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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가장 춥다는 4일 아침, 대관령이 영하 9도를 넘겼다는 기상정보를 들으며 강릉 국유림관리소 직원, 영림단, 산불진화대원들과 삽당령을 올랐다. 구비구비 비포장 임도를 달리기를 30여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산 위에서 나무를 굴려 내리고 있었다.


임도 주변의 간벌목을 잘라서 모으는 중이다.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 산 속에서 숲을 가꾸고 어린 나무를 심고 또 봄 가을에는 산불로부터 숲을 지키느라 애쓰는 사람들. 오늘은 혼자 생활하는 어르신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라고 땔감을 마련 중이다. 목재로 사용할 수 없는 굽고 못 생긴 나무들이지만 톱으로 잘라 장작을 만들면 훌륭한 땔감이다.


 

활용 가치가 없어 버려두면 그만일 나무들을 임도 곳곳에서 모아 차에 싣고 왕산면 노인회관으로 향했다. 트럭에서 나무를 쏟아놓자마자 힘차게 돌아가는 엔진톱, 나무 쪼개지는 소리가 어울려 순식간에 한 차분의 장작이 만들어졌다.


 

좁은 농로길을 따라 찾아간 곳은 산 밑에 있는 초라한 가옥. 물이 새고 집은 기울어져 장막더미를 쌓을 한 뼘 처마 밑도 없어 재래식 화장실 벽에 기대 장작을 쌓았다. 남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집 주변은 이것 저것 치울 것이 많았지만, 급한 대로 화장실 앞에 넘어진 철망만이라도 치워 달랜다. 집주인 원영옥 할머니는 그것도 치우지 못해 화장실 드나들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표한다.


“이렇게 추운 날 장작을 어떻게 했소. 나야 고맙지만 여러분들이 고생이 돼서.”

 

 

윤승국 자원조성팀장은 “부족하지만 추울 때 나무 걱정 마시고 따뜻하게 지내세요” 하면서 인사를 받는다. 한 차분의 땔감으로 겨울을 날 수는 없는 일. 집 뒷산에서 잡목을 베어 오기도 하고, 공사장의 나무 부스러기를 얻어다 모아 둔다고 한다. 참나무 장작은 한겨울 추운 날 아궁이에 넣어두면 땔감 걱정없이 하룻밤을 지낼 수 있다.

 

다음에 찾아간 곳은 75세의 박귀용 할머니집. 작년 겨울 1드럼의 기름으로 겨울을 났단다. 우르르 몰려든 일꾼들에게 커피라도 대접하겠다고 부엌으로 들어서는 걸 말렸다. 부지런한 손놀림에 처마 밑에 장작이 가득 쌓이고 국유림관리소에서 왔다는 말을 잘 이해 못해 ‘산에서 나무 베는 사람들’이라고 하자 집 뒤의 감나무를 좀 베어달란다.


너무 높이 자라 감을 딸 수 없으니 중간쯤 잘라 달란다. 이상인 강릉국유림관리소 소장은 작업 반장을 불러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할머니의 부탁을 들어주라고 지시한다.

 

 

이날 강릉국유림관리소는 숲가꾸기 사업장에서 모은 폐목 44t을 난방유 가격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 등 생활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땔감으로 쓸 수 있도록 나눠줬다.


강릉국유림관리소 이상인 소장은 "숲가꾸기 사업에서 생산되는 나무 중 경제성이 없는 것들도 최대한 수집해 산림재해를 예방하고 사랑의 땔감으로 이용해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태그:#숲가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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