토론에 미숙한 모습이었다.


태그:#정동영, #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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