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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오른쪽)가 21일 조계사 불교역사기념관에서 열린 '2007 불교계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와 악수한 뒤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오른쪽)가 21일 조계사 불교역사기념관에서 열린 '2007 불교계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와 악수한 뒤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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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문국현 후보 단일화 논의가 중대 분기점을 맞았다. "단일화만이 살 길"이라고 여기는 측에서는 대선을 2주일여 앞둔 이번주 중에는 결론이 나야 한다는 판단이다. 주초 예정된 'BBK 사건'에 대한 검찰 발표를 틈타 반(反)이명박 세력의 결집을 노려야 한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하지만 상황은 나빠졌다. 문국현 후보측은 2일 내부 회의를 통해 "당분간 모든 협상 채널을 닫겠다"고 결정했다. 문 캠프는 격앙된 분위기였다.

김영춘 의원과 함께 단일화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김헌태 정무특보는 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동영 후보쪽에서 언론을 통해 단일화가 임박했다는 얘기를 흘려 문국현 흔드는 것은 정치도의에 어긋난다"며 "정동영 후보가 사퇴를 하든가, 140명 신당 의원들이 불출마 선언을 하든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며 전면 공세의 태도를 취했다.

아울러 "최악의 경우 끝까지 간다"고 말해 단일화 없이 완주할 뜻을 밝혔다.

"우선 (문국현) 후보의 감정 상태가 너무 나빠졌다. 언론에는 단일화 협상이 곧 타결될 것처럼 나오는 있는데 정작 후보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우리 캠프 내부의 책임 있는 라인을 통하지 않고 여기저기 줄을 대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신뢰할 수 없는 세력이라는 생각이 굳어진다."

정동영-문국현 단일화 협상 창구는 각각 한명숙-민병두, 김영춘-김헌태. 하지만 최근 이 단위를 벗어나 구체적인 단일화 협상 방안이 모색되었다거나, 타결이 임박했다는 식으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에 대해 김 특보는 '문국현 고립 작전'이라고 판단한 것.

신기남 의원(통합신당 선대위 시민사회위원장)은 지난 1일 울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0일을 전후해 모종의 극적 타결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후보 단일화를 기정사실화 했고, 정동영 캠프의 민병두 의원(전략기획본부장)은 "8일까지는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말했다. 정동영 후보는 최근 유세를 통해 "이번 선거는 정동영, 이명박, 이회창 중에 한명을 선택하는 삼지선다형 시험"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동영 대통령 되면 개혁진보세력 싸그리 무너져"

김헌태 정무특보.
 김헌태 정무특보.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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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태 특보는 정동영 후보 자진 사퇴 주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신당 의원 140명의 집단 불출마 선언을 촉구했다.

"140명 의원들은 뭘 희생하고 있나. 이명박이 저 지경이 되었는데 왜 정동영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나. 그런데 다시 정권을 잡겠다고? 국민에게 아무런 신뢰를 주지 못하면서 단일화를 요구하는 것은 문국현에게 무릎을 꿇으라는 것 아닌가. 단일화 요구를 하려면 정권심판론의 책임이 있는 신당측에서 기득권부터 포기해야 한다."

김 특보는 문국현 후보가 자신이 단일 후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단일화 협상에 나서기 위해서는 정 후보와 통합신당의 희생이 동반되어야 하고 그것이 전제된다면 "내가 석고대죄를 해서라도 문 후보를 협상에 나서게 하겠다"고 말했다.

여론조사를 공표할 수 있는 마지막 시한인 12일 전, 단일화 협상이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김 특보는 "(12일 전 단일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김 특보는 "새로운 세력 만들기에 집중하겠다"며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개혁진보세력이 살아 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대선 이후에 대한 전망이다.  

"87년 양김 단일화 됐다면 97년 국민의 정부가 탄생했겠나. 노무현이 '3당 합당'에 들어가고 꼬마민주당으로 남지 않았다면 2002년 참여정부가 있었겠나. 당시에는 실패로 보였지만 훗날 지나면 실패가 아닐 수 있다.

이명박이 집권한다면 보수 세력이 정리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민이 개발독재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순기능의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정동영 후보는 가치와 노선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실용주의를 강조해왔고, 사실상 보수다. 정동영이 집권한다한들… 개혁진보진영은 싸그리 무너진다."

각종 여론조사에 보면, 범여권 단일 후보에 대한 요구가 높게 제시되고 있다. 또 정동영 후보로 단일화 했을 경우가 문국현 후보의 경우 보다 5∼10% 가량 높은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여론조사전문가인 김 특보는 "양적인 수치는 정 후보가 앞서지만 질을 봐야 한다"며 "문 후보가 되었을 때 화학적 변화가 가능하고, 기적이 일어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지도는 뒤쳐지지만 호감도는 정 후보보다 높다. 다만 세력이 없고 정치신인이기에 안심하고 지지할 수 있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정동영-문국현의 차이는 썩은 과일과 풋과일의 차이다.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면 설익는 과일을 먹는 게 맞지 않나."

"공식협상 중단... 할지 말지 문 후보가 결정해야"

민병두 신당 의원.
 민병두 신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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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후보 측의 이같은 강경한 태도에 대해 정동영 후보측은 "배려할 만큼 배려하고 있다"며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정 후보쪽에선 지난 달 문 후보가 정동영 후보 사퇴를 주제로 하는 공개토론회을 하자는 제안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단일화 협상에 일보 진전된 태도라 여겨 수용했다. 또한 정동영-문국현-권영길의 삼성비자금 특검 합의에 대해서도, 정동영 캠프 내부에서는 "문국현 후보가 단일화를 피해가려는 속셈 아니냐"는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 협조키로 했다는 게 내부 협상파의 토로다.

실무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민병두 의원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참아야 할 입장이니 말을 아끼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민 의원은 문 후보측을 의식해 "공식 협상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협상이 한 발짝도 못나가고 있다. 문 후보가 (단일화를) 하자말자 결정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협상이 진전될 수 없는 것 아닌가. 신기남 의원의 발언은 캠프가 통제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오해 없길 바란다."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민 의원은 "후보 간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각 진영에서 다방면의 접촉을 하고 있는 것을 우리가 어쩌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렇게 다양한 만남은 전례가 없을 것이다.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사회원로, 학계, 종교계 등 수없이 많은 만남의 조합이 두 후보를 접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 나름의 위기의식을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민 의원은 다음주 8일께에는 단일 후보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누가 단일 후보가 되더라도 지지자들이 마음을 결정하는데 일정한 시간이 소요된다. 두 후보가 유세를 함께 다니면서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선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는 걸린다. 보름여 남았다. 문 후보가 결정해주어야 한다."
  
한편 여론의 압력은 높아질 전망이다. 3일 정대화 교수를 비롯해 사회원로, 종교계 인사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세력의 대연합과 후보 단일화를 촉구'할 예정이며, 또 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7주년 기념식을 기해 단일 후보 압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자진사퇴냐, 여론조사냐 두 가지 선택지 외에는 별다른 단일후보 추대방안이 없는 상황. 협상은 실무진의 손을 떠나 정동영-문국현 후보의 결단으로 이동하고 있는 형국이다.


태그:#후보 단일화, #문국현, #정동영, #김헌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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