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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주택 모형은 소형주택으로 교육용으로 제작되었다. 나는 이 모델을 확장하여 내가 지으려는 목조주택의 모델로 사용하려고 했다.
▲ 내가 지리산에 지으려는 목조주택 모델 목조주택 모형은 소형주택으로 교육용으로 제작되었다. 나는 이 모델을 확장하여 내가 지으려는 목조주택의 모델로 사용하려고 했다.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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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집사람과 30년이 넘게 살아오면서 집사람의 남다른 센스를 자주 느낀다. 그리고 그 정도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뛰어난다는 사실도 여러 번 실감했다. 집사람은 계룡산 자락의 전원주택으로 이사 오자마자 전문목수들이 만든 데크를 나를 앞세워 몇 번이나 뜯어고쳤다.

이때 집사람은 마스터빌더(도목수), 나는 빌더(평목수)로 자연스럽게 담당업무가 결정되었다. 데크의 일부분이 썩어 내려앉았을 때 450만원 견적금액이 과한 탓도 있었지만 집사람은 이참에 자기가 원한 자재와 스타일로 데크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모양이다. 제재소로 달려가서 목재를 켜오고 나를 앞장세워 목재공구상점으로 가서 컴프레서, 타카, 원형톱 등 데크 설치에 필요한 공구 일체를 구입하였다.

나와 집사람은 나의 근무시간이 아닌 이른 아침과 저녁 시간을 이용해 매서운 초봄 추위와 싸워가며 데크를 만들었다. 시공 후 봄∙가을로 오일스테인을 칠한 덕인지 7년이 지난 지금도 아주 튼튼하고 만족스럽다. 하나 서운한 점이 있다면 시공 당시 자신이 없어 싸구려 외국소나무를 젖은 채 사용한 것이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목재가 휘어지고 옹이가 빠지는 하자가 여러 곳에서 발생하였다.

이런 하자를 볼 때마다 자재를 조금 신중하게 선택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일어난다. 이러한 아쉬움은 자연스럽게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은 욕구로 나의 가슴 한곳에 자리잡았다.

지리산 집터를 구입하고 굴착기와 덤프트럭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거의 날마다 나와 집사람의 실랑이가 끊이질 않았다. 인터넷으로 구입한 공구들이 집에 배달될 때마다 나는 집사람에게 공구의 용도를 자세히 설명해야 했다. 가끔 집사람과 의견이 충돌되어 배달된 공구상자가 마당으로 내팽개쳐지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3마력짜리 집진기가 배송됐을 때는 상당히 심각한 상태까지 밀려갔다. 나는 틈틈이 필요한 공구를 구입하고 공구의 사용방법을 익혔다. 구입해야 할 공구의 목록은 목조주택 실무 책에서 권하는 내용을 참고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나와 집사람은 추석 연휴부터 지리산으로 내려가서 집터를 만들고 오두막을 짓는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7월 초에 세웠다. 이제 집사람과 나의 대화 내용은 원천적인 문제를 떠나 구체적인 일정과 추진방법에 관한 내용으로 바뀌었다.

3년 동안 정든 승용차 오피러스를 팔아 4륜구동 봉고 덤프트럭과 굴착기를 구입할 계획을 세웠다. 승용차는 최초 구입가격의 절반도 못 받았다. 정비소 A/S 기사는 내가 구입한 중고트럭이 사고차량이며 4륜구동 장치도 고장이라고 했다.

고장 난 중고트럭을 대리운전 기사를 고용해 되돌려 보내고 대금을 힘겹게 돌려받았다. 바로 기아자동차 대리점으로 가서 1톤 덤프트럭을 구입했다. 가격으로 따지면 오피러스와 맞바꾼 셈이 됐다.

굴착기는 농장에서 가끔 사용할 예정이라 퇴출 직전이나 이후의 것을 구입하려고 했다. 그러나 폐차 직전의 굴착기는 잔 고장 때문에 운영비가 너무 많이 소요된단다. 상당한 고민 끝에 굴착기도 오래된 차를 피하고 출고 후 5년이 지난 제법 멀쩡하게 생긴 것을 신차 절반가격에 구입하였다.

구입한 굴착기를 계룡산 집 앞으로 옮겨와 밭주인에게 임대료 5만원을 지불하고 앞 동네 굴착기 기사를 선생님으로 초빙하여 1회 방문 시 1만원 수업료를 내고 수업을 시작했다. 한 달 정도 아침저녁으로 굴착기 작업연습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하드웨어가 어느 정도 갖춰졌다. 다음은 주택을 짓기 위한 기술을 습득하는 단계이다. 흙집과 목조주택 중 하나를 택하기 위해 흙집 짓는 책과 목조주택 짓는 책을 서점에 들러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골라 구입하였으며 그 내용을 이해하도록 밑줄을 쳐가며 두 번, 세 번씩 정성들여 읽었다.

목조주택 실무에 관해 공부하다가 경기도 광주시에 목조주택 강의가 개설되어 한 달 동안 주말 2일씩 8일간에 걸쳐 목조주택을 짓는 교육을 한다는 정보를 얻게 됐다. 집사람은 청강생으로 참석해도 좋다는 동의를 얻은 후 수강료 48만원을 송금하고 4주 8일간 목조주택 짓는 수업에 집사람과 같이 참석하였다.

매주 토요일 아침 6시 이전에 집에서 출발하여 일요일 저녁 8시가 넘어야 귀가하는 고달픈 여정이었다. 최 강사의 강의를 수료하자 목조주택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모형주택을 사전에 만들어 보기로 하고 모형주택 재료구입비 10만원을 지불하고 레벨2의 모형주택 재료를 사가지고 돌아왔다.

모형주택은 실제 집 크기를 1/16로 축소하여 지붕공사를 포함한 골조공사 과정을 모형으로 만드는 것이다. 톱을 대신하여 칼을 사용하고 못을 대신하여 순간접착제를 사용한다. 모형의 1mm 오차는 실제로 1.6cm에 해당한다. 모형주택 제작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고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목조주택 교육은 실습과 병행하여 진행된다. 모델은 조립의 난이도에 따라 등급이 정해지며 이 모델은 레벨 3이다.
▲ 목조주택 교육 실습시간에 만든 모델 목조주택 교육은 실습과 병행하여 진행된다. 모델은 조립의 난이도에 따라 등급이 정해지며 이 모델은 레벨 3이다.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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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고생하면서 배운 대로 모형주택을 만들다 보니 욕심이 생긴다. 집사람 생각도 나와 같다. '기왕에 짓는 집이라면 조금 넓게 지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모델의 중앙을 십자로 갈라 좌우로 6피트씩 늘려서 확장 변형모델을 제작하였다. 제법 공간의 여유가 생긴 것까지는 좋았으나 시공상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모형 목조주택을 완성하고 최 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만든 모형대로 설계도를 그리고 자재를 산출하고 시공상의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자문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모형을 가지고 자기가 일하고 있는 청주현장으로 오란다. 나는 퇴근하자마자 집사람과 함께 청주로 스승을 찾아 구도의 길에 올랐다.

청주현장까지 찾아간 최 강사는 목조주택 모형대로 집을 지을 수 없다며 다른 나의 요구까지 거절했다. 깊은 실망감에 어찌해야 할지 자신을 주체하기 힘들다. 집사람의 격려를 받으며 대전으로 돌아왔다. 이제 지리산으로 내려가기로 한 날도 멀지 않다. 여기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만감이 교차하며 매우 혼란스러워진다.


태그:#목수, #목조주택 , #오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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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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