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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문열씨가 최근 "보수 행태에 환멸을 느낀다"고 말했다.
 소설가 이문열씨가 최근 "보수 행태에 환멸을 느낀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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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내내 이른바 '진보 정권'과 불화해온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작가 이문열(소설가·59)씨가 "지금 보수라는 자들의 행태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며, "내가 저들을 위해 글을 써야 하느냐는 회의(懷疑) 같은 것"이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이문열씨는 현재 머물고 있는 미국 보스턴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씨는 이 인터뷰에서 요사이 한국의 정치상황을 바라보는 견해와 자신의 현재 심경 등을 비교적 소상하게 밝혔다. 

이문열씨는 "지난 20년을 (보수 입장에서) 글 써왔던 것이 반드시 내 삶에서 해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현재 한국 보수세력의 행태에 환멸과 회의를 느낀다고 말했다. 물론 이 말 뒤에 "현실적 손해 때문에 앞으로 이 입장을 더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는 말을 덧붙이기는 했다.

그는 '출판=베스트셀러'라는 등식을 가졌던 자신의 책들이 판매가 부진하고, 문단에서 외톨이가 된 것이 예술적 이유보다는 정치적 이유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정작 내가 분개를 한 것은 문화권력을 장악한 사람들이 고의적으로 나를 소외시켜 버리는 인상, 일반 독자와 나 사이를 차단하고 이간시키려는 징후에 대한 것이다. 일반 독자, 일반 대중들이 나를 소외시킨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는 또 2001년 발생했던 이른바 '이문열 책 장례식'에 대해 서운했던 감정을 "거기에 침묵하는 동료 작가들의 알 수 없는 침묵에 더 상처를 받았다"라는 말로 드러냈다.

또한, "이문열은 과거지향적, 퇴행적, 봉건적"이라는 세간에 지적에 대해서도 "세상에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변하지 않는 것들을 과거라고 말하고 싶지 않고, 이를 '본질'이고 '원리'라고 말하고 싶다"는 나름의 역사의식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 인터뷰를 통해 이문열씨는 2년여에 이르는 미국 체류에 관해 "객관화 같은 거, 거리가 만들어진 건데, 내가 어느 입장에 속해 볼 때와 내가 한발 물러나서 관자(觀者)로서 지켜볼 때와는 다른 것"이라는 소회도 남겼다. 

"앞으로도 새로운 작품을 쓸 수 있을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는 "글을 못 쓰면, 나도, 내 삶도 끝이지 않겠어요?"라는 반문으로 답해 이씨는 여전히 새로운 작품의 구상과 집필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문열씨가 한국을 떠난 지가 2년이 가깝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으로 돌아올 뜻을 완곡하게 밝히며, 그 이유를 "작가로서 내 언어가 없는 곳에서 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이씨는 "내가 나와있는 동안 국내 상황이 개선되고 치유되고 해소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오히려 다른 흐름이 보이고 있으니…, 이회창씨도 나오고, 국내의 소위 보수세력들이 하는 걸 보면 나를 참담하게 만든다, 내가 그 동안 어쨌든 보수 편에 섰던 결과가 '아 이거였어, 이거였어' 하는 느낌이 많이 든다"는 이례적인 말로 한국 보수세력에 대한 실망감을 전했다.

1948년 경상북도 영양에서 태어난 이문열씨는 1979년 소설 <새하곡>으로 문단에 데뷔, <사람의 아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황제를 위하여> <젊은 날의 초상> <삼국지>(평역) 등의 작품을 상재한 소설가. 오늘의 작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을 비롯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호암 예술상 등 수많은 문학상의 수상자이기도 하다.

한편, 그가 보수적 성향을 견지하고 한국의 대표적 보수작가가 된 것은 영국 유학 후 서울대에서 재직하다 월북한 부친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그:#이문열, #보수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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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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