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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호 1번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측 책자형 선거공보 표지.
기호 1번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측 책자형 선거공보 표지.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기호 12번 이회창 무소속 대통령 후보 측 책자형 선거공보 표지 사진.
기호 12번 이회창 무소속 대통령 후보 측 책자형 선거공보 표지 사진.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대선을 앞두고 각 가정에 발송된 후보들의 선거 공보를 꼼꼼히 살펴본 이들이라면 한번쯤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기호 1번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기호 12번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선거 공보 표지에 똑같은 어린이 모델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남녀 어린이들은 옷과 머리모양까지 같다. 공교롭게도 첫 번째 기호를 단 후보와 맨 마지막 후보의 선거 공보 표지에 같은 얼굴이 등장한 것이다.

정동영 측 "정말 아이가 같아요?" - 이회창 측 "경위 파악중"

먼저 정 후보는 공보 표지에 할아버지, 할머니·엄마·아빠·오누이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밝게 웃고 있는 사진을 썼다. 배경에는 '가족이 행복한 나라-이제 우리 가족은 혼자가 아닙니다, 정동영이 동행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 후보는 남녀 어린이가 파란색 띠의 네모난 창을 들고 정면을 보며 밝게 웃고 있는 표지다. 배경엔 '반듯한 대한민국 만들어주세요!'라는 말이 써있다.

그런데 두 표지에 등장하는 남녀 어린이가 같다. 옷과 머리 모양까지 똑같다. 남자 어린이는 연두색 스웨터를, 여자 어린이는 노란색 스웨터에 노란 점퍼를 입고 있다.

뒤늦게 선거 공보에 같은 어린이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안 캠프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

정동영 후보 측 홍보를 맡은 윤흥렬 총괄기획본부장은 기자의 말에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애기가 같다구요? 같은 아이예요?"라고 몇 번이나 되물었다. 윤 본부장은 "(기자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 그 사실을 몰랐다"며 "만약 제작업체가 같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이회창 캠프 측도 황당하다면서 경위 파악에 나섰다. 홍보팀의 석철진 교수는 "홍보물을 만들 때 직접 촬영한 사진을 쓸 수도 있지만, 대형 이미지 라이브러리(데이터베이스)에서 사진을 사서 만들 수도 있다"며 "정 후보 측도 우연히 우리와 같은 라이브러리에서 사진을 산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정동영-이회창, 선거공보로 동행하나" 비아냥

이 사실을 알아낸 한나라당은 두 후보 측을 싸잡아 비난했다. 특히 검찰의 'BBK 사건' 수사 발표를 비판하면서 묘한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이 후보 측을 야유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6일 논평을 내어 "이회창 후보가 급하긴 급했나보다"며 "2050만부를 찍는 공보물에 그만 정동영 후보가 쓴 모델들을 그대로 쓰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대변인은 "이런 코미디가 없다"며 "졸속 후보에 졸속 공보물"이라고 이 후보 측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교롭게도 정 후보 공보물의 표제는 '동행'인데 이 후보는 정 후보와 동행하기로 했느냐"며 "검찰 발표에 훌리건식 반응을 하는 것을 보니 동행은 동행"이라고 냉소를 보냈다.

이에 이회창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것이 공당의 대변인까지 나서서 비난 논평을 내야할 만큼 큰 일이냐"며 "박 대변인이 디자인 작업과정을 잘 몰라서 그런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편,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선거 공보는 후보 측에서 제작해 선관위에 제출하게 돼 있다"며 "제작업체가 같을 경우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지금까지 후보 선거 공보 표지에 같은 모델이 등장한 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선관위는 오는 8일까지 각 후보 측에게서 1장짜리 '전단형 선거공보'를 받아 14일까지 투표 안내문과 함께 발송한다.


#이회창#정동영#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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