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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일부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연 8%를 넘어서며 대출 가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판교 신도시 견본주택 전시장 계약금 대출 상담 현장.
최근 일부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연 8%를 넘어서며 대출 가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판교 신도시 견본주택 전시장 계약금 대출 상담 현장. ⓒ 오마이뉴스 안홍기

 

최근 일부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연 8%를 넘어섰다.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장만한 가정들은 집값 하락에 따른 심리적 부담은 물론 이자 부담 증가로 가처분 소득 또한 줄게 되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담보대출 금리 상승은 지난 8월 9일 국내 기준금리인 콜금리가 연 5%로 인상된 영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은행들이 CD(양도성예금증서)와 은행채 발행을 늘림으로써 조달이자율이 상승한 데 더 큰 이유가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자료의 은행채 발행 추이를 보면 2005년 79조에서 2006년 114조원으로 늘었으며 올해 9월까지만 해도 99조원을 넘어섰다. CD발행총액도 작년 한해 동안 158조원이었으나 올해 9월까지 벌써 164조원을 돌파했다.

 

여전히 중소기업과 서민은 은행의 봉

 

은행채와 CD발행이 늘었다 함은 은행이 대출을 포함한 자금을 운용하기 위한 재원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최근에는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조차 힘든 상황이다. 은행들이 자금부족에 허덕이는 이유는 은행권 저원가 상품인 보통예금과 저축예금 자금들이 증권사 CMA를 비롯한 고금리 상품으로 이동한 탓도 있겠지만 은행권 예적금 자금의 상당부분이 펀드 등 간접투자상품으로 옮겨간 것도 큰 몫을 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은행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인 예대마진에다 유가증권 운용수익과 조달비용 등을 포함한 전체 이자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한 수익성 지표)도 2005년 2.80%에서 2006년 2.61%로 감소하였고 금년 상반기에는 2.47%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은행의 수익성 저하와 자금 부족으로 인한 피해를 중소기업들과 차입자(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받고 있다는 점이다. 자금이 부족하자 은행들은 중소기업들에 대한 여신을 줄이고 있고 조달금리가 상승하자 대출금리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은행들의 실적을 보면 대부분 대형 시중은행들이 조 단위의 순이익을 시현하였다. 그 중 전통적인 이자이익 부분은 크게 증가하지 않은 반면 비이자이익(펀드판매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와 유가증권 관련이익 등) 부문은 전기 대비 98.5%가 증가한 8조 749억원이나 된다. 

 

펀드 수수료는 벌었지만 자금 부족은 심화

 

결국 은행들은 열심히 펀드도 팔고 보험도 팔아서 수수료 수입은 늘렸지만 열심히 판 펀드 덕분에 저원가 상품인 예적금 재원이 펀드로 빠져나가 운용해야 할 자금도 외부에서 조달해야만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막강한 지점망을 이용해서 열심히 펀드와 보험을 판매해 왔다. 그리고 이에 따르는 수수료 수입은 열심히 챙기고 돈이 모자라 외부에서 비싸게 빌리는 자금에 대한 부담은 대출금리를 인상해 소비자에게 전가시킴으로써 자체적인 위험부담은 최소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가 은행들의 CD와 은행채 발행에 제동을 걸고 나선 이유다.

 

은행들도 할 말은 있다. 장기 대출금리를 단기물인 CD금리와 연동시키게 되는 것은 국내 장기채권시장이 제대로 발달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고 저금리 시대에 자금이 간접투자 상품으로 이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기 때문에 펀드 판매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은행들이 이자 마진을 통해 많은 수익을 내고 있으며 비이자이익 분야에서도 단순한 판매수수료 비중만 높아지고 있는 점은 바람직한 수익구조로 보기 어렵다. 이는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자산을 잘 운용해 비이자이익을 늘리는 노력은 게을리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위험에 대한 면역체계를 갖추자

 

결국 은행 대출을 이용하는 소비자들 스스로 자체적인 위험 면역체계를 갖추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대출을 이용해서라도 무리하게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점점 위험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사태에서는 가계 부실과 함께 금융회사 부실이 큰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가계 부실의 책임이 금융회사에 전가되지 않고 가계의 부실로만 끝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규제 덕분(?)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내에서만 대출을 해온 결과 주택시세 대비 담보비율은 충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집값이 폭락하지 않는 한 차입자가 이자를 내지 못하게 되면 은행들은 담보권을 행사하여 원금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는 상태다. (더군다나 국내는 미국과 달리 주택담보 대출이 채권으로 유동화되지 못했다.)

 

반면 대출을 받은 차입자는 금리상승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가 있다. 게다가 현재는 대부분 지역에서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거래도 잘 되지 않는다. 결국 집값 하락에 이자비용 부담, 그리고 각종 세금 부담 등을 감안하면 손에 쥐는 것도 없이 집만 없어질 수도 있다. 

 

대출 이자율이 높아지자 늘어나는 이자 부담을 만회하려고 주식이나 펀드를 부채를 이용하여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주식시장의 단기적인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욕을 부리는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시점이다. 이미 저질러진 손실은 냉정히 받아들이고 다가올 손실을 최소화해야 또 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지혜를 실천해 보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때이다.


#주택담보대출#은행#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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