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충청권 발전을 위해 인구 50만 규모로 만들겠다던 '국제과학비즈니스 도시 건설 공약'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 후보는 충청권에 올 때마다 이를 언급하고 있지만 그때그때 내용이 바뀌어 혼란을 주고 있다. 올해 이 후보의 관련 공약을 시간 순으로 짚어보면 이렇다. [4월 3일] "국제과학비즈니스 도시 만들겠다" "기초과학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연구와 비즈니스가 연결돼야 한다, 과학연구와 기업이 연결되는 국제과학비즈니스 도시를 만들어 한반도대운하와 함께 한국의 미래성장을 주도할 쌍둥이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대전 엑스포과학공원에서 열린 '국제과학비즈니스도시 포럼'강연에서) [9월 12일] "과학도시는 대덕이나 오송과 다르다" "행정도시 하나만으로는 자족도시가 될 수 없고, 생산기능이 함께 있어야 한다. 대덕과 오송을 연계해 충청권에 국제과학비즈니스 도시를 건설하겠다. 과학도시는 많이 걸려야 5년, 짧으면 3년이면 충분히 건설이 가능하다.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다."(목원대학교에서 대학생들과 타운미팅을 가진 뒤, 지역기자들과 간담회에서) "과학도시는 대덕이나 오송과는 다르다, 대덕이나 오송이 과학도시로 인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과학도시가 행정도시와 중복된 투자가 아니라 행정도시는 계획대로 해 나가갈 것이다."(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행정도시가 있는데 또 다시 인구 50만 규모의 도시를 만들면 이중투자 아니냐'는 질문에 답하며) [10월 27일] "대덕단지와 과학도시는 상생할 것"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음 정부에서 대덕단지는 제2의 중흥기를 맞을 것이다. 대덕단지와 과학도시는 상충되지 않을 것이다. 시너지 효과가 나오도록 상생할 것이다." (대전과학고등학교에서 열린 '과학기술인들과의 타운미팅'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 도시 건설을 두고 대덕단지 연구원들이 우려하고 있다, 그 도시에 대덕단지가 포함되는 것인지 설명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정리해 보면, 이 후보가 말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도시'는 인구 50만 규모로 충청권에 건설하며, 대덕연구단지와 행정도시와 중복되지 않는 별도의 도시로 받아 들여졌다.
[11월 28일] 독립 도시는 아니다?
후보등록을 마친 이 후보는 또 다시 행정도시건설청을 방문, 기자회견을 통해 '충청권 발전 구상안'을 내놓았다. 회견장에 일찍 도착한 기자는 한나라당이 마련한 '충청권 발전 구상안' 설명판에 눈길이 쏠렸다. 이 설명판에는 세종시와 대전(대덕특구)을 묶은 뒤 거기에 '국제과학기업도시 기능을 접목'한다는 내용이 표시돼 있었다. 표현 그대로라면, 별도의 50만 도시를 만드는 게 아니라 대전과 세종시에 과학도시기능을 부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이 후보가 도착해 브리핑을 시작할 때는 '국제과학기업도시 기능 접목'이라는 표시가 '국제과학기업벨트 조성'이라는 문구로 바뀌어 있었다. 급하게 흰색 종이로 덧댄 것. 바뀐 표현대로라면 50만 규모의 과학도시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어느 것이 맞는 것일까? 질문에 대한 이 후보의 설명은 이렇다. "행정도시가 제대로 되려면 현 기능에 또 다른 기능을 더해야 한다. 대전충남에는 대덕연구단지가 있고, 세종시가 있다. 또 도청 소재지인 홍성이 있고, 또 태안기업도시도 있다. 이것들이 연계된 산업벨트가 되면 자족도시가 가능하다. 과학도시는 기존의 대덕단지에 있는 연구소와는 다른 원천기술을 만들어 내고, 미래 20-30년 후에 한국이 먹고살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대덕단지를 더 살리면서 세종시와의 벨트에 그 기능을 넣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명실 공히 충남이 기술의 본산이 될 것이다. 기능을 바꾸는 게 아니고, 현 기능에서 더 넣겠다는 것이다." '별도의 도시를 만들겠다던 당초 공약을 접은 것이냐'는 질문이 다시 이어졌다. "과학기술도시를 현재 어느 위치에 어떻게 하겠다고 지적할 수는 없다. 이 벨트 상에서 그 기능이 들어온다는 것을 표시하고 있다. 이것이 어느 특정지역에 들어온다고 하는 것은 앞으로 대전과 충남도와 세종시와 협의하면서 해야 할 것이다." '세종시 옆에 추가도시를 만들겠다는 얘기냐'는 추가 질문이 계속됐다. "세종시 옆이 되든 세종시를 걸치든 대덕에 걸치든, 그 위치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씀드리지 않는데 대덕과 세종과 관련된 그 지역에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기능이 들어온다는 것이 도시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도시라는 개념이 기능과 동일시된다고 보면 될 것이다." 당초 50만 도시를 별도로 건설한다고 했다가 행정도시에 과학도시 기능만 넣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 또한 여전히 명쾌하지 않다. 대덕단지와 세종시 사이에 보충성격의 도시를 만들겠다고 부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보강도시의 위치와 규모, 실현 가능성 등은 오리무중이다. 대선 공약이 1년 사이에 몇 번씩 바뀐 것을 지적하고자 함이 아니다. 공약을 바꾸고서도 그 이유와 내용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는 태도를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후보가 다음 번 충청지역을 방문할 때는 '국제과학비즈니스 도시'에 대한 정리된 명확한 입장을 내놓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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