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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도봉구의회에서는 지방의원 의정비를 서울에서 가장 높은 금액인 5700만원으로 결정했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난 것이다.

무보수 명예직이던 지방의원이 유급제로 바뀌면서 어느 정도 의정비 인상이 예상되긴 했지만 유급제로 바뀐 후 주민들이 느낄 수 있는 질적인 변화가 없는 현실에서 턱없는 의정비 인상은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현행 조례상 지방의원 의정비는 지방의원 스스로 결정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대로 정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일인 만큼 엄격함과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 수렴은 꼭 필요한 절차다.

이런 관점에서, 도봉구 의원 의정비 인상 과정에서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제대로 된 심의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의정비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에 참여했던 한 심의위원의 말을 빌리면, 심의위에서 의정비 책정 시, 원칙이나 근거를 두고 토론하기보다는 주변 자치구의 눈치를 보는데 급급했다고 한다. 심의위의 50%를 구의회 의장이 추천하게 되어 있는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행태일 수 있다. 심의회의에 구의원들이 들어온 일들이 있는데, 이는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간에 심의위원들에게 압력으로 비쳐질 수 있는 옳지 못한 처사다.

둘째, 주민의 의견을 듣겠다는 진지한 태도를 찾아볼 수 없다

의정비의 결정 과정에서 납세자인 주민들의 공감대를 얻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의회는 쉬운 방법인 홈페이지 여론조사만을 주민의견수렴의 수단으로 삼았다. 공청회나 토론회를 통해서 각 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 그렇게 두렵고 번거로운 일인지 묻고 싶다. 게다가 한 언론기사에 따르면 연봉 수준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에 표가 몰리자, K구의원이 설문조사 의혹을 제기하며 구청직원을 폭행하는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지역 시민단체인 동북여성민우회, 한살림 북부광역지부, 참교육학부모회동북부지회, 그리고 민주노동당 도봉구위원회 등에서는 ‘주민의 동의 없는 의정비 인상안에 반대하는 주민서명’을 800명 이상 받아서 의회에 의견서와 함께 제출했으나 의회에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심지어 한석구 의장은 “35만명 중에 800명이 뭐가 많냐”며 의견을 묵살했다. 한 사람의 의견도 귀 기울여 듣는 게 의원으로서의 자세일 텐데, 주민들의 서명을 묵살하는 자세를 볼 때 의원으로서 자질이 심히 의심스럽다.

셋째, 날치기 통과나 다름없다

의정비 인상 문제는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고, 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다. 이런 사안을 처리하는데 미리 의사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개회 선언 직후 신속하게 만장일치로 처리하는 행태는 날치기나 다름없다. 토론의 장이어야 할 의회의 역할을 의원들 스스로 돈 앞에서 버렸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도봉구 의원 13명(한석구, 고동성, 권은찬, 김용석, 김용운, 김원철, 문명희, 신창용, 이경숙, 이금주, 이석기, 이성희, 조숙자) 어느 한 명도 그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도봉구 의회의 이번 결정을 주민의 한사람으로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지역 시민단체에서는 주민감사청구, 주민소송, 주민소환 등 가능한 대응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알리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도봉구청장은 주민들의 의견을 고려해 의회에 재의를 요청하는 게 마땅하며, 의회에서는 의정비와 관련한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다시 한번 제대로 거치는 게 옳다.

참고로 도봉구 의회가 의정비 인상안을 가결할 당시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본 시민단체 회원의 증언을 덧붙인다.

시민단체의 일원으로서 몇 해 동안 의회방청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지난 10월말에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 구의원 의정활동비의 과도한 인상안을 알게 된 후로는 특별히 더 의회를 주시하고 있었다.

12월 5일, 이날 의회일정은 전날 있었던 구의원들의 구정질문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답변으로 잡혀있었다. 그런데 10시 의회회의가 시작되고 한석구 의장이 의회일정으로 의정활동비 인상안을 반영하는 도봉구의원조례 개정안을 상정하는 것이었다. ‘의회 홈페이지에 공고된 일정엔 분명히 없었는데’라는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이 조례개정안이 통과되었다. 단 1분도 걸리지 않는 듯 느껴졌다.

신창용 의원이 제안설명에서 의원의 월정 수당을 187만원에서 365만원으로 올리는 의정비심의위원회의 안을 그대로 수용한다고 밝혔다. 합리적 기준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의장의 ‘질의 답변 없습니까?’ 라는 질문에 의원들은 거의 모두 소리 높여 ‘예’라고 답하였고, ‘그럼 이대로 통과해도 좋겠습니까?’ 라는 질문에도 한결같이 소리내어 ‘예’라고 답함으로써 순식간에 의원활동비의 대폭인상(월정수당 92.1%인상)이 결정되었다.

몇해 동안의 의회방청중 이렇게 조례개정에 의원들이 모두 소리 높여 ‘예’라고 답하는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대개는 한 두 명의 의원만이 ‘예’라고 답할 뿐이었다.

사실 할 수만 있다면 손들고 소리쳐 질문하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질문하기에 앞서 욕부터 해주고 싶었다. 어떻게 그렇게 구민의 눈치를 보기는커녕 의견서를 냈음에도 묵살할 수 있는지 그 후안무치한 행동에 분노가 일었다.

도대체 합리적 기준이란 것이 무엇인가? 내가 알고 있는 기준은 지역주민의 소득수준,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 물가상승률,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실적이다. 이러한 기준에서 그런 인상률이 가당키나 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기준이 있는 것인지 지금이라도 누군가 속 시원히 답해 준다면 좋겠다.

-서울동북여성민우회 김영림 지역자치위원

덧붙이는 글 | 지역신문인 리빙타운 신문에도 보낼 예정입니다



#의정비,의정비인상반대,도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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