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했다고 6일발 조선중앙통신을 인용, 연합뉴스가 전했다. 부시 대통령의 친서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평양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통해 박의춘 외무상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친서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연합뉴스는 밝혔다.
이번 친서 전달은 지난 10월 3일 북핵 불능화와 함께 북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를 중심 내용으로 하는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제2단계 조치' 합의문이 타결되면서 순조롭게 진행돼온 6자회담의 긍정 영향으로 해석된다.
또한, 지난 10월 4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선언에서 천명된 한반도 종전선언에 따른 북미 간 관계정상화의 청신호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전망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친서를 전달한 힐 차관보의 평양 방문과 관련, 조선신보는 6일 평양발 기사를 통해 "평양비행장에 도착한 힐 차관보는 6자회담 조선 측 단장에게 '설명'할 내용이 있다고 하였다"며 "그의 발언은 조선의 '의무 이행'에 대한 미국 측의 화답이 이번 방문에서 토의된 주요의제의 하나였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또한 "평양 도착 시 힐 차관보는 2단계조치가 이행되게 되면 '조미관계에서도 극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며 "기자들에게는 미국 내의 다양한 여론, 특히 강경보수세력의 동향을 살피면서 대응해나가야 할 외교관의 괴로운 심정을 토로한 말로 들렸다"고 밝혔다.
신문은 이어 "현재 이행 중에 있는 2단계조치가 차질 없이 마무리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조미쌍방이 2008년 이후의 행동계획에 대하여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절차라고 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조선신보, 힐 차관보 발언 인용해 '북미관계 정상화 과정 개시' 전망
특히, 신문은 "이번 방문기간 힐 차관보는 기자들에게 10·3공동문서에 따라 2단계조치가 이행되면 '조선과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실현하는 과정을 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국 측이 비핵화를 위한 자기의 의무 이행 완료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 부시정권의 마지막 1년, 즉 2008년 안으로 '이 과정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하였다. 부시정권의 이러한 구상과 계획은 아마도 그의 체류기간 조선 측에도 전달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종전선언과 관련, 조선신보는 "2단계 6차 6자회담의 직후 열린 북남수뇌회담에서는 조선전쟁의 종전을 선언하기 위한 '3자 혹은 4자수뇌회담'의 구상도 떠올랐다. 종전에 없었던 다양한 쌍무적, 다무적 외교가 앞으로 벌어질 수도 있다"며 "새로운 상황변화에 대응하여 2008년의 격변을 준비하기 위해 조선반도 비핵화과정의 추동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시점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국내의 대북 전문가들 또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6일 연합뉴스 인터뷰를 통해 "부시 대통령의 친서에는 '핵 불능화와 관련해서 약속대로 제대로 해라', '북미관계 개선이나 평화체제 구축을 향해 협조해 나가자'는 내용이 들어있을 것"이라며 "친서 전달은 핵문제 해결과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부시 대통령의 정책의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 "북미 간 신뢰 형성...북미관계 정상화 빠르게 진전될 것"
정 전 장관은 이어 "힐 차관보가 사흘이나 북한을 방문했으니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친서에 대해 상호주의에 따라 부시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을 것"이라며 "앞으로 북미관계가 상당히 빠르게 진전될 것인데 이 속도에 우리가 어떻게 따라가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고 말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부시 대통령이 친서를 전달했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대단한 중요한 일"이라며 "결국 북미 간 여러 가지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고 신뢰를 쌓아가자는 것이 기본적인 내용이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그동안 김 위원장과 부시 대통령 간 상호 부적절한 표현들이 많았는데, 부시 대통령이 친서를 보낸 자체는 김 위원장을 공식적으로, 문서로 인정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이 미국에 확실한 의지와 행동을 보여 달라고 요청해온 데 대해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셈"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종전선언과 관련, 김 교수는 "북한이 신고와 관련된 부분을 조속히 해낸다면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남북정상선언 내용을 존중하고 미국도 함께 할 용의가 있다는 의지도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김정일 위원장이 부시 대통령에게 답신을 줬는지는 모르지만 이번 부시의 친서만으로도 북미 간 신뢰가 형성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악의 축' '테러지원국' 등 강경 대북적대정책을 추진해온 부시 대통령의 이번 친서가 향후 북핵 불능화와 테러지원국 해제를 통한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종전선언의 청신호로 작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처음으로 친서를 전달한 부시 대통령과는 달리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와 1999년, 그리고 2000년 10월 방북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통해 3차례에 걸쳐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0년 10월 특사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통해 클린턴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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