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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얀 흙먼지가 눈앞에 아른거리고 부드러운 흙냄새가 코로 스미는 도예실 안에서 내가 발견했던 건 선반 위에 즐비된 흔한 도자기 그릇이 아니라, 붉은 흙으로 빚은 도자기 얼굴이었다.

 

도예실에는 창문으로 햇살이 드문드문 비치고 있었다. 붉은 흙으로 빚은 도자기 얼굴을 보고 있자니 문득, 누구를 생각하면서 정성스레 빚은 걸까 하고 궁금해졌다. 분명 얼굴의 주인공은 만든 사람에게 소중한 사람일테지.

 

어딘가에서 보았던 글 중에 도예를 하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라고 했다. 마음의 생각이 자신의 작품에 그대로 반영이 되기 때문에 아름다운 도자기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음을 다스리고, 가라앉히는 일이 가장 먼저,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도자기 얼굴을 빚을 때, 만들던 사람의 마음은 그 순간, 평온하고 따뜻하지 않았을까.

 

영산성지고등학교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서로를 단순히 친구 관계가 아닌, 더불어 사는, 함께 돌보며 살아가는 사람으로 여긴다는 느낌이 든다. 세대라고 불리는 기숙사 생활 때문일까. 선생님이든 학생이든 각자의 마음 속에 서로에 대한 끈끈한 가족애를 갖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느낌은 나에게 굉장히 신선하고 강하게 다가와서, 지금도 영산성지고등학교를 떠올리면 돌봄 생활이 가장 나에게 인상적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다.

 


#하자센터#10대#대안학교#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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