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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국도를 이용해 청도를 향하다보면 청도군내의 화양읍소재지를 들어가는 초입부분의 서상4거리를 통과하게 되는데 이곳을 막 지나면 좌우로 넓디넓은 벌판을 만나게 되고 이곳에선 봄·여름, 가을·겨울 어느 때든지 시골의 애틋한 농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아직도 우마가 지나다니고 사람들의 인심은 때 묻지 않아 지나가는 관광객의 발길을 한 잔의 막걸리로 멈추게 만드는 천상 우리네 부모님들의 넉넉함이 묻어나는 고향 같은 곳이 바로 청도군 화양읍의 너른 들판이기도 하다.


최근 이곳에 초등학생들의 조막손으로 어른들로 하여금 아련한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청도초등학교 1, 2학년생들은 지역을 찾거나 국도를 통해 지역을 통과하는 사람들에게 청도를 알리고 고향의 넉넉함과 어린 시절 허수아비와 뒤엉켜 씨름하던 어른들의 아련한 향수를 일깨우기 위해 서상4거리로부터 300여m 국도변 좌우에 200여개의 허수아비를 세웠다.
 

지난 11월 8일 만들기대회를 통해 금·은·동상을 받은 40여개의 작품을 비롯한 200여개의 허수아비들은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여지없이 달리던 차들을 멈추고 자신들과 악수를 하게 한다.


허수아비들은 때로는 목동으로, 때로는 새악시로, 또 때로는 씩씩한 군인들의 모습으로 다가오며 멈춰선 사람들을 어느새 하천에서 멱 감고 콩서리하며 악동들과 뛰놀던 어린시절 고향으로 데려다 놓는다.


'뒷집 순이는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까?' '아비 따라 울면서 고향을 떠났던 코찔찔이 영철이도 벌써 몇 아이의 아빠가 됐을텐데...'
 

잠자코 있던 옆의 허수아비 나가 나의 뭉클한 마음을 읽었는가 툭 한마디를 던진다.


"아저씨 고향에도 허수아비가 있었나요?"
"그럼, 밀짚 허수아비도 있었고 색시 허수아비, 코쟁이 허수아비에 아, 그래 눈이 라이트만한 허수아비도 있었지."
"우리처럼 그 허수아비들도 아저씨 고향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겠네요?"
"그럴까, 너무 오랫동안 가보질 못했어. 정말 기다리고 있을까."
"왜 그렇게 오랫동안 가지 않으셨어요? 에이, 하수아비들이 정말 섭섭하겠네요."
"그러게.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았나보다. 너무 오랫동안..."

 

 

청도에서 만난 허수아비들은 나의 무심함. 아니 그보다 뭘 그리 바쁘다고 부모님들을 고향에 버려두고 대처에서 악다구니로 살고 있느냐는 질타를 하고 있었다.


'니 애미하고  난 걱정하지 말고 애들이나 잘 챙겨'하고 고무신 끌며 마을 삽작거리까지 나오시던 아버지의 주름패인 얼굴은 왜 지금 떠오르는가.


한여름 저수지 곳곳에 쑹쑹 나 있던 구멍마다 삽을 박아 미꾸라지 잡던 친구들의 모습은 또 왜 지금 아련히 떠오르는가. 청도군 화영읍 국도변에서 만난 허수아비들은 30년 넘게 잊고 살았던 어린시절 내 앨범을 자꾸만 들추고 있었다.


태그:#허수아비, #추억앨범, #청도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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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인 달신문에서 약 4년, 전국아파트신문에서 약 2년의 기자생활을 마쳤으며 2007면 10월부터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에 소재하는 외국인근로자쉼터에서 재직중에 있슴. 인도네시아 근로자를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보호와 사고수습 등의 업무를 하고 있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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