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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장인 어른 생신이었다. 장인어른은 평소에 약주를 많이 드신다. 거의 식사는 안하시고 막걸리로만 생활하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틀에 한번 정도 국수나 라면을 드시고 식사는 거의 안하신 상태에서 막걸리만 드시고 생활하신다. 장인어른의 막걸리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장인어른은 막걸리와 함께 항상 공자왈 맹자왈 하신다. 어느 정도인고 하니, 형님(아내의 형부)이 결혼 승낙 받으러 왔다가 '삼강오륜'을 제대로 외우고 쓰지 못해 세 번씩이나 쫓겨난 경험이 있다. 참으로 대단한 장인어른이시다.


이 때문에 나도 결혼승낙을 받을 당시 삼강오륜을 무지하게 쓰고 연습했지만 다행스럽게 시험대에 오르진 않았다. 그냥 무사통과였던 셈이다. 첫째 딸 시집보낼 때 큰 사위한테 너무 심했다고 생각을 하신 모양이다. 그래서 둘째 사위한테는 묻지 않으셨던 것 같다. 아내 말로는 그렇다.


여하튼, 생신날 장인어른은 막걸리를 정말 많이 드셨다. 세 병은 드셨다. 만취하신 장인어른 옛날이야기 하시면서 40여년 전인 1960년대 초 당신이 직접 쓰신 빛바랜 글들이 있는 노트를 보여주시며 '맹자왈 공자왈' 하셨다. 약주만 드시면 연례행사이다.


그런데 그날은 종이와 펜을 주시면서 삼강오륜을 써 보라 하셨다.


"윤 서방, 여기에 삼강오륜 한번 써보게."


"아뿔사",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거 까먹은 지가 언젠데? 오륜은 대충 쓸 수 있지만 삼강은 제대로 쓰질 못했다. 차근차근 오륜부터 쓰기 시작했다.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붕우유신(朋友有信), 오륜은 그런 대로 써 나갔다.


이번에는 삼강이다. 부위부강(夫爲婦綱), 부위자강(父爲子綱), 군위신강(君爲臣綱). '강'자가 잘 생각나지 않아 결국 쓰지 못했다. 대신 말로만 삼강을 말씀드렸다. 장인어른께서는 쉬운 한자를 못 쓴다고 나무라셨다. 이에 대해 나는 요즘 별로 한자를 쓰는 일이 없어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러다가 더 혼났다. 모르면 배워야 한다고 말이다.


결국 나는 두 시간 동안 꿇어앉아 한자, 삼강오륜, 사서삼경, 논어, 맹자, 공자 등을 왜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강의'를 들어야 했다. 물론 만취하신 장인어른께서는 하신 말 또 하시고, 계속 반복하셨지만... 약주 많이 드시면 장모님 붙잡고 밤샘 공자왈 맹자왈 하시니...

 

솔직히 장인어른 하시는 말씀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약주를 많이 드셔서 그렇다기보다는 장인어른의 사고와 내 생각 사이에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자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씀도 그랬다. 당장 내게 있어서는 한자를 잘 몰라도 생활하는 데 별다른 불편이 없지만 장인어른 생각에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지난해 여름 할아버지 제사 때 큰아버지께서 나더러 갑자기 축문을 읽으라고 해서 크게 당황하며 얼굴을 몹시 붉힌 일이 있었는데, 교단 생활을 40년 하신 큰아버지 입장에서는 내 모습이 한심해 보였을지도 모른다. 대학 나온 애가 아직까지 축문 하나 제대로 못 읽는다고 하니. 그래도 내 딴에는 어려운 축문인데... 같이 제사 지내던 사촌 큰형들도 제대로 못 읽던 축문이었다. 그 후로 제사 지내는 일이 은근히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물론 축문 읽고 쓰는 것을 인터넷에서 열심히 찾고 배우긴 했지만...


결론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한자를 꼭 잘 알고 있어야 하는지 말이다. 잘 쓰진 못하더라도 적당히 읽을 줄만 알면 되지 않을까? 내 생각은 그런데 말이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장인어른,#삼강오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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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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