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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의원 노동조합과 인천지역 시민사회는 병원 사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설치된 CCTV 설치 철거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재활의원 노동조합과 인천지역 시민사회는 병원 사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설치된 CCTV 설치 철거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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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재활의원이 노조나 환자 등에게 사전 공지와 논의 없이 인권침해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CCTV를 일방적으로 설치, 노조와 환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은 간호인력, 식당, 사무국 등 59명이지만 설치된 CCTV는 무려 20여대에 이른다.

인천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인공신장실을 운영하는 이 병원은 모든 직원이 쉬는 지난 달 18일에 환자와 직원에게 단 한 차례의 공지도 없이 일방적이고 기습적으로 병원 전체에 무려 16대의 CCTV를 설치했고, CCTV 설치를 반대하는 노조와 시민단체의 기자회견 후에도  CCTV를 추가로 설치했다.

이 병원은 만성신부전증 환자 210여명이 혈액투석 치료를 받는 병원으로 인천시에 등록된 만성신부전증 환자의 10%를 책임지는 병원이다.

혈액투석 과정에 대소변보거나 신체노출도... 노조 "조합원 감시용" 반발

문제는 일주일에 3차례씩 1회에 4시간이 소요되는 혈액 투석을 꼭 받아야만 환자들이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데, 이들이 일주일의 반 이상을 CCTV가 설치된 인공 신장실에서 보내야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병원은 환자나 노조와 어떠한 상의 없이 병원에 일방적으로 CCTV를 설치해 간호사들과 환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병원애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에 따르면 혈액투석을 받는 동안 환자들은 급격한 혈압 하락 등으로 인해 무의식 상태가 되기도 하고, 투석 중 화장실 이용이 자유롭지 못하므로 병상 옆에서 소변을 보기도 하며, 심전도를 응급으로 찍을 경우 가슴 부위를 다 드러내기도 한다.

또한,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노인환자의 경우 투석 중 기저귀를 찬 채 대변을 보기도 하고, 그럴 경우 간호 인력이 그 뒤처리를 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투석받는 4시간 동안 환자들의 위와 같은 일거수일투족이 적나라하게 CCTV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병원의 CCTV 설치는 만성 신부전 질환으로 힘겨운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는 행위란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환자와 밀착되어 간호를 하는 직원도 모든 행동이 CCTV를 통해 녹화된다는 압박감과 심리·정신적 불안감으로 인해 안정적인 간호가 어려울 것이 자명하다는 주장이 보건의료노조로부터 나오고 있다.

김진옥 노조위원장은 "만성신부전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CCTV 설치에 대해 매우 민감해하고 있고, 간호사들도 자신을 감시하는 CCTV로 인해 업무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병원은 당초 경영개선을 위해 CCTV를 설치했다고 하더니, 최근에는 도난 방지용으로 CCTV를 설치했다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하며 "2003년 이후 도난 사건은 단 한번 간호사 탈의실에서 발행했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 "도난방지 및 위험 대처용"... 지역단체들 "심각한 사생활 침해"

게다가 병원 측은 노조나 환자들과 상의 없이 CCTV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활의원에는 지난 6월 말 노동조합이 결성됐는데, 10월 9일까지 9차 단체교섭이 진행됐지만 파행을 겪어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노조는 "CCTV는 노동조합 활동을 감시하고 조합원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면서 "병원은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환자 인권까지 침해하는 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 한성희 사무국장은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 19조 14항은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설비의 설치는 노조와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인천재활의원은 CCTV 설치 전에 노동조합과 성실히 협의를 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 사무국장은 "병원 측은 정보통신부의 'CCTV 개인영상 정보보호 가이드라인' 지침을 어기고 불법적으로 CCTV를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정보통신부는 ▲CCTV는 범죄예방 및 공공의 안전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곳에 한해 설치·운영하고 ▲ 정보주체의 초상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할 위험이 없는지 사전에 분석·검토해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지침을 내렸다.

지역 시민사회도 노조의 주장에 동참해 CCTV 철거를 주장하고 나섰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조철호 사무부처장은 "재활의원이 일방적이고 기습적으로 설치한 CCTV는 환자와 직원의 초상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병원 총무부장은 "규모에 비해 CCTV가 많은 것도 아니고, 복도·식당·외래 환자 실 등 필요한 곳에 설치했다"면서 "도난 사고와 각종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취지로 설치된 것으로 노조를 겨냥해 CCTV를 설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노조나 환자와의 협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상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upyeongnews.com/new/)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만성신부전증, #CCTV, #재활의원, #인천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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