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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기2 러브 앤 피스> 한 장면
 <박치기2 러브 앤 피스> 한 장면
ⓒ 씨네콰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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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냐 북이냐”
“조선입니다”


최근 개봉된 영화 <박치기2- 러브 앤 피스>에 나오는 대사다. 조선이라는 나라가 역사에서 사라진 지 백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일본사회는 남한 국적도 북한 국적도 택하지 않은 채 조선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재일조선인’이다.

지난 60년 동안 한국사회는 이런 재일조선인에 대해 침묵해 왔다. 심지어 조선학교를 북한과 연계한 ‘총련 학교’라 여겨 일본사회와 함께 탄압을 가하기도 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일본사회에서 조선학교 학생과 만나기만 해도 국가보안법에 위배되던 시절도 있었다.

이러한 한국정부의 잘못된 태도는 많은 한국인들이 조선학교는 ‘총련계 학교’, 재일조선인은 ‘일본 사람’이라는 오해를 빚게 만들었다. 송재근 <함께가요 우리학교> 사무국장은 “설사 우리 국민이 아니라 해도 외면할 수 없는 재일동포의 문제를 정부는 지금까지 방치했다”고 쓴 소리를 가했다.

조선학교는 1945년 이후 재일조선인 1세들이 그들의 자녀가 일본사회에서 떳떳한 조선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설립된 학교다. 그러나 이러한 조선학교를 일본사회는 각종 학교로 분류, 정식 교육기관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조선학교는 일본사회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은 물론, 10년 전만 해도 일본사회가 주최하는 공식경기에 참가할 수 없었다.

나고야 아이치 조선학교를 졸업한 김성희(한양대 사범대ㆍ국어교육과 06)씨는 “조선학교의 경우 동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운영하기 때문에 등록금이 다른 학교에 비해 훨씬 비쌀 수밖에 없다”며 “시설 또한 매우 낙후돼 비가 오면 비가 그대로 새버릴 정도”라고 조선학교의 힘든 현실에 대해 토로했다.

남한 북한과 일본의 정치적 문제가 발생하면 조선학교 아이들이 테러 위협을 받기도 한다. 이때는 통학버스에 조선학교라는 이름을 붙이지도 못하며, 여학생들은 조선학교 학생들이 입는 치마저고리도 입지 못한다.

영화 <우리학교>의 한 장면
▲ 영화 <우리학교>의 한 장면 영화 <우리학교>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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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
조선학교는 북한아이들이 다니는 곳이다?
조선학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총련계 학교’도 북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도 아니다. 조선학교에는 한국국적ㆍ북한국적ㆍ일본국적을 가진 다양한 아이들이 존재하며, 아직 국적을 선택하지 않아 조선 적으로 남아 있는 아이들도 있다. 물론 한 때는 김일성ㆍ김정일 부자의 사진이 걸어져 있기도 했고, 사상교육을 받기도 했지만 통합적 민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대두되면서 지금은 이러한 것들이 사라졌다.  

'조선 적'이란 북조선을 말하는 것이다?

조선 적이란 분단 이전에 일본에 건너 간 사람들이 남ㆍ북을 선택하지 않고 조선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말하는 조선은 북조선의 조선이나 국적으로써의 조선이 아닌 황국신민이 되기 이전의 '조선'을 뜻한다.

조선학교는 오직 국어만 배울 것이다?
조선학교도 한국 고등학교와 비슷한 교육과정을 가진다. 국어ㆍ수학ㆍ영어ㆍ일어가 주요과목이며 사회과목에는 세계역사ㆍ한국역사ㆍ북한 근현대사ㆍ지리 등이 있다. 체육ㆍ미술ㆍ음악 같은 예체능 과목도 존재한다. 또한 우리처럼 이과는 물리와 화학을 따로 배우게 된다.

도움 : 나고야 아이치 조선 중ㆍ고급학교 졸업생 김성희<한양대사범대ㆍ국어교육과 06>


그러나 최근 이러한 재일조선인 문제가 점차 한국사회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3년 반 동안 조선학교 학생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조명한  <우리학교>는 조선학교가 무엇인지 개념조차 몰랐던 한국사회에, 조선학교에 대한 불을 지폈다. 최근에는 <박치기2-러브 앤 피스>가 개봉돼 조선학교를 넘어 재일조선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뒤늦게나마 대중적으로 조선학교를 도우려는 움직임도 생겨났다. ‘지구촌동포연대’에서는 지난 5월부터 ‘에다가와 조선학교’를 돕기 위한 ‘함께가요 우리학교’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사실 이러한 조선학교, 나아가 재일조선인 문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지난 60년 동안 꾸준히 겪어 온 문제이지만 한국사회가 최근에서야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송 사무국장은 “에다가와 조선학교를 위한 모금운동은 이제 시작”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시민단체와 정부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재일조선인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심이 지속되기를 당부했다.    

내가 본 한국, 내가 다닌 조선학교

나고야 아이치 조선 중ㆍ고급학교를 졸업한 재일동포 3세 김성희(한양대 사범대ㆍ국어교육과 06)씨에게 한국생활은 어떠한지, 그리고 조선학교 생활은 어떠했는지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재정적인 지원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는 조선학교 출신 학생의 진솔함을 느낄 수 있는 글입니다.  

고향이자 조국인 한국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꿈꾸며 나는 2005년 3월에 서울로 왔습니다. 마음껏 우리말을 써도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도 없고, 김치를 먹어도 마늘냄새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도 없는, 한국 사람이라면 지극히 평범한 생활이 나는 꿈만 같았습니다. ‘나도 한민족의 피가 흐르는 조선 사람이라는 것과, 꿈에도 그리던 고향땅에서 생활하는 것이구나’ 하고 실감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감동은 곧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한국 사람에게 자기소개를 할 때 느낀 섭섭함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재일동포 3세인데 한국 사람들은 일본인으로 취급합니다. 비록 말은 서투르지만 일본에서 차별을 받으면서까지 우리민족을 지키고 생활하는 동포에게 일본인으로 취급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섭섭함을 느꼈습니다.

핸드폰 계약을 할 때도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나에게 외국인등록증을 가지고 와야 개통이 된다고 하는 핸드폰가게 아저씨의 말은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게 했습니다.

우리말과 글, 우리민족을 배우는 조선학교 학생들은 뜻밖에도 적습니다. 정식학교로 인정해주지 않아 일본정부의 지원금이 없습니다. 때문에 비싼 수업료에 시설도 안 좋고, 사회에 진출해도 조선학교 졸업이라는 말 한 마디로 취업이 어려워집니다. 일본사회에서는 조선학교를 졸업해도 자격인증이 안 되며, 생활에 많은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자녀를 보통 일본학교에 보내는 가정이 많습니다.

초ㆍ중ㆍ고급학교는 일본 각지에 있으며 대학교는 도쿄에 하나 있습니다. 북측의 지원과 동포들의 힘으로 운영하는 학교형편은 어려울 수밖에 없고 비가 오는 날에는 양동이들이 노래를 부릅니다.

조선학교를 북한학교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공부 자료도 북쪽에서 보내줘 교육내용이 북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해방 후 일본에 남은 동포들은 서로 힘을 모아 우리교육을 지키자고 조선학교를 세웠습니다. 그때 마침 북측에서 열심히 공부하라고 많은 지원을 해줬을 반면 남측에서는 지난 60년 동안 전혀 신경을 안 썼습니다.)

이런 이유로 아이를 조선학교에 보내고 싶어도 못 보내는 부모들이 많아서 학생 수가 크게 줄어들었고, 6.15선언 이후 시대에 맞춰 조선학교도 공부 내용을 크게 바꿨습니다. 북한교육이 아니고 이제는 이념도 사상도 뛰어넘은 한민족의 교육을 시작한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양대학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선학교, #재일조선인, #우리학교, #에다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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