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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들의 핵심 역할은 무엇일까? 주민대표와 행정감시, 자치입법 활동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자치입법은 의원의 전문성과 활동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 의원들의 자치입법 성과를 평가할 때 빠지지 않는 지표가 의원발의 조례 제정 건수이다.


지난해 7월 새롭게 구성된 천안시의회 5대 의회는 적어도 의원발의 조례 제정 건수에서는 역대 어느 의회와 견주어봐도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기존 의회에서 제정된 의원발의 조례의 대부분은 의회운영과 관련된 내부용 조례였다. 반면 의정활동 1년 6개월이 경과하고 있는 5대 의회의 의원발의 조례는 내부용 뿐만 아니라 시민생활과 밀착한 민생형 조례도 눈에 띈다.


예전보다는 나아진 모습이지만 개선과제도 안고 있다. 양적으로는 의원발의조례가 짧은 시간 증가했지만 정작 조례 제정 후 관련 예산의 편성과 집행이 수반되지 않아 조례 제정의 성과가 반감되고 있는 것.

 

5대 의회 의원발의조례 12건, 117회 정례회에도 5건 상정

 

지난 10월말 현재 5대 의회에서 제정된 의원발의조례는 모두 12건. 5건은 회기나 의회윤리강령 등 내부용 조례에 속한다. 실제 시민생활과 밀접한 민생형 조례 7건은 모두 올해 제정됐다.

 

 천안시의회 본회의 모습.
천안시의회 본회의 모습. ⓒ 윤평호

 

5대 의회 첫 의원발의조례는 지난 3월 김영수 의원과 장기수 의원을 통해 만들어졌다. 두 의원이 각각 의원발의로 제정한 조례는 ‘보행권 확보 및 보행환경 개선에 관한 조례’, ‘보육조례’.


지난 4월에는 전종한 의원의 발의로 ‘친환경농업육성조례’가 제정됐다. 9월에는 ‘거주 외국인 지원 조례’와 ‘천안시가 설치하는 공공시설물의 장애인 등 편의시설 설치사항 사전점검에 관한 조례’가 도병국 의원과 이명근 의원의 발의로 각각 만들어졌다.


의원들의 조례발의는 10월에도 이어졌다. 제115회 임시회에 김종성 의원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조례안’, 도병국 의원은 ‘자전거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을 의원발의로 상정, 무난히 제정됐다.


26일 개회하는 천안시의회 117회 제2차 정례회에도 의원 발의 조례가 여러 건 제출됐다.


의원별 발의 조례안은 유평위 의원 ‘재향군인 예우와 지원에 관한 조례안’, 도병국·박중현 의원 ‘경로당 등의 지원에 관한 조례안’, 유영오 의원 ‘공동구 설치 및 유지관리에 관한 조례안’, 유제국 의원 ‘여성농업인 육성 지원 조례안’, 김동욱 의원 ‘여성농업인 육성 지원 조례안’ 등 모두 5건.


117회 정례회에는 상정되지 않았지만 ‘저소득층 국민건강보험료 지원 조례안’, ‘생활소음저감실천조례안’도 발의를 검토하는 의원들이 있어 의원발의조례 건수는 내년에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의원발의조례, 예산 뒷받침 없는 '종잇장' 조례 전락

 

의원발의조례는 제정됐다고 완결된 것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조례 제정 이후이다. 조례 제정 뒤 그에 걸맞는 집행부의 예산과 사업이 수반되지 않으면 아무리 잘 만들어진 의원발의조례라도 한낱 종잇장에 머무른다.


천안시는 117회 제2차 정례회를 앞두고 내년도 천안시 일반 및 특별회계 예산서를 최근 시의회에 제출했다. 기자는 내년도 시 예산안에 올해 제정된 천안시의회 의원발의조례 7건의 각 사업과 예산이 얼만큼 반영됐는지 살펴봤다.


조사결과 몇몇 의원발의조례는 조례상 규정된 중요사업의 예산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의원발의로 제정된 ‘보행권조례’는 시가 보행환경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보행환경개선위원회를 구성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가 제출한 2008년 본예산안에는 보행환경기본계획 수립이나 보행환경개선위원회 구성에 관한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시는 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서는 2008년에 보행환경 개선 위원회를 구성하고 보행환경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산 없이 사업 추진은 불가능한 일. 본예산에 관련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탓에 용역 수립이나 위원회 구성 등 본격적인 사업 추진은 상당기간 미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조례는 지난 3월 의회를 통과했지만 관련 예산이 수반되지 않아 시행까지는 1년 이상 지체되는 셈이다.

 

 천안시의회 회의 모습.
천안시의회 회의 모습. ⓒ 윤평호

 

의원발의로 제정된 조례의 주요 사업 예산이 내년 시 본예산 편성에서 누락되기는 ‘친환경농업육성조례’나 ‘도시공원 및 녹지조례’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4월 제정된 친환경농업육성조례는 친환경농업육성계획의 수립과 시행을 규정하고 있지만 2008년 천안시 본예산에는 이와 관련한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도시공원 및 녹지조례에 규정된 공원녹지기본계획 수립과 도시공원위원회 설치 예산도 내년 시 본예산 편성에 미반영됐다. 공원녹지기본계획의 경우 실무부서는 내년에 수립하는 것으로 예산을 편성했지만 예산심의부서에서 삭감돼 2009년으로 미뤄졌다.


'자전거이용활성화조례’도 조례상 나열된 자전거이용의 날 지정·운영, 자전거교통안전 체험교육장 설치·운영, 자전거주차장설치 등의 예산이 내년 시 본예산 편성에서 모두 빠졌다.


조례에 규정된 주요 사업의 대부분 예산이 집행부의 본예산에 반영된 의원발의조례도 있다. 거주외국인지원조례는 조례상 열거된 외국인지원자문위원회 설치와 세계인의 날 운영 예산이 모두 내년 시 본예산에 편성됐다.

 

의원발의조례 제정, 시민참여 보장해야
공식적인 입법예고 절차 없어, 일부 조례안은 특정단체 지원 논란

의원발의로 제정된 조례의 주요 사업 예산이 천안시 본예산에 미편성된 까닭은 무엇일까?


의원발의조례 제정 경험이 있는 한 의원은 “수차례 관련 예산의 편성을 요구했지만 집행부의 태도가 소극적”이라며 “의원발의로 조례가 제정된 영역 자체가 집행부는 기피하거나 도외시하는 영역이란 점도 작용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집행부의 무관심이 한몫한다”며 집행부 책임론을 거론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의원들의 분발을 더 주문했다. 정병인 천안·아산경실련 간사는 “사업과 예산이 실행되지 않는 의원발의조례는 공수표와 같다”며 “조례가 사장되지 않도록 의원들의 계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원발의조례가 양적으로 증가하며 제정 절차 및 개별 조례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대두되고 있다.


집행부 발의로 상정되는 조례안들은 일정기간 시 홈페이지 등의 입법예고를 거쳐 의회에 제출된다. 그러나 의원발의조례는 의원들 개별 활동으로만 시민의견이 수렴될 뿐 입법준비단계부터 시민들이 사전에 의원발의조례안을 접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의회차원의 공식 창구가 없다.


김우수 천안YMCA 간사는 “현행대로라면 의원발의조례가 특정 기관이나 단체의 이익을 염두한 손쉬운 입법화 수단으로 사용될 여지도 있다”며 “집행부 조례안과 마찬가지로 의원발의조례안도 의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고와 의견접수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의원발의로 117회 제2차 정례회에 상정된 ‘재향군인 지원 조례안’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향군인 지원 조례안이 재향군인회의 예산 지원을 명문화한 것은 문제라는 입장.


김우수 천안YMCA 간사는 “특정단체의 편중지원을 단속하고 견재해야 할 의회에서 특정단체 지원을 명시한 조례를 발의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재향군인 지원 조례안의 수정 및 폐기를 요구했다.


조례안을 발의한 유평위 의원은 “재향 군인의 사기 양양차원에서 발의한 것일 뿐 특정단체의 편중지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57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의원발의조례#천안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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