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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23일 민주당과의 합당이 무산됐음을 공식선언했다. 지난 12일 자신이 직접 서명한 민주당과의 합당과 후보단일화 약속이 백지화된 것이다.

 

총체적인 위기상황이다. 후보등록 직전인 현재, 한가닥 희소식은 BBK의혹사건으로 이명박 후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 후보는 이날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민주당과의 합당에 최선을 다했으나, 작은 문제를 넘지 못했다"고 합당무산을 인정하면서 "합당을 바란 지지자들과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민주당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어 "국민여러분이 지금 행동하고 움직일 때"라며, "국민의 여론을 한곳으로 모아서 사실상의 단일후보로 정동영을 지원해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과의 합당이 무산되고,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 추진도 성과가 없는 상황의 안타까움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단일후보로 대선출정 실패

 

대체적으로 13~17% 정도의 지지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 후보는 합당 무산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우선 호남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지지층의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 어그러졌다.

 

지지도를 20%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40%대인 호남의 지지도를 80%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다급했다. 그 힘으로 범여권 후보단일화 국면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생각이었다.

 

그가 범여권의 전통적 지지층에게 상징적인 당명인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갖기 위해, 1:1이라는 합당지분을 인정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이 때문에 신당에서는 "정 후보가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내줬다"는 말들이 나왔다.

 

그러나 이 지분문제가 결국 걸림돌이 되면서, 정동영 후보와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제각각 후보등록을 하고 각개약진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이 당세가 현저히 약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이인제 후보는 "1997년에 신한국당에서 탈당했을 때도 버스 한 대로 선거운동하고 다녔다. 올해도 그렇게 하면 된다"며 출정준비를 하고 있다.

 

1, 2%의 낮은 지지율이지만, 대선후보로서의 스피커를 가진 이 후보는 대선 중에 신당의 합당약속파기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것이다.

 

민주당 "정동영이 당 설득할 수 있을까" 의구심 사실로 드러나

 

 

정 후보에게 있어 더 큰 문제는 그의 리더십에 큰 상처가 났다는 점이다. 그가 직접 사인한 계약서가 백지가 된 것이다. 지난 11일 정 후보가 민주당에게 통합과 후보단일화 논의를 공식제안 했을 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상천 대표의 기자간담회를 대변인 브리핑으로 격하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지금까지 물밑에서 논의한 게 있는데 왜 '제의'가 아니라 '논의제안'이냐"는 것이었다. 이미 사전 접촉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합의가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속내는 이랬다. 신당에 계파가 여럿인데, 정 후보의 제안이 지켜질 수 있는지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민주당은 신당에 "확실한 보장을 위해,  당내 논의를 모두 모아 오라"고 요청했다.

 

정 후보가 "확실히 책임진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곧바로 다음날 정동영, 오충일, 이인제, 박상천의 4자회동이 발표됐고, 다음날 합당선언이 나왔다.

 

그러나 곧바로 "의석이 140:8인데 어떻게 지분을 1:1로 나누는 것이냐", "민주당과의 선 합당은 호남고립화이자 영남포기"라는 당내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재협상이 시작됐다. 민주당이 애초 가졌던 의심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정 후보는,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각오로 "전쟁터에 선 장수가 말에서 끌어내려지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목숨 걸고 싸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설득했으나, 소득은 없었다.

 

당내 반발을 수습하는 데도 한계가 나타난 것이다. 심지어 합당무산이 분명해진 22일에도 이해찬 총리가 "주식회사 지분나누기 같은 모습이다", "박상천이 대표를 맡으면 대선에 도움이 안 되는데, 과학적 분석없이 추진했다"고 정 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종합적으로 보면, BBK의혹사건으로 이명박 후보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 후보가 침체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들이다.

 

정 후보쪽은 "노무현 대통령을 찍은 유권자 33%가 이명박 후보에게 가 있는데, 이들은 이회창 후보를 반대했던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이 후보가 흔들리면 결국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이 광범위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미지수다.


태그:#정동영,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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