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로 올해 대한민국 만화대상을 받고는 “고목나무에 꽃핀 것 같다”고 말했던 만화가 이현세. 한국 대표 만화가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가 이번에는 생애 첫 개인전으로 팬들을 찾는다. 오는 1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홍대 앞 상상마당 아트마켓에서 열리는 ‘잃어버린 신화전’이다.
한때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누명을 쓰고 법정투쟁에까지 나서게 했던 작품. 그러나 이 작품을 통해 그는 다시 우리 민족의 시원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피그미족도 갖고 있는 창세 신화가 우리에겐 없다”면서. 창세 신화 부재에 대한 문제의식의 표출이다. 동서 2만 리 남북 5만 리에 이르는 너른 대륙을 호령했던 우리 민족 상고사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전시의 기본 줄기는 그가 우리 창세 신화를 작가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천국의 신화>다. 여기에 사대주의와 식민사상에 점철되고, 외국문물에 의한 오염된 혹은 사라진 우리 상고사를 찾자는 이야기를 건넨다.
우주와 인간에 대한 창조 이야기를 통해 우리 상고사에 좀더 가깝게 다가가고자 마련된 자리. 마치 신전과 같이 구성된 전시공간은 천신을 섬기던 우리 민족의 제사의식을 재현하고 있다. 그 입구를 지키는 용과 봉황을 지나면, 작품 속 창세 신화 에피소드 맥락에 따른 에피소드와 역사 속 문헌에서 발견되는 우리 민족의 시원에 대한 갖가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신전 안쪽에는 우리나라 고대 철학의 한 개념인 팔괘를 본딴 팔각형의 제단이 있고, 그 안에는 신진작가와 후배작가들이 바치는 헌정화가 담겨 있다. 거의 모든 전시물이 작가의 원화로 구성된 데다 <천국의 신화>를 구상하며 그렸던 콘티북, 육필원고 등이 함께 전시될 예정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큐레이터 강진숙씨는 “이번 전시는 <천국의 신화>를 통해 가장 대중적인 문법으로 우리에게 근원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한 작가의 고민과 함께하는 자리”라면서 “우리 상고사의 공백을 메우고 만주벌을 호령하던 우리 민족 영웅들의 기상을 기리는 현대판 제의 의식으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신화와 <천국의 신화>를 주제로 한 만화계 안팎 다양한 예술적 성과물들도 함께한다. 만화가 김진석, 박정욱씨는 다른 나라나 민족의 창세신화를 단편으로 옮긴 <세계의 창세 신화>를 전시하고, 우리나라 고대 국가의 통치율법이었던 <삼화경>을 주제로 <천국의 신화> 표지화를 그렸던 최태병 화백은 한국화 연작을 선보인다. 도자기 작가 이영자씨의 <천국의 신화>를 주제로 한 도자기 작품들과 디자이너 박희숙씨가 직접 제작한 치우천왕 코스튬, 미디어 작가들이 만든 <잃어버린 신화>에 대한 동영상도 볼 수 있다.
전시 기간에는 워크숍과 작가와의 만남 등의 부대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15일에는 한국화 기법에 관한 워크숍이, 15일과 22일 양일에는 이현세 작가와 함께하는 창세 신화에 대한 대담회가 마련된다. 이번 전시는 KT&G 상상마당과 한국만화가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