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8시35분 안양시 동안구 범계동에 위치한 고층의 H주상복합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뻔 했다. 안양소방서는 이날 화재를 분석·평가하면서 무엇보다 화재 대처 요령의 교과서와도 같은 주민들의 참착함과 기지를 극찬했다. 이날 불은 범계 상가지역에서만 불과 1시간 30분 차이로 두차례나 발생했다. 오후 7시경 범계 사거리 인근의 상가 건물 벽면에 부착된 간판에서 화재가 발생해 119소방차 10여대가 긴급 출동해 진압한 데 이어 8시35분 인근 고층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같은 지역 연이어 발생한 두차례 화재
먼저 늠뇌골 건물 2층 측면에 부착된 대형간판에서 전기합선으로 추정되는 불이 발생했다. 검은연기가 치솟자 근처에 있던 시민이 신고했고 소방차는 불과 3분도 채 안 돼 도착해 불을 껐다. 1층에서 식사하던 손님들이 계속 식사를 하고 있을 정도로 소방대원들은 순식간에 불을 껐다. 두번째 화재인 H주상복합건물(지상 15층, 지하 5층)의 경우 고층빌딩인 관계로 자칫 대형 참사가 우려됐다. 안양소방서에 따르면 화재신고 접수 4분 만인 오후 8시 42분께 구조대 7명이 현장에 도착해 광역1호(관내 전 구조대 출동) 발령을 요청했다. 그러나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고 곧바로 광역2호(인근 소방서 출동)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의왕·군포·광명·과천 등 8개 소방서에서 201명의 인원과 장비 44대가 투입돼 대대적인 진압 작전을 펼쳤다. 소방 외에도 경찰, 한전 직원, 공무원 등이 동원돼 진화와 구조활동을 폈다.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항공구조대 헬기까지 동원했다. 이런 신속한 대처로 불은 1시간 40분 만에 진화됐다. 화재 대처 교과서처럼 주민 침착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으로 출동한 119 소방대원들은 먼저 주민들에게 "집 안에서 나오지 말고 대기하라"고 방송부터 했다. 이는 집을 탈출하려는 주민들이 나오다가 복도에서 유독연기를 맡고 질식사하거나 화상을 입고 자칫 낙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음식점 등 저층 상가에 있던 상인과 손님들은 긴급 대피하고, 고층의 일부 주민들은 옥상으로 올라갔다가 진화작업을 마친 뒤 구조됐다. 현장에 있던 일부 사람들은 검은 유독연기에 질식돼 인근 한림대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으나 큰 피해는 없었다. 안양소방서 관계자는 "300여 명의 주민들이 물수건으로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문틈을 막는 등 침착하게 대처했다"며 "휴대전화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친지에게 알리거나 일부는 휴대전화와 호실 번호가 적힌 페트병을 밖으로 던지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날 대형화재는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음에도 1명이 가벼운 화상을 입는데 그쳤다"며 "소방관의 지시를 잘 따라준 주민들 덕분에 큰 피해가 없었다. 주민들의 침착한 대처에 박수를 보낸다"고 주민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한편 이날 두번째 화재가 발생한 지상 15층의 H주상복합건물은 연면적 3만2천362㎡으로 4-15층 오피스텔에 317가구가 입주해 있다. 소방서는 불이 2층 중국음식점 주방의 튀김가마솥에 담겨 있던 기름에 가스레인지 불이 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불로 1~2층 2894㎡가 전소되고 차량 10여대가 불에 탔다. 주민 19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명이 화상을 입고 4명이 치료를 받았을 뿐 큰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이날 화재는 주상복합건물의 화재시 인명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일반건축물에 비해 무려 7배나 높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주상복합건물은 아파트와 달리 10cm 정도밖에 열리지 않는 고정식 창문에 베란다도 없어 대피공간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 건물의 계단은 건물 중심에 위치해 평소에도 잘 찾지 못할 정도로 철문을 통과해야 하고 미로와 같다는 점에서 정전으로 인해 자칫 인명피해가 이어질 수도 있었다. 아울러 이날 발생한 화재 지점이 도로 옆이어서 소방차들의 접근이 쉬워 다행이었지만 범계 로데오거리 중앙 지점일 경우 차량진입 방지시설물이 설치돼 소방차 진입이 어렵다. 안양소방서는 "범계역 로데오거리 대형건물에 542개, 평촌 로데오거리에 362개의 상점이 입점해 있으나 차없는 거리 운영을 위해 설치된 차량진입 방지시설 대부분이 개폐장치가 없는 고정식이어서 화재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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