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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대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책과 공약은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정책 가운데 대북정책을 비롯한 통일·외교·안보 정책은 국민들의 관심사에 맨 아래에 있습니다. 분단 이후 최대의 변화에 직면한 한반도 정세를 고려할 때 좀 의아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정책검증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이에 세 차례에 걸쳐, 주요 대선 후보들의 대북정책을 '비판적으로' 검증해보고자 합니다... 기자 주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의 대북정책은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진 햇볕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정 후보의 정책공약은 햇볕정책의 틀에 갇혀 참신함이 부족해 보이고, 문 후보의 공약은 한 마디로 '경제환원론'에 빠져 있다.

 

대북정책을 비롯한 정동영 후보의 통일외교안보정책은 '대륙평화경제론'으로 집약된다.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북한이라는 냉전시대의 장벽을 넘어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해 경제적 도약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 후보는 '3통의 원칙, 3대 공약, 5대 사업'을 내놓고 있다. 3통의 원칙은 '남남 사회통합, 남북 경제통합, 동북아 미래통합이고, 3대 공약은 임기 내에 북핵 완전해결,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체제 구축, 국가연합 진입이다.

 

또한 5대 사업은 서울-인천-개성을 연결하는 '평화경제복합특구 구상' '서울에서 평양까지, 그리로 파리까지 기차로' '북한을 거쳐 동북아 에너지망 연결' '평화의 뱃길,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DMZ를 평화지대로'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차기 정부의 역사적 과제로 9·19 공동성명의 완성을 내세우면서, 이를 위한 북핵 해법으로 '선핵폐기론이 아닌 포괄적 접근을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선 핵폐기론'에 서 있는 이명박·이회창 후보와 구분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동영의 대북정책, 참신함 별로 없어

 

이러한 공약은 '햇볕정책'으로 일컬어져온 김대중 정부의 남북화해협력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을 계승·발전시키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또한 순항하고 있는 북미관계와 6자회담을 촉진시켜 민족공조와 국제공조, 평화정착과 경제적 번영이 선순환을 이루는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이러한 정책 비전은 지난 10년간 남북관계의 발전과 최근 북미관계 등 한반도 정세의 진전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집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도 있다. 뭔가 참신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햇볕정책이 이전 정부의 대결형 대북정책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고, 최근 남북관계와 6자회담이 병행발전하고 있어, 이러한 성과를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여러 전문가들은 DJ-노무현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한계로 '군축 구상의 미비'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가 지난 10년간의 대북정책과 차별성을 기할 수 있는 분야는 군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 후보의 대륙평화경제론에서는 이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이나 비전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정 후보는 병력 감축 계획을 밝히고 있다. 군복무 기간을 임기 중에 18개월로 단축하고 현재 의무형 예비군 제도를 "자원에 의한 상근예비군"로 바꿔, 예비군 수를 300만에서 50만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대신 유급지원병 수를 임기 내 5만명까지 충원해, 전투력 향상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병력 조정 계획으로는 국방비 절감이 불가능하다.

 

이는 정 후보가 이전에 밝힌 계획과도 차이가 있다. 그는 11월 1일 한 토론회에서 "남북이 현재 70만 명, 110만 명 규모인 군 병력을 각각 30만 명 수준까지 감축해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군축을 통해 국방비를 줄일 수 있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평화 배당금'을 교육과 복지 등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후보 등록 이후 20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군축을 통한 평화배당금 확보는 언급되지 않았다.

 

또 한가지 검증해야 할 문제는 군축을 추진할 적절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정후보는 1월 22일 기자회견에서 "평화체제 수립과 같은 상황이 되면 국방개혁안을 재검토돼야 하며, 이는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정리된 바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정 후보가 '(先) 평화체제 구축, 후(後) 군비축소'라는 입장에 서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또한 최근 20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남북군사대화 통해 군사적 신뢰구축을 추진하고 평화협정 체결시점에 남북 상호군축 추진"하겠다고 밝혀, 선 신뢰구축, 후 군비축소에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평화체제 구축과 군축, 신뢰구축과 군축을 선후의 관계로 바라보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정전협정의 상당 부분이 무력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결형 정전체제가 유지되어왔던 근본적인 이유는 군비경쟁과 군사적 준비태세의 강화로 인한 군사적 긴장관계에 있다. 쉽게 말해 정전체제의 핵심은 바로 군비경쟁 구도에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과제는 군비경쟁을 종식하고 군축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군축이 평화체제에 핵심적인 요소이자, 지금부터 추진해야 할 과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환원론'에 빠진 문국현 후보

 

문국현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공약은 대부분 경제로 채워져 있다. 그나마 통일외교안보 정책과 관련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 '환동해경제협력벨트 구상'인데, 이 마저도 "제2의 성장엔진을 만들겠다"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한마디로 '경제환원론'에 빠져 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는 여러 가지 책무와 권한이 따른다. 문 후보가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활동의 주체는 정부말고도 기업가와 노동자가 있다. 시장경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에 반해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 정부의 역할은 거의 독점적이다. 정부이외의 행위자가 통일외교안보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정책을 수립하고 협상에 나서 타협을 이루는 주체는 바로 정부이다. 다른 분야에 비해 대통령의 자질로서 통일외교안보 분야가 중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환원론'에 빠져 있는 문 후보가 곰곰이 되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문국현 후보가 17대 공약 가운데 유일하게 내세운 통일외교안보 공약인 '환동해경제협력벨트 구상'도 결함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북미수교와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으로 (환동해경제협력벨트라는) 제2의 성장엔진을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어떻게 북미수교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실현하겠다는 것인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북미수교로 인한 한반도 빅뱅의 기회를 환동해경제협력벨트 구축의 계기로 활용할 것"이라는 문 후보의 공약에서 알 수 있듯이, 북미수교는 환동해경제협력벨트 구상의 대전제이다. 아울러 이 구상에 "일본의 자본"도 결합될 것이라고 강조하는데, 이는 북일수교도 전제되어야 한다.

 

문 후보의 기대처럼 북미·북일수교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면, 환동해경제협력 벨트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닦여질 수 있다. 그러나 북미·북일수교가 조속히 성사될 지는 미지수이다. 문 후보의 구상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북미·북일수교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는 물론 북핵 해법 구상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경제가 평화를 가져온다는 신념 재검토해야

 

문국현 후보의 대북정책 기저에 깔려 있는 철학은 '경제협력이 평화를 가져온다'는 것에 있다. 이는 기능주의적 발상으로서, 경협이 늘어나면 이익이 늘어나 싸울 이유가 줄어들어 평화가 정착될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기능주의적 접근이 한계 또한 분명하다. 중국-대만은 남북한보다 훨씬 경협의 수준이 높지만, 남북한의 해빙 무드를 부러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과 일본의 무역과 투자 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양국 관계가 '평화롭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미중관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최근 동북아에서는 미일동맹 대(對) 중러협력관계 사이에 '신냉전'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경제와 평화의 관계를 '따로 또 같이' 생각하면서 둘이 선순환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와 정책 수단을 개발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평화를 경제에 종속시킬 것이 아니라 독립해서 바라보고 평화정착 방안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대선 후보의 대북정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평화네트워크 홈페이지 www.peacekorea.org 를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태그:#대북정책, #정동영, #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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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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