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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3개월의 출산휴가를 마치고 고민 끝에 아내는 1년 휴직을 선택했습니다.
 
제가 돈을 잘 벌지 못해 아내가 받는 월 200만원이 넘는 월급을 1년 동안 포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매달 양쪽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도 부담이 갈 것이며, 경조사 챙기는 것, 먹는 것, 입는 것 등이 다 부담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아내는 1년 동안 못 버는 돈보다 아이에게 주어야 할 것을 주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믿습니다. 다른 사람의 손에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1년을 맡길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를 가지고 낳으면서 아내는 내게는 좋은 아내가 되고 아이에게는 훌륭한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물론 저도 존경받는 남편에서 아빠가 되는 것이 나의 인생목표에 첨가되었지요.
 
그러나 3개월의 출산휴가 동안 처음 집 안에만 있는 것을 답답하게 여기던 아내가 어느새 집 안에만 있는 것에 익숙해져 하루 종일 밖을 안 나가도 답답함을 느끼지 않더군요. 그것에 위기감을 느꼈나 봅니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에 대한 개발도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문득 되새겼나 봅니다.
 
퇴근해서 집에 오니 책상에 위의 사진과 같은 것이 붙어 있더군요. 아내의 꿈 한 번 보실래요?
 
1. 피아노를 잘 치고 싶다.
2. 영어를 잘 하고 싶다.
3. 책을 많이 읽고 싶다.
4. 생각을 논리적으로 하고 싶다.
5. 예쁜 선생님이 되고 싶다.
6. 옷을 잘 입고 싶다.
7. 머리를 길러보고 싶다.
8. 민애(제 딸입니다)랑 방학마다 긴 여행을 떠나고 싶다.
9. 요리를 잘 하고 싶다.
10. 웃음을 잃고 싶지 않다. (유머, 긍정적 사고, 자신감)
 
그리고 밑의 표에는 매일의 점검표가 있었는데요. '헤럴드읽기, 리스닝, 독서, 피아노, 운동, 특별활동'이 있더군요. 오늘(3일)에는 헤럴드와 리스닝과 독서를 실천하고 피아노와 운동을 못했더군요. 내일부터 동사무소 내의 헬스장을 다닌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내일부터 2시간 가까이 제 딸 민애는 엄마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저랑 놀아야 될 듯하군요. 이러면 사진안의 동그라미 속의 '최선을 다하는 부모'도 되고, 늘 꿈이었던 '교육프로 엠씨'와 '영어 엠씨'도 해보고, '피아노 협연, 합주'도 할 수 있겠지요?
 
아이를 낳았지만, 동시에 아내는 꿈을 잉태했습니다. 1년 동안의 휴직이 끝나면 그 잉태한 꿈이 건강하게 자라나서 예쁘게 태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근데 저 꿈이 잘 태어나려면, 제가 지금보다 조금 더 부지런해 져야겠네요. 여러분도 아내처럼 '꿈을 잉태'하는 것이 어떨까요?

태그:#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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