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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에 발생한 강화도 총기탈취 사건이 대선후보들의 유권자 대면접촉과 활동공간을 제한하는 등 새로운 선거 변수로 등장했다.

 

검찰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족쇄였던 'BBK 뇌관'을 해체하자, 이번엔 지지율 1위인 이명박 후보에 대한 테러 위협이 막판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특히 자신이 강화 총기탈취사건 용의자라고 주장하는 한 남성이 어제 오후 5시쯤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 전화를 걸어 이명박 후보를 총기로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나라당에는 비상이 걸렸다. 경찰은 일단 장난전화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전화 협박범이 총기탈취범과 동일인물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 후보측, 총기탈취 당일부터 민첩하게 경호태세 강화

 

이명박 후보 선대위는 이미 사건 발생 당일부터 민첩하게 이 후보 경호 태세를 강화했다.

 

6일 저녁 KBS에서 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토론회를 마친 다른 대선후보들은 모두 KBS 정문을 통해 나갔지만 이 후보만 지하 주차장을 통해 방송국을 빠져나갔다. 탈취범이 서울로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경찰 첩보 때문이었다.

 

총기탈취 사건이 발생한 시각은 6일 오후 5시40분경. 해병 2사단과 육군 17사단에 '진돗개 하나'가 발령한 때는 6시30분. 한나라당은 그로부터 세 시간 뒤에 TV토론회를 마치고 나온 이 후보를 긴급 '대피'시킨 것이다.

 

이후 한나라당은 7일부터 충북 청주 거리유세를 취소하는 등 이 후보의 옥외 일정을 대폭 줄였다. 또 실내 유세 때는 폭발물 탐지견까지 동원해 경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 후보측은 총기 탈취범이 잡힐 때까지 불특정한 청중이 많이 모이는 거리유세는 당분간 자제할 방침이다.

 

이 후보는 경호팀의 권유로 방탄조끼를 입었다. 이를 반영하듯, 한나라당 홈페이지 모바일 응원 메시지 보내기 코너에는 "총기탈취사건도 있고요. 선거유세 나가시기 전 방탄쪽기라도 입으셨으면 합니다. 아자, 파이팅"이라는 메시지가 올라오기도 했다.

 

정동영·이회창 방탄조끼 사양... 정 후보는 둘째아들이 해병2사단 근무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경찰의 경호 강화 요청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정 후보의 정기남 공보특보는 "정 후보는 유권자들과 포옹하는 '안아주기' 캠페인으로 인해 노출에 따른 위험도가 더 높은 상황이지만 사건 발생 이후 근접 경호 인원을 늘리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총기탈취 사건 이후 테러 위협에 대한 사회 심리적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경호팀이 평소보다 경각심을 갖고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후보는 경찰이 권고한 방탄조끼 착용도 사양했다. 공교롭게도 정 후보의 둘째아들은 총기탈취 사고가 발생한 해병2사단에 근무하고 있다. 따라서 정 후보는 아들과 아들의 군동료들 때문에도 방탄조끼를 입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정 후보는 8일 오전 인천 서구 금곡동 해병 2사단에서 사단장(葬)으로 거행된 고(故) 박영철(20) 상병(1계급 추서) 영결식에도 다른 일정을 미루고 맨 먼저 찾아가 유족과 장병들을 위로했다.

 

'계란 세례'를 받았던 무소속 이회창 후보 역시 가급적 방탄조끼를 입으라는 측근들의 권고에 '그럴 필요 있느냐'며 사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 또한 유세 때마다 점퍼 차림으로 '국민 속으로' 다가가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어 후보의 유권자 접촉을 막을 수 없는 형편이다.

 

통합신당 "테러 이유로 대국민 접촉 기피 후보는 대통령 자격 없다"

 

그러나 경찰은 7일부터 이른바 '빅3 후보'를 중심으로 대선 후보의 경호팀 인력과 장비를 대폭 늘려 후보들의 방문지마다 주변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경찰은 후보들의 요청과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경찰특공대 전술팀(SWAT)을 2개에서 5개로, 주요 후보의 자택에도 1개 전술팀을 따로 배치했다. 또 유세장 인근 건물에 저격용 소총으로 무장한 특수저격조도 두 배로 늘렸고, 경찰특공대 전술팀을 태운 헬기도 근처에 대기토록 하는 등 경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한편 총기탈취 사건은 대선 후보간 새로운 공방을 펼치는 소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통합신당 8일 '국민 불안은 안중에 없는 이명박 후보'라는 논평을 내고 "국가 지도자는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면 국민을 안심시키고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이명박 후보는 총기탈취사건이 발생하자 나 혼자만 살겠다고 꼭꼭 숨어버렸다"면서 "테러를 이유로 대국민 접촉을 피하는 등 불안한 국민은 안중에 없는 모습이다"고 꼬집었다.
 
통합신당측은 "총기탈취사건이 발생해도 대통령은 공식행사를 취소하지 않는다"면서 "지지율만 믿고 대통령 흉내를 내면 '위장 대통령'이 된다. 국민을 팽개치고 나 혼자만 살겠다고 줄행랑을 친 사람은 국가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공세를 폈다.


태그:#총기탈취,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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