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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그로닝겐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신호대기 하고 있다. 자전거 신호등이 차량 신호보다 먼저 작동한다.
▲ 네덜란드 자전거타는 시민 네덜란드 그로닝겐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신호대기 하고 있다. 자전거 신호등이 차량 신호보다 먼저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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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악화되는 대기오염.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수 OECD국가 중 1위. 여기에 자동차중심의 도로정책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단절시켜 황량한 도시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에 기자는 자전거도시에 주목, 그 속에서 미래 도시의 대안을 찾고자 한다. 부평의 도로 등 도시공간의 실태를 분석하고, 국내외 사례 등을 통해 자전거도시가 지닌 가치를 조명하며 나아가 자전거도시로 가는 방법을 모색해 본다. - 기자주

인구가 약 1600만명인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높은 축에 속한다. 도시민들은 대부분 현대식 아파트나 연립주택에 산다. 네덜란드인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가지고 있으며 여가활동 수준을 넘어 대중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

또 네덜란드는 강이나 운하로 연결되는 거대한 교통망과 철도중심의 대중교통체계를 갖추고 있다. 주요 강과 많은 운하가 수로로 이용되며 이 내륙 수로를 오가는 전동선이 네덜란드 해상 수송의 상당량을 담당한다. 물론 이 전동선에 자전거를 싣고 오르내릴 수 있으며 자전거 전용 공간이 마련돼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2000유로(2006년 기준)에 달하는 네덜란드의 자전거 교통수송 분담률은 무려 43%에 이른다.

우리와 비슷한 여건을 가지고 있는 외국도시를 비교해 보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기에 이번에는 우선 네덜란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유럽의 대표적 자전거도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전거 신호등이 주어지자 자전거 전용 횡단보도를 이용해 교차로를 건너고 있다. 화살표는 자전거전용도로를 알려주는 표시다.
▲ 교차로 건너는 시민 자전거 신호등이 주어지자 자전거 전용 횡단보도를 이용해 교차로를 건너고 있다. 화살표는 자전거전용도로를 알려주는 표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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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서북쪽에 위치한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 인구는 약 73만명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암스테르담시가 보행자와 자전거 중심의 교통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도심 속 교통난 해결을 위해 자동차에게 1차선, 자전거에게도 1차선을 준 것.

우리처럼 자전거도로가 인도 한가운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차도와 나란히 있으며 자전거 도로와 차도의 비율도 같다. 언뜻 봐서는 이해 안 가는 구석이지만 암스테르담은 자전거전용도로 구축과 더불어 강력한 차량 억제정책을 쓰고 있다. 차량을 이용해 도심을 관통하려면 그만큼의 혼잡통행료와 주정차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암스테르담 시내 역시 교통체증이 만만치 않다. 고속도로를 달려온 수많은 차들이 1~2차선도로의 시내를 통과하느라 늘어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끼어드는 풍경이나 요란한 경적소리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

심지어 자동차들은 무단으로 도로를 횡단하는 사람이나 갑자기 나타난 자전거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어찌 보면 트렘(2~3칸 정도의 궤도 전차)과 자동차, 자전거와 보행자가 얽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하고 있는 모습이 무질서해 보일 수도 있다.

암스테르담엔 비가 많이 오지만 시민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정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전거를 탄다. 차도를 가로질러 가는 자전거와 보행자가 언뜻 무질서해 보이지만 자전거 이용자는 자전거신호등을 철저히 지킨다. 마찬가지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자전거와 보행자를 배려하는 그들만의 규칙을 가지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앙역 앞. 차도·인도와 구분돼 있는 자전거전용도로가 인상적이다. 한 시민이 유모차가 연결된 자전거를 타고 지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흔한 모습이다.
▲ 자전거전용도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앙역 앞. 차도·인도와 구분돼 있는 자전거전용도로가 인상적이다. 한 시민이 유모차가 연결된 자전거를 타고 지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흔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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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빨간색 자전거그림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뀌면 일제히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해 나아간다. 그야말로 진풍경이다. 교차로 같은 곳에서는 자전거신호등이 먼저 켜져 자전거는 좌회전도 하고 직진도 한다. 자전거가 지나고 나면 그 다음 차량신호등이 켜져 차량과 보행자가 지날 수 있다.

네덜란드가 이처럼 자전거의 교통수송 분담률 세계 1위가 된 것은 지형적으로 산이 없어 평평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 네덜란드 시민자전거이용협회 대표 나타샤의 설명이다. 부평만 보더라도 대부분 평지긴 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드물다. 지형이 자전거 이용에 많은 영향을 주지 않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도시생태국장은 "나타샤 대표가 '네덜란드는 정부차원에서 차량증가로 인한 도심의 교통난과 환경오염과 에너지문제 해결을 위해 자전거에 주목하게 되었고, 자전거를 독립된 교통수단으로 인식하면서 도심에서의 자동차를 억제하고 자전거이용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을 1970년대 초 1차 오일쇼크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시행해왔다'고 했다"는 말을 전해줬다.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위해 설계된 도시, 그로닝겐

그로닝겐시 중앙역(부평역 정도에 해당) 기차에 한 시민이 자전거를 싣는 모습. 네덜란드에서는 자전거를 싣고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 자전거 전용 기차칸 그로닝겐시 중앙역(부평역 정도에 해당) 기차에 한 시민이 자전거를 싣는 모습. 네덜란드에서는 자전거를 싣고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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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북부에 위치한 그로닝겐시(Groningen·인구 18만명)는 암스테르담처럼 번잡하지 않고 조용한 도시다. 그로닝겐시에서도 암스테르담에서와 마찬가지로 보행자와 자전거를 위해 자동차와 트렘이 서행하고 정장의 신사와 치마차림의 숙녀가 자전거 위에서 신호대기하고 있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다.

자전거도시 그로닝겐. 교차로에서 자전거는 자동차보다 먼저 신호를 받게 돼 있으며 사방의 자전거에게 동시에 신호가 주어지는데, 한 번 신호로 자전거는 직진·좌우회전 모두 가능하다. 이 때 보행자와 자동차는 자전거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로닝겐시는 네덜란드에서도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위해 설계된 대표적인 도시다. 도심을 몇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차량운전자들이 한 구역에서 다른 구역으로 직접 통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자동차로 다른 구역으로 가려면 도심순환도로를 이용해서 한참을 돌아가야 하지만, 자전거는 도심의 구역에 관계 없이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이를테면 부평역에서 작전역 정도의 거리를 가려면 자전거이용자는 부평중앙로를 이용해 직진해서 가면 되지만, 차량 이용자는 경인로를 타서 서울외곽순환도로를 이용하고 다시 경인고속도를 이용해 빠져나와 부평중앙로로 진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로닝겐시 버스에 실린 자전거의 모습. 이 같은 풍경은 이색이 아니라 일상이다. 버스에는 전용칸이 없지만 자전거를 싣고 다녀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 버스탄 자전거 그로닝겐시 버스에 실린 자전거의 모습. 이 같은 풍경은 이색이 아니라 일상이다. 버스에는 전용칸이 없지만 자전거를 싣고 다녀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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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도심에서도 자동차 운행을 줄이기 위해 '카-프리 존(Car Free Zone=자동차 금지 구역)'을 지정해 허가받은 일부 차량을 제외하고는 차량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그래서 도심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중앙역에 내려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역과 도심곳곳에는 대규모의 자전거 주차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빠른 배차간격으로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도 빼놓지 않고 있다.

네덜란드 대중교통의 핵심은 유럽의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철도를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철도와 자전거를 연계한 대중교통체계가 발달했다. 우리로 치면 산곡동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는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백운역이나 부평역에 들러 자전거를 싣고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전용 칸이 마련돼 있으며 혼잡한 시간 때가 아니면 전용 칸이 아닌 일반 객실 칸에 자전거를 실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로닝겐시의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한 배려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곳곳에 자전거이정표를 설치해 길을 알려주고 있다. 자전거주차시설은 자전거 도난방지의 역할뿐 아니라 고장수리도 겸하고 있다. 계단이 있는 주차시설에는 어김없이 자전거를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레일 등이 설치돼 있다.

자전거·대중교통 연계와 사람중심 교통정책이 '우선'

네덜란드 도심속 자전거 보관소 전경. 부평역 인근 자전거주차장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수 많은 자전거가 보관돼 있어도 관리자가 따로 있어 도난 위험은 없다. 대여, 수리도 가능하다.
▲ 자전거 보관소 네덜란드 도심속 자전거 보관소 전경. 부평역 인근 자전거주차장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수 많은 자전거가 보관돼 있어도 관리자가 따로 있어 도난 위험은 없다. 대여, 수리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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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과 그로닝겐시의 공통점이 있다면 철도와 버스 등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망이 잘 짜여 있다는 점과 사람중심의 교통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버스의 경우 보행자를 고려해 버스 계단을 없애고 턱을 낮춰 보행자는 인도에서 바로 차량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휠체어도 마찬가지라서 보도에서 바로 차량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돼있다. 우리와는 교통철학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네덜란드가 지금처럼 자전거도시가 되기까지는 30여년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1만명 정도가 자전거를 타고 시에 몰려가 자전거를 탈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자, 시에서는 이에 자전거도로를 구축하고 신호체계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대중교통체계까지 바꾸기 시작했고 지금도 시민들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찾고 이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

또 이를 위해 강력한 차량 억제정책을 펼친다는 데 있다. 공공목적이나 긴급차량이 아니면 도심 속에서 차량을 이용할 때는 혼잡이용료는 물론 엄청난 주정차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자료제공 - 인천녹색연합, 도움말 -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도시생태국장

덧붙이는 글 | 연재 순서
1. 부평구 자전거 이용 현황과 실태
2. 자전거 타고 집에서 학교 가는 길
3.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시장도 가보자
4. 외국의 자전거도시에서 배운다(상, 하)
5. 자전거도시로 가는 국내 도시들 (상,하)
6. 자전거도시는 가능하다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전거도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그로닝겐, #부평자전거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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