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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씨 측에서 제출한 '이면계약서 원본'의 진위 판명이 'BBK 의혹'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24일 오후 원본에 나온 서명 및 인감도장을 감정할 서초동 대검찰청 문서감정실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검찰은 이날 취재진의 요청으로 감정실 외부를 공개했다.
 김경준씨 측에서 제출한 '이면계약서 원본'의 진위 판명이 'BBK 의혹'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24일 오후 원본에 나온 서명 및 인감도장을 감정할 서초동 대검찰청 문서감정실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검찰은 이날 취재진의 요청으로 감정실 외부를 공개했다.
ⓒ 연합뉴스 이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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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김경준 가족이 제출한 '한글계약서' 감정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2000년 2월21일 계약서 작성 당시 BBK 투자자문의 실소유주가 누구였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경준씨가 제시한 4종의 계약서들을 분석하면,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투자자문의 주식 61만주를 김씨에게 49억9999만5000원에 매도한다는 내용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고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쳐 1년 뒤 이 후보에게 정확히 같은 액수의 돈이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 돈에 대해 "이 후보가 EBK증권중개의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 A.M 파파스에 LKe뱅크의 지분을 팔고 받은 대금"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계약서가 작성될 당시 투자자문의 소유주는 이캐피탈이었다"며 "그런데도 이 후보가 투자자문의 주식을 팔았다면 가지고 있지도 않은 주식을 팔았다는 얘기"라고 김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명박 선거대책위 종합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정종복 의원은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2000년 2월 21일 현재 투자자문의 지분은 이캐피탈(대표이사 : 홍종국)이 99.35%(30억원), BBK 캐피탈 파트너스가 0.65%(5000만원)를 소유하고 있었다"며 "주식을 매도하려면 위 두 회사가 매도인으로 매매계약서가 체결되어야 하고 이 후보는 거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 같은 주장은 자신들이 앞서 제시한 자료와도 거리가 있다.

우선 BBK라는 이름을 가진 회사가 둘(BBK 투자자문, BBK 캐피탈 파트너스)이 존재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지금부터는 두 회사를 각각 '투자자문'과 '파트너스'라고 부르기로 한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24일 의원총회에서 참석자들에게 'BBK 관련자료'를 배포했다. 이날 의총은 '자이툰 파병 연장'에 대한 당론을 모으기 위한 자리였지만, BBK 사건을 잘 모르는 의원들을 '교육'시키기 위한 목적도 없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자료 속에 투자자문의 주식변동상황 명세서 2부를 끼워 넣었다. 99년 9월 투자자문이 금감원에 제출한 서류에는 이캐피탈이 투자자문의 주식을 60만주(98.36%) 보유한 것으로 되어있고, 이듬해 3월 서울 삼성세무서에 제출된 서류에는 '외국투자자' 파트너스가 57만9500주(95%)를 보유해 1대 주주로 등재되어 있다.

김경준씨의 한글계약서가 작성되던 시기에 투자자문의 대주주에 변동이 있었는데, 한나라당은 미처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셈이다.

이캐피탈의 대표이사였던 홍모씨는 "99년 9월말에는 이캐피탈이 60만 주를 보유했지만 같은 해 10~11월경 30만 주를 (김경준에) 매각하고 이듬해 2월말 30만 주를 다시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경준씨가 파트너스의 실소유주라고 해도 그에게 이캐피탈의 지분을 인수할 만큼의 자금력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김씨는 지금 "BBK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후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캐피탈의 지분을 흡수한 파트너스의 실소유주는 이 후보였고 이 후보의 BBK 지분이 LKe뱅크로 넘어갔다는 얘기인데, 파트너스의 본사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있기 때문에 실소유주를 추적하기가 쉽지가 않다. 물론, 김씨가 처음부터 불순한 목적으로 파트너스를 설립했고 자신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이 후보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경준 가족이 23일 공개한 '한글 주식매매계약서'의 일부분.

한편, "김씨가 공개한 한글계약서에 계약자들의 서명 없이 도장만 찍혀있고 이 후보가 당시 사용하던 인감도장이 아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도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의 투자자문사 대표는 "주식매매계약서를 체결하고도 매수자가 마음이 바뀌거나 돈을 마련하지 않아 계약서가 휴지조각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주식매매계약서는 이행과정이 있어야 효력이 생기기 때문에 간인이나 인감·서명을 일일이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감이 아니라 막도장으로 만든 계약서"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금감위에 각종 보고서를 보낼 일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류마다 반드시 인감을 찍어서 보내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이 후보도 26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도장의 문제가 아니라 없는 서류를 만들었다. 서류 자체가 가짜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얘기할 게 없다"며 도장의 진위 공방에서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태그:#김경준,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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