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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로 예정된 17대 대선은 유례없는 다자구도 속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후보등록 마감일인 26일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 3% 이상을 기준으로 하면, 현재의 판세는 1강(이명박) 2중(이회창-정동영) 2약(문국현-권영길) 구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당에 여론조사를 처음 도입한 '비례대표 4선'의 김종인 의원(민주당)은 "(후보 등록한) 지금 사실상 똑같이 출발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실제로 1위 주자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 의혹 등 아직도 '외생변수'가 산재해 있다.

이제 남은 기간은 23일. 후보들에게는 피를 말리는 긴 시간이지만 국민들이 심사숙고하기에는 짧은, 이 기간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갈린다. 대통령을 꿈꾸는 주자 6인(의석수 5석 이상 혹은 지지율 5% 이상)의 출사표를 들어보았다(6인의 게재 순서는 기호순). [편집자말]
정동영 후보가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전국선대위원장 회의에 참석, 핵심 20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가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전국선대위원장 회의에 참석, 핵심 20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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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54) 후보의 대표 메시지는 '가족이 행복한 나라 좋은 대통령'이다. 신당 선대위의 핵심 조직도 정 후보가 공동위원장을 맡은 '가족행복위원회'다.

‘가족행복’은 경제 이슈를 선점한 이명박 후보의 '국민성공'과 대비된다. '가족행복'의 핵심 요소는 교육과 일자리 창출이다. 교육격차가 일자리 격차를 낳고 소득격차로 이어진다는 현실인식 하에 교육혁명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막겠다는 취지다.

정 후보는 25일 후보 등록후 출정 기자회견 장소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단지로 정했다. 이명박 후보의 '정경유착 경제'와 대비되는 서민·중산층과 '소통의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 후보는 이 자리에서 '이명박식 경제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정동영의 '정통경제'로 대선승리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정동영 후보가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전국선대위원장 회의에 참석, 핵심 20대 공약을 발표하기 앞서 오충일 대표, 정세균 고문, 이해찬 선대위원장 등과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가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전국선대위원장 회의에 참석, 핵심 20대 공약을 발표하기 앞서 오충일 대표, 정세균 고문, 이해찬 선대위원장 등과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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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박태준+김종인-정운찬-진대제-류근관으로 '정치경제 드림팀' 구성

정 후보는 이날 자신의 기자회견문 '정통경제 선언’을 감수한 김종인 의원(민주당, 비례대표 4선)을 "제가 사숙하는 대선배"라며 "(김 의원이) 저를 돕는 경제브레인들과 함께 정동영 경제드림팀을 짤 것"이라고 소개했다.

후보 개인이 아니라 김종인 의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진대제 전 장관, 류근관 서울대 교수 등으로 '경제 드림팀'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밖에도 정 후보측은 '행정의 달인' 고건 전 총리와 '포철 신화'의 주인공 박태준 전 총리의 지원을 더해 정 후보 개인이 아닌 시스템으로 이명박 후보의 경제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계획이다. 97년 당시 DJT(김대중-김종필-박태준) 연합을 연상케 하는 '정치경제 안정 드림팀'이다.

정 후보의 대표 공약은  ▲창조형 중소기업 5만개 육성 ▲한반도 5대 철도망 구축 ▲무상교육 무상보육 대입수능제 폐지를 통한 교육부담 완화 ▲항공우주·로봇·바이오·문화·친환경산업 육성 ▲2억원 이하 '정동영 아파트' 공급 통한 주거 안정이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창조형 중소기업 5만개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대입수능제 폐지를 통한 교육부담 완화가 핵심 공약이다. 정 후보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청와대 벽에 비정규직․청년 실업자 문제를 볼 수 있는 디지털 상황판을 걸겠다"고 말한다.

교육정책은 통과 여부만 판정하는 고교졸업 자격시험을 치를 뿐 대입수능을 폐지하는 것이 골간이다. 정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2008년을 교육혁명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의 해로 선포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을 사교육의 고통에서 완전히 해방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입수능제 폐지를 통해 사교육비 고통에서 해방

이런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할까? 정기남 공보특보는 군복무 시절 구타를 없앤 정 후보의 '부드러운 리더십'을 예로 들며 가능하다고 말한다. 참고로 캠프 내에서도 정 후보의 별명은 '순댕이(순둥이)'다.

정 후보는 유신 때 서울대 재학중 강제 징집당해서 군대를 갔는데, 그 당시는 구타가 만연해 있었고, 그도 많이 맞았다. 그러나 고참병이 됐을 때 그는 구타를 없애기 위해 하루 일과가 끝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축구를 시켰다. 그렇게 같이 부대끼고, 정들게 하면서 구타를 없앴다. 그는 제대하면서 거울을 사서 '인간회복'이라고 써걸어놓고 나왔다. 이렇게 부드럽지만 목표는 이뤄내는 리더십이라는 얘기다. 

김현종 메시지특보는 정 후보의 장점으로 '그레이트 리스너'임을 강조한다. 본디 언론사 기자 출신으로 남의 말을 잘 듣는 편이지만 특히 서민들의 애환과 실생활의 요구를 누구보다 잘 듣고, 자기주장을 강조하기보다는 진솔하게 듣고, 가슴 아파할 수 있는 지도자라는 것이다. 다만 방송기자 출신으로 언변과 화술이 화려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알맹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개성동영'이라는 별명에서 보듯, 정 후보는 통일부장관 시절 개성공단을 건설한 것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낸 것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국전쟁이 끝나던 날인 1953년 7월 27일에 태어난 그는 "평화가 곧 돈이다"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나의 소명"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신당 경선에서 승리하고도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한 실책은 대선 20여일을 앞두고도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참모들이 꼽는 대선승리 최대의 고비도 범여권 후보단일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 이명박-이회창 후보와 맞서는 단일후보가 되느냐 못되느냐 여부다.


태그:#정동영,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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