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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정원의 전경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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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정원'은 고(故) 강근호 애국지사와 부인 이정희씨의 가택이다. 모정원은 부산 해운대구 좌동 장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이곳에는 전깃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강근호 선생이 타계한 이후 이정희 여사는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모정원을 떠나지 않고 선생을 추모하는 사람들을 반기며 애국지사의 기념비에 나부끼는 태극기를 위안 삼아 살고 있다. 이정희씨 역시 6·25 참전 여군으로 공훈이 많은 유공자다.

제53보병사단 장병들이 세운 애국지사 기념비
 제53보병사단 장병들이 세운 애국지사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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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찾기 위해 왜군과 싸운 강근호 애국지사와 부인을 소개하고 있다.
 나라를 찾기 위해 왜군과 싸운 강근호 애국지사와 부인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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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근호 선생은 만주 3·1 운동, 청산리 전투, 시베리아 자유시 전투 등의 선봉에서 광복조국을 기약하며 항일 투쟁의 깃발을 높이 든 독립투사로써, 광복 후에는 진중보국의 일념으로 육사에 입대해 연대장으로 전역하기까지 6·25 동란 등에서 불꽃 같은 투혼으로 혁혁한 무공을 남겼다.

이를 기리기 위해 해마다 이곳에서 강근호 선생에 대한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모정원에 세워진 고(故) 강근호 애국지사 기념비도 그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마음을 모아 제53보병사단 장병들이 2000년도 4월에 세웠다.

장산을 오르는 누구나 쉬었다 가는 모정원은 너무 따뜻하다.
 장산을 오르는 누구나 쉬었다 가는 모정원은 너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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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할머니께서 가꾸는 작지만 알뜰살뜰한 농장의 모습
 이정희 할머니께서 가꾸는 작지만 알뜰살뜰한 농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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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정원은 장산을 사랑하는 등산객들의 유일한 쉼터이기도 하다. 때로 허기가 지는 등산객들은 이곳에 와서 물이나 차, 국수 정도는 이정희씨에게 부탁해서 해결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정희씨는 모정원 할머니로 통한다.

이렇게 차나 국수 등의 신세를 진 사람이면 겨울 해풍이 세차게 불어오는 장산을 오르면서 굳게 문이 닫힌 모정원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혹시 할머니가 몸이 아프신 것은 아닐까' 아니면 '어디 멀리 출타하신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과 궁금증으로 모정원을 기웃거리게 된다. 등산객을 향해 어김없이 짖어대는 강아지 여섯 마리의 합창에 드르르 미닫이 현관문이 열리면 할머니에게 눈인사하고 나서야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향해 오를 수 있다.

오랜세월 전깃불도 없이 살아 온 모정원, 지나는 등산객들이 안부를 묻습니다.
 오랜세월 전깃불도 없이 살아 온 모정원, 지나는 등산객들이 안부를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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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전깃불도 없이, 더구나 강근호 애국지사를 먼저 보내시고 그야말로 적막한 산장의 세월을 보낸 이정희 할머니를 항상 곁에서 지켜주고 말벗이 되는 강아지 여섯마리가 등산객의 발소리를 먼저 듣고 꼬리 치며 짖는다.

이정희 할머니는 강아지뿐 아니라 닭과 오리 등도 키우는데, 강아지는 토종 삽살개다. 강아지들도 사람이 그리운지라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 꼬리를 흔들면서 짖어댄다. 강아지는 주인을 닮는다는 옛말처럼 정말 순하고 착한 눈빛을 가졌다. 등산객들은 이정희 할머니는 물론 강아지들의 간식까지 챙겨 모정원을 찾는다.

눈보라 비바람에 알몸이 드러나고/ 서릿발 동부새에 뼈마디가 갈라어도/ 조국의 이 한복판을/ 이 겨레와 지키리. - 조종현 '파고다의 열원' 일부

태극기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모정원의 세월.
 태극기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모정원의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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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은 애국을 낳고, 사랑은 사랑을 낳고, 모정은 모정을 낳는다'는 말처럼, 모정원은 애국을 낳고 사랑을 낳는 따뜻한 산장이다. 그래서 사립문도 담장도 없다. 이곳을 찾는 이들 가운데는 등산객도 많지만 고 강근호 애국지사를 기리는 방문객들도 많다. 기념비에 바치는 헌화들이 하나 둘 늘어가는 모정원은 애국의 세월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모정원을 지키는 이정희 할머니가 밤마다 밝히는 작은 등불이 조국을 지키는 등대처럼 영원하길 기대한다.


태그:#모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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