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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사진작가)·류연복(목판화가)·박남준(시인)·임의진(목사·작가)·한희원(서양화가). 다들 결코 가볍지 않은 이름의 무게를 지니고 오늘을 살아가는 예술인들이다. 이들이 한데 모여 또 판을 벌였다. 이름하여 ‘오락가락전(五樂街樂展)’.

“다섯이어서 즐겁고(五樂), 길에서 만나니 더더욱 즐거워라(街樂)!”

 오락가럭전을 주도한 임의진 목사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오락가럭전을 주도한 임의진 목사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 이주빈

6일부터 서울 정동 경향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다종예술가 5인이 벌이는 ‘난리굿판’의 주제다. 임의진 목사의 말을 빌리자면 “길에서 만나 그냥 술 마시고 놀기 심심해서 시작”한 판이 벌써 두 번째다.

지난봄엔 광주에서 ‘5공화(畵 또는花)국전’을 열어 대성황을 이뤘다. 알림장을 다시 찍고, 그림도 두 번째 갈아 걸었을 정도. 이 판을 주도한 임 목사는 “세상이 하도 재미없으니까 우리끼리라도 재밌어보자고 벌인 일”이라고 유쾌하게 웃는다.

물론 비단 그 뿐은 아니다. 임 목사의 설명이다.

“대개 예술가들은 자기작업에 만족하고 만다. 그 관계의 단조로움을 넘어 다종(多種)예술인들이 함께 지향하는 판을 만들고 싶었다. 히피가 무엇인가. 세상에 엉덩일 돌리는 일종의 문화적 투쟁이다. 우리가 벌리는 판도 우리의 투쟁이다.”

그 투쟁의 핵심 키워드는 희화화다. 광주에서 열린 ‘5공화국전’도,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오락가락전’도.

“대선 국면에서 정치인들이 합종연횡을 하고 있다. 그들의 합종연횡이 민중들에게 정치적·정서적 행방을 줄 수 있나? 결코 아니다. 누가 오락가락하며 살고 있는가. 그들은 우리더러 미쳤다고 할 것이다. 우리가 보기엔 그들이 제정신이 아니다. 우리는 그들을 희화화시키고 싶었고, 이번 오락가락전도 그들을 희화화시킴으로써 민중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작은 해방구로 만들고 싶었다.”

류연복 작가는 이번에 목판화 스물다섯 점을 냈다. 류 작가는 “장르가 다른 친구들과 교류하는 것은 서로 배우고 재밌는 일”이라며 “길에서 만난 인연, 다시 공동전시회라는 공간을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니 그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라고 행복하게 웃는다.

별과 바람을 화폭에 담아온 한희원 화백은 열두 작품을 냈다. 그는 화단에서 “시 같은 그림을 그린다”는 평을 받아오고 있다. 아니 그의 작품은 시 자체인지도 모른다. 그는 “혼탁한 세상에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자체가 좋다”며 빙그레 웃는다.

세상을 향해 던지는 다섯 사내의 유쾌한 도전, 오락가락전. 그들의 세상을 향한 희롱은 오는 12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서울 정동 경향갤러리에서 시작된 '오락가락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다섯 사내들.
서울 정동 경향갤러리에서 시작된 '오락가락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다섯 사내들. ⓒ 이주빈


#임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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