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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와 '(사)지구촌사랑나눔·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은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교회 난입까지 서슴지 않는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규탄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와 '(사)지구촌사랑나눔·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은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교회 난입까지 서슴지 않는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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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출입국 단속반원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들을 붙잡기 위해 예배당 안까지 들어간 사건이 일어나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 교계와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들은 추수감사절에 행해진 교회 난입 사건을 종교탄압으로 규정하고, 국무총리와 법무부장관의 사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은 지난 2월 출입국여수보호소 화재참사 직후 비난여론에 잠시 주춤하던 이주노동자에 대한 과잉단속이 낳은 예견된 사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8월 경찰관이 한 살 배기 아기와 어머니를 서울출입국보호소에 인계하는 등 반인간적 단속행위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보호를 촉구했다.

"한국 교회에 대한 도전이자 하나님에 대한 모독"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와 '(사)지구촌사랑나눔 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은 27일 오전 11시 종로 5가 기독교회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회 난입까지 서슴지 않는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규탄했다.

이선희(목사) '서울외국인의집/중국동포의집' 소장은 사건 경과보고에서 "25일(일) 발안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에 자리한 '중국인교회'(담임 김해성 목사)에 법무부수원출입국 단속반원들이 들이닥쳐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2명이 중상을 입었다"면서 "체포하기 위한 몸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5명 가량의 출입국 직원들이 신발을 신은 채 교회 안으로 난입했다"고 밝혔다.

이선희 소장은 또한 "선교사가 출입국 직원을 막아서며 '이곳은 교회'라고 외치자 출입국 직원들은 '교회라고 (단속) 못 할 것이 무엇이냐? 꼭 잡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면서 "이주노동자와 선교사 모두 출입국 직원들에게 밀려 제단 앞 십자가 밑에까지 이르는 등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김해성 목사는 규탄발언을 통해 "이번 사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유린만이 아니라 한국교회에 대한 도전이자 하나님에 대한 모독"이라며 "공권력 행사란 미명 아래 행해진 성소침탈과 선교방해를 방치한다면 외국인노동자와 교회들은 설자리가 없을 것"이라며 공동대응을 촉구했다.

이철승(목사)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공동대표는 성명서 낭독을 통해 "정부의 과잉단속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행해지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며 "(이번 사태는)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성과주의 법집행이 낳은 비극"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법무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불법성을 들먹이기에 앞서 자신들의 '반인권성'과 '불법성'을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불법적 성전침탈 사건에 대해 국무총리 사죄 ▲진상조사 후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이주노동자 피해자에게 치료 및 배상 ▲강제단속추방 중지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재외동포법 전면시행 등을 요구했다.

한기총과 KNCC, 종교탄압 항의 및 규탄... 교인들 무기한 농성돌입

이들은 교회난입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교회난입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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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 기독교의 최대 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CCK 한기총)과 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이번 사건을 한국교회에 대한 모독행위라며 항의하며 규탄에 나섰다.

한기총은 27일 법무부에 보낸 항의 공문에서 "기독교인들이 거룩하게 여기는 예배당에, 교회 관계자가 예배당임을 주지시켰음에도 단속반원들이 적절한 절차 없이 구둣발로 난입했다"면서 "결국 2명을 중상에 이르게 한 것은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인권유린이자 한국교회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명백한 모독행위"이라고 규탄했다.

한기총은 또한 교회 난입 사건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강제단속을 주일에 시행할 것인지 여부 ▲단속반원들이 정당한 절차 없이 교회에 난입하여 단속을 시행할 것인지 여부 ▲2010년 재외동포법 균등적용 시행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등에 대한 답변을 30일까지 회신할 것을 요구했다.

KNCC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종교탄압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교회에서 이주노동자가 심각한 중상을 입게 만들었다"며 "한국교회는 사회적 약자를 잘 보호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KNCC는 또 "더 이상 종교탄압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자비한 단속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 소속 이주노동자 및 교인 300여 명은 26일부터 종로5가 기독교회관과 기독교연합회관에 분산돼 무기한 항의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정부당국에 제시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출입국, 교회난입 부인... 자원봉사자 "출입국의 해명은 거짓 주장"

단속을 피해 달아나는 과정에서 중상을 입은 손군생씨가 함께 달아났던 중국인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단속을 피해 달아나는 과정에서 중상을 입은 손군생씨가 함께 달아났던 중국인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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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출입국 관계자는 교회난입과 인권유린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자원봉사자가 수원출입국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박함에 따라 진상조사가 불가피하다.

수원출입국 관계자는 27일 전화통화에서 "매월 2회 시행되는 길거리 주말단속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지 특정단체를 표적한 단속은 아니었다"면서 "십자가도 없어서 교회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일반 상가건물인 줄 알고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추적 중인 불법체류자가 도주했으니 협조해달라고 했지만 교회 관계자가 못 들어간다고 해 10여 분간 실랑이와 대치를 하다가 단속을 중단하고 복귀했다"면서 "멱살잡이나 기물파괴는 없었으며 단속반원들이 신발을 신은 채 들어간 곳은 누구나 신발을 신는 공간으로 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현장에 있던 자원봉사자는 수원출입국 관계자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한국어 자원봉사 교사인 김성식(28)씨는 "단속반원들은 2층 예배당 안으로 구두를 신고 들어왔다"면서 "예배당은 누구나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곳이며, 나를 비롯한 교회 관계자 모두 신발을 벗고 있었다"고 말하면서 수원출입국 관계자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엄격한 법집행자라기보다는 마적처럼 느껴졌다"

중상을 입은 정덕성씨.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정씨는 예배당까지 구두를 신고 들어와 단속한 것에 대해 "도덕성이 결여된 행동"이라고 항의했다.
 중상을 입은 정덕성씨.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정씨는 예배당까지 구두를 신고 들어와 단속한 것에 대해 "도덕성이 결여된 행동"이라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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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중상을 입은 중국인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구로구 가리봉동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 입원해 있다.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이들은 예배당까지 난입한 과잉단속에 대해 분개했다.

정덕성(26·요녕성 단동시)씨는 "저녁 식사준비를 위해 마트에 다녀오려고 밖으로 나갔다가 단속차량을 발견하고 다시 교회로 들어가는데 5명의 단속반원들이 구두를 신은 채 예배당 안까지 쫓아 들어왔다"면서 "선교사님이 수갑을 채우려고 하는 단속반원을 만류하는 틈을 타 3층 옥상으로 달아나 아래로 뛰어내리다 다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씨는 또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으나 잡히지 않으려고 구석진 곳에 1시간 가량 숨어 있었다"면서 "거리에서 단속하는 것은 단속반원들의 권한이지만 예배당까지 구두를 신고 들어온 것은 합법, 불법을 떠나 도덕성이 결여된 행동으로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항의했다.

손군생(39·요녕성 단동시)씨 또한 3층 옥상에서 아래로 뛰어내리다 큰 부상을 당했지만 단속반에 잡히지 않으려고 2시간 가량 숨어있었다고 밝혔다.

발암 중국인교회 성도라고 밝힌 손씨는 "인권을 무시한 단속방법도 문제지만 신성한 예배당을 마구 난입한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당시 단속반은 엄격한 법 집행자라기보다는 마치, 마적단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손씨는 두 다리에 복합골절이 발생하고 허리에도 부상을 입어 중상인 상태로 수술을 기다리고 있으며, 정씨는 팔과 다리에 골절을 입어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 소속 이주노동자 및 교인 300여명은 26일부터 종로5가 기독교회관과 기독교연합회관에 분산돼 무기한 항의농성에 돌입했다.
 '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 소속 이주노동자 및 교인 300여명은 26일부터 종로5가 기독교회관과 기독교연합회관에 분산돼 무기한 항의농성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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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종교탄압, #불법체류자, #항의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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