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킬러를 자임하고 나선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덕택에 수입차의 헤드램프가 좋아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 도입할 수 없었던 첨단 기술이 적용된 옵션들을 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도로 상황과 자동차의 주행 조건에 맞춰 작동하는 첨단 기술이 적용된 헤드램프는 그동안 국내에선 사용불가였다. 안전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마주오는 자동차 운전자의 시야에 영향을 줘 안전운전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동안 이를 금지해온 이유다.
하지만 건설교통부는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출시를 앞두고 돌연 ‘조명가변형 전조등에 관한 기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동안 국내 도입이 금지됐던 액티브 바이 제논 라이트를 허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조명가변형전조등(AFS)이란 도로조건 및 조향조건(도로곡률, 속도, 조향각도 등)에 따라 최적 조명을 위해 전조등의 조사되는 빛이 전방 좌우로 능동적으로 변환되는 시스템. 예를 들어 차가 왼쪽 코너를 돌아나갈 때 헤드램프도 왼쪽으로 각도를 돌려 비춰 운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제네시스는 내년 1월 공식 시판된다. 현대자동차 40주년에 맞춰 나오는 데다 대형 세단이어서 현대가 가진 모든 기술이 적용됐다는 차다. AFS가 적용됨은 물론이다.
안전성 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금지해왔지만 사실은 국내 업체들이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에 이 장치를 장착하기로 하면서 헤드램프와 관련한 기술 규제를 정부가 푼 것으로 수입차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규제가 풀리면서 당장 수입차의 헤드램프가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기술을 확보했으면서도 국내 수입차에는 장착할 수 없었던 데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신기술을 선보일 수 있게 돼서다.
최근 출시한 사브 9-3가 “국내 최초로 코너링 헤드램프를 적용했다”고 자랑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규제가 풀리고 처음 론칭한 모델이어서 ‘국내 최초’의 자리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볼보도 서둘러 첨단 주행안전시스템인 “액티브 바이제논 라이트”를 S80과 XC90, S60 등에 적용키로 했다. 지난 21일 국내 발표한 벤츠 C 클래스에도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이 장착됐다.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은 도로 상황과 차의 운행 조건에 맞춰 헤드램프의 조사각, 방향 등이 변하는 것이다. 다른 수입차 업체들 역시 서둘러 이 옵션을 장착한 모델들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대 제네시스에는 이밖에도 현대가 적용할 수 있는 첨단 기술들이 총동원됐다고 알려지면서 추가로 풀리는 규제들이 더 있을 것으로 수입차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수입차 킬러 제네시스 덕택에 수입차들이 더 좋아지는 상황. 수입차와 제네시스 사이에 본격적인 한판승부를 앞두고 벌어지는 묘한 시장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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