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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모든 정치 세력이 사활을 건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되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2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주가조작 등 범죄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발의라는 비장의 카드를 전격 꺼내 들었다.

 

'이명박 특검법'은 여당 '최후의 카드'다. '삼성 특검'에 이은 '이명박 특검'은 결과적으로 검찰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통합신당의 한 인사는 이에 대해 "야당 할 결심을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얘기다.

 

3일 현재 앞으로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16일. 앞으로 대선판을 출렁이게 할 4대 변수는 ▲검찰의 BBK 중간수사결과 발표 ▲후보 단일화 ▲텔레비전 합동토론회 ▲여론조사 등으로 요약된다.

 

남은 변수... BBK 수사결과, 후보단일화, TV토론, 여론조사

 

이 가운데 후보 단일화는 ▲정동영-(이인제)-문국현 ▲이회창-심대평 ▲이명박-(심대평)-이회창의 세 갈래 트랙을 예상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세 가지가 모두 비관적이지만 여론조사 결과 최종 발표시한인 12일까지는 물밑 접촉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문국현 후보 단일화는 현재의 1강2중 구도를 3강구도로 만들 수 있는 필수조건이다. 이명박-이회창 후보 단일화는 3강구도를 다시 1강1중 구도로 재편할 수 있는 야당의 마지막 카드다.

 

텔레비전 합동토론회는 방송사의 '빅3' 초청 토론회가 법원의 제지로 무산되면서 중앙선관위가 주최하는 4차례뿐이다. 이 가운데 군소후보(5명) 초청 토론회(13일 밤 11시)를 제외하면 6일, 11일, 16일(저녁 8시~밤 10시) 세 차례뿐이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BBK 사건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 직후에 열리게 될 6일 첫 토론회는 부동층의 '표심'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에선 지난 대선 때와는 달리 투표 1주일 전인 12월 1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있다. 투표일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보도되는 여론조사는 이른바 ‘밴드왜건’(표 쏠림) 효과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 2위 후보 간의 격차가 클수록 여론조사는 1위 후보의 대세론을 굳히며 당락을 결정하는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주 말 <조선> <동아> <서울> <한겨레> 등 주요 언론사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는 35.7~40.2%, 이회창 후보는 17.6~19.2%, 정동영 후보는 12.6~15.6% 지지율을 기록했다. 정동영 후보 측은 일단 이번 주초에 지지율 20%를 돌파해 3강구도로 가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반면에 이명박 후보측은 최악의 경우 지지율 35%를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다.

 

대선판도 결정짓는 핵심변수는 BBK 수사결과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사실상 대선판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투자자문회사 BBK 주가조작 및 횡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이다.

 

5일은 BBK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김경준씨의 구속기간 만료일이다. 검찰은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 중대 사건의 경우 통상 기소 전에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해왔다. 따라서 이르면 3일, 늦어도 5일에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검찰이 3일 오전 수뇌부 회의를 통해 중간수사결과 발표 시기와 내용 등을 조율한 뒤 김경준씨 구속기간 만료 하루 전인 4일께 발표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김종률 의원 등 통합신당 의원 34명이 2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3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주가조작 등 범죄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도 4일 발표를 염두에 둔 것이다.

 

검찰이 규명할 '김경준 폭탄'의 4대의혹은 ▲김경준씨의 주가조작에 동원된 BBK의 실소유주 의혹 ▲이 후보 친형과 처남 명의였던 ㈜다스와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 의혹 ▲이 후보가 대표이사였던 LKe뱅크의 돈세탁 창구 의혹 ▲이 후보의 옵셔널벤처스 600억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다.

 

이 가운데서도 핵심 의혹은 BBK와 다스 및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이다. 나머지 돈세탁 및 주가조작은 전문적인 내용이어서 김씨가 '동업자'였던 이 후보 모르게 단독으로 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국 중간수사결과 발표의 핵심은 BBK와 다스-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누구냐를 가리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 '동업자'였던 김경준과 '공범'일까 '무관'할까

 

먼저 BBK 의혹의 경우, 이명박 후보는 BBK는 김씨와 '동업'하기 이전에 이미 김씨가 설립한 회사이므로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김씨는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 후보가 '주범'이고 자신은 '종범'이라는 것이다.

 

검찰 수사에서 이 사건이 이 후보 측의 주장대로 '헛방'으로 밝혀질 경우 이 후보의 독주 체제는 가속화할 것이다. 특히 통합신당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김씨가 제출한 '한글 이면계약서'를 허위로 조작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경우다. 이럴 경우 실제 자금 흐름 등 다른 의혹까지도 잠재우며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이 후보가 BBK의 경영·소유에 관여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이 후보는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 등의 책임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그럴 경우 대선판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지난 8월 한나라당 경선 당시에도 박근혜 전 대표에 크게 앞서가던 이 후보의 지지율이 도곡동 땅과 관련된 검찰 발표 이후 급격히 꺾인 전례가 있다. 박 전 대표 또한 "BBK 수사발표를 보고 (이 후보를) 계속 지원할지 판단하겠다"고 말해 '연계' 방침을 분명히 했다. 수사결과에 따라 '친박'계 의원들의 추가 탈당 및 이회창 후보 지지의 봇물이 터질 수도 있다.

 

다스 및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은 한나라당 경선 때부터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김경준씨가 "다스가 BBK에 투자했다는 190억원이 이 후보의 돈"이라고 주장한 후에 의혹이 다시 증폭되었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다스는 이 후보 친형(이상은씨)과 처남(김재정씨)이 대주주인 회사지만, 지분은 김재정씨(49%)와 이상은씨(46%), 김성우 사장(4%) 3명으로 쪼개져 있다. 어느 누구도 혼자서는 의사결정을 못하는 구조이다.

 

그런데 다스는 2000년 3월(50억), 10월(50억), 12월(90억) 세 차례에 걸쳐 BBK에 190억원을 송금했다. 따라서 자본금 29억 8000만원에 불과한 다스가 BBK에 6배가 넘는 190억원을 투자한 배경을 놓고 ‘BBK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물(이명박 후보)이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검찰은 지난 7~8월에도 이 사건을 수사했으나, 다스 관계자들이 조사에 불응했고, 김경준씨도 미국에 있는 상황이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발표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김씨와 김성우 사장이 직접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검찰이 어떤 형태로든 결론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결국 다스에 얽힌 '진실게임'은 검찰이 진행 중인 다스의 자금 흐름 추적, 다시 말해 다스의 이익금이 이 후보에게 흘러갔는지에 대한 조사에서 결판이 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통합신당측은 사건이 '복잡한' BBK 의혹보다는 오히려 간단명료한 다스-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에 내심 더 기대를 걸고 있다. 이강래 상임선대본부장은 "이 후보가 다스의 실소유주로 밝혀질 경우 재산등록 허위신고 등으로 공직자윤리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곧장 피선거권이 박탈된다"고 말했다.

 

윤호중 의원이 '이명박 특검법' 발의 계획을 밝히면서 특검 수사대상으로 ▲ BBK 주가조작 등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 공금 횡령 등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 ▲ 다스의 지분 96%, 시가 930억원 상당의 재산신고 누락 등 공직자윤리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을 적시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특히 통합신당은 특검법과 별도로 이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 재산 신고 혐의로 추가 고소할 방침이다. 김종률 의원은 "다스 실소유주 문제와 관련 이명박 후보가 현재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고소돼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달 25일 후보 등록과 함께 제출한 재산 신고에도 이를 누락한 만큼 이번에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추가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 모두 검찰 항의방문... BBK 수사결과 '불복' 가능성 깔아놔

 

여야는 이미 지난주에 각각 검찰을 항의 방문해 BBK 중간수사결과를 압박했다. 여야가 모두 자신들에게 불리한 수사결과가 나올 경우에 대비해 사실상 '불복' 가능성을 한 자락씩 깔아놓은 셈이다.
 
특히 통합신당이 '이명박 특검법'을 발의하기로 한 것은 수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BBK 의혹을 계속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통합신당은 민주당 및 민주노동당과 공조해 12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이명박 특검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사실상 총선까지를 염두에 둔 장기전에 대비한 '진지전'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미래 권력과 관계된 일이기 때문에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선대위 대변인은 "BBK 특검은 대선전략용"이라면서 "특검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지만 수사결과 발표가 우선"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민노당도 BBK 수사결과 발표 이후 입장 변화 가능성을 열어놓은 만큼 대선을 전후로 BBK 특검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범여권에서는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해보나마나 대패할 것이기 때문에 '이명박 특검'을 통해 돌파해야 한다는 총선전략이 이미 대두되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12월 대선(12월 19일)과 4월 총선(4월 9일)의 시차는 불과 110여 일이다. 대선에서 이긴 쪽이 총선도 휩쓸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상황이다. 실제로 11일부터는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사실상 대통령 선거운동과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동시에 흘러가는 것이다.

 

결국 BBK와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는 이번 대선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의 결과까지도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그래서 이번 주는 어쩌면 검찰과 여야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도 '운명의 한 주'인 셈이다.


태그:#BBK, #다스, #이명박 특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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