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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셈을 잘하게 되었어요.”
“저는 노래를 잘 부르게 되었어요.”
“저는 글을 잘 쓰게 되었어요.”
“저는 말을 잘할 수 있게 되었어요.”

 

2학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1학년 때와 달라진 것에 대해서 써보라고 하였다. 열다섯 명의 어린이들은 저마다 열심히 공부한 결과에 대해서 자신 있게 표현하고 있었다. 당당한 표정으로 더 잘하게 된 것을 말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1년 동안 어린이들이 많이 배웠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니, 가슴이 뿌듯하다.

 

교육의 성과는 단기간에는 알 수가 없다고 한다. 교육의 성패는 10년 아니 20년 뒤에 가보아야 알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 말에도 합리성은 있고 타당성도 가지고 있다. 어린이들의 능력이란 어느 날 갑자기 신장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시나브로 발전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의 성과를 평가할 때 기존의 이런 학설에 따라 안이하게 대처할 수만은 없다.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시대 상황에 맞는 평가 기법을 도입해야 할 때다. 사회 과학의 발달로 인해 성과를 평가하는 기법도 발전하고 있다. MBO 기법 등 다양한 평가 방법을 동원하여 1 년 동안의 교육성과를 측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평가가 바르게 이루어져야 발전할 수 있다. 교육은 흐르는 물처럼 순환되기 때문이다. 정체되어 있으면 필연적으로 부패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흐르는 물은 절대로 썩지 않는다. 그것은 지속적은 환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교육의 결과가 피드백됨으로써 자극을 주게 되고 이에 따른 보완 노력이 계속될 수 있다.

 

1년 동안의 교육의 성과를 평가하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어린이들의 특성과 교육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현실을 무시한 평가는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현실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도입하여 평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에 대한 평가 방법도 다양하다. 시험지를 통한 평가할 수 있는 방법도 있고 수행 평가를 통해서 학력 신장의 정도를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평가 방법은 아무대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학습에 대한 평가는 이루어질 수 있지만, 인성의 발달 정도나 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는 아무래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의 교육 정도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어린이들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가르치는 교사의 입장에서 어린이를 평가하는 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린이 스스로 자신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효율적일 것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었다.

 

[1학년 때 할 수 없었던 일을 2학년 공부를 마치고 잘할 수 있게 된 것을 써 보세요.]

 

평가 문항이다. 스스로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평가다. 자신의 능력을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이 평가하는 방법이다. 학습의 주체는 어린이 자신이다. 가르치는 선생님도 중요하지만, 학습을 실천하는 어린이 자신의 생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이 얼마나 잘하고 스스로 평가함으로써 3학년이 되어서 더 잘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는 책상에 낙서를 하지 않게 되었어요.”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학습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었다. 1학년 때 하지 못한 일을 2학년 공부를 통해서 잘하게 된 내용을 기술하고 있었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였으니, 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준섭이가 쓴 내용은 선생님을 감동시켰다. 준섭이의 영혼과 나의 마음이 서로 공명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준섭이는 1학기 내내 책상에다 낙서를 하였다.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책상에 빈공간을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여서 하지 못하도록 지도하였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결국 지칠 수밖에 없었다. 거의 포기 상태에 있었다. 더는 방법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체념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 스스로 안 쓴다고 하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따개비 시나브로 발전하는 어린이를 닮은
따개비시나브로 발전하는 어린이를 닮은 ⓒ 정기상

바닷가에 따개비가 생각난다. 바위에 따닥따닥 붙어서 살아가는 생명체다. 바닷물이 들어오면 입을 열고 먹이를 섭취하고 썰물이 되면 입을 굳게 다물어버린다. 변화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들도 성장하고 자라는 것이다. 준섭이가 책상에 낙서를 하지 않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알지 못하는 사이에 배우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교육이란 멀고도 험한 여정이다. 따개비는 전혀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시나브로 배우면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준섭이도 따개비처럼 교육의 힘으로 변화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니, 그렇게 반갑고 고마울 수가 없다. 어린이들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교사에게 큰 보람은 없다. 준섭이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교육#발전#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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