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낮은 지지도로 고심하고 있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출발이 괜찮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27일 새벽 여수시가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장소로 확정되는 순간을 여수시민들과 함께 지켜봤다. 공식선거운동의 첫 출발지로 여수를 택한 것이 적중한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특검법안을 수용한 것도, 그의 어깨를 조금은 가볍게 한다.

 

정 후보는 이날 오전 파주 도라산역에서 '남북평화경제시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행사를 가진 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노 대통령의 특검법안 수용 뉴스에 대해 "환영한다"는 즉석 논평을 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 전에 노 대통령의 특검수용방침에 대해 보고받은 상태였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특검을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서울로 가는 기차안에서 준비된 메모지를 들고 "입법권을 존중한 것으로 당연한 결정"이라며 "신당과 제가 반부패 연석회의를 통해 특검법을 주도했다"고 기쁨을 나타냈다. 이어 "특검 활동을 통해, 통해 우리 사회에 남은 마지막 구조적 부패 카르텔이 깨지게 될 것이고, 그러면 우리 사회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은 부패한 낡은후보와 반부패 투명 후보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향후 5년간 국가청렴도를 5.1 점(세계 43위)에서  10위권인 8점의 청렴국가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이어 "이명박 후보는 죽어도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렴위를 실질적인 호랑이로 만들겠다"

 

노 대통령이 요구한 공수처(공직부패수사처) 설립 문제에 대해서는,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후보는 공수처 문제와 관련해 "검사가 검사를 수사할 수는 없다, 고위공직자 수사를 담당할 독립수사기관이 필요하다"며 "국가 청렴위에 조사권을 부여해 종이호랑이에서 실질적인 호랑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계류중인 정부의 공수처법안은, 공수처를 국가청렴위 산하에 설치하도록 돼 있다.

 

노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했을 경우, '부패대 반부패' 구도에 큰 혼란이 온다는 점에서 정 후보에게는 적지않은 타격이 됐을 것이다. 한 측근은 "거부한다면 농성이라도 해야지"라는 우려를 나타냈었다.

 

한편 정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남한의 최북단 역인 파주 도라산역에서, 공식선거운동의 첫 유세를 벌였다. 한명숙 전 총리, 김효석 원내대표, 문희상·정세균 전 열린우리당 의장, 김형주·유시민·임종석 의원 등 지지자 200여명이 함께 했다. 취재진도 100명 정도 따라붙었다.

 

정 후보는 "한반도 평화경제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하면서 ▲임기 초반에 평화협정체결 ▲남북경제공동체 건설 ▲한반도 5대철도망과 대륙철동 연결의 3대공약을 제시했다.

 

이날 유세에는 탈북자 가수로 유명한 김용씨가 지지연설을 하기도 했다. 김용씨는 "여기 와보니 고향에 절반은 온 느낌이다. 정동영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남은 고향길을 함께 가겠다, 꼭 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 동시 위성생중계... "대통령 되면 청와대 안들어가겠다"

 

정동영 후보는 이어 오후 2시 대전역 광장으로 이동해, 손학규·이해찬·김근태 공동선대위원장과 만나 유세를 했다. 손학규·김근태팀은 광주 5·18묘역에서, 이해찬팀은 부산민주공원에서 유세를 한 뒤 대전으로 집결했다.

 

대전역 광장에는 약 5천명의 시민이 정 후보의 유세를 들었다. 신당 측은 소속의원 100여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저는 25살부터 43살까지 기자를 했는데, 기자는 남의 말 잘 듣고, 핵심을 찍어내는 훈련을 한다"며 "국민여러분의 말씀을 잘 듣고, 핵심이 무엇인지 짚어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평소 연설식 말투가 아닌 대화형태로 유세를 한 정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청와대에 안 들어가겠다"며 "지금 비어있는 각군 참모총장 관사로 출퇴근하면서, 국민들과 울고 웃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또 "애만 낳으면 그 다음은 국가가 책임지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어 이명박 후보를 겨냥해, "좋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좋은 경제를 해야겠다"며 "고소득층이 탈세, 탈루하는 것을 뿌리뽑겠다"고 비판했다. 정 후보는 또 "인정할 것은 인정한다. 고칠 것은 확실히 고치겠다"며 "노무현 정권에서 정동영이 대통령이 되면 정동영 정부로 확실히 바뀌는 것"이라고, 노 대통령과의 선을 그었다.

 

그는 연단에서 부인 민혜경씨, 공동선대위원장들과 함께 로고송인 '사랑해요, 정동영'에 맞춰 가벼운 춤을 추기도 했다.

 

손학규, 김근태, 이해찬, 한명숙 공동선대위원장도 총출동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부인의 (명품 1080만원짜리) 핸드백만 진짜고 나머지는 모두 가짜"라고 맹공을 퍼부으면서, 정동영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대전의 신당관계자들은 충청지역 판세에 대해 "이명박 후보가 앞서고, 이 지역 출신인 이회창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뒤쫗고 있다. 정 후보에게는 호남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들 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정 후보의 대전유세는 무궁화 위성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신당은 LCD 화면과 이동형 위성지국(SNG) 장비를 장착한 차량 270여대 전국 곳곳에 배치해, 정 후보의 유세장면을 생중계했다.

 

대전 유세를 지켜본 신당 관계자들은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스피커 소리도 작고, 2002년 문성근씨처럼 유세장을 휘어잡을 연사도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태그:#정동영, #삼성특검법, #노무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