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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많은 사람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또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8일 오후 문국현 후보가 후보단일화가 결렬 됐음을 선언했다.

 

후보단일화를 할 것인지 문제는 본인이 선택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단, 그동안 문국현 후보가 보여준 행보와 지지자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문국현 후보는 10월 대전방문 당시 11월이면 20%의 지지도가 나오고 12월 초면 역전의 발판이 마련 돼 '다윗과 골리앗의 한 판 싸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지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완만하게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10%가 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본적이 없는 듯하다.

 

문 후보야 뒤늦게 대선에 뛰어든 점과 선거비용 부족, 군소정당 후보인 탓에 거대정당 후보보다  TV토론 노출이 적은 이유 등을 들어 변명을 할 여지는 있지만 그걸 예상했더라면 '미리' 출마 선언도 하고 국민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를 만들었어야 한다고 본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더욱이 정치판에서는 더더욱.

 

후보단일화와 관련해서도 그는 헛갈릴만한 말들을 해 왔다. 한마디로 지적하면 하겠다는 것인지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를 사이에 두고 왔다 갔다 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그는 정동영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제안하자 단일화는 '죽음의 키스'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다가도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기 직전에는 뒤늦게 '문호는 항상 열려있다'며 정 후보에게 단일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문제는 후보단일화 전제조건과 관련 유일한 상대인 정동영 후보의 사퇴를 지속적으로 얘기 했다는 것이다. 물론 정동영 후보가 참여정부의 공, 과를 함께 책임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당내 경선을 통해 뽑힌 후보에게 무조건 현 정부의 실정을 책임지고 백의종군 하라고 하는 것은 '나이브'한 주장인 것만은 틀림없다. 더군다나 정동영 후보는 당적 세탁까지 했는데.

 

문 후보는 오히려 '모바일 경선'등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걸며 단일화를 압박했어야 하는데도 단일화 협상 막판에는 선관위의 단일화 토론 방송중계 불가 결정을 트집 잡아 단일화 논의를 진전시키지 않았다.

 

마치 TV출연을 못해 안달난 사람처럼 행동한 것은 두고두고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모바일 투표 뿐만 아니라 두 후보를 각 각 지지하는 1천 명 정도의 선거인단을 모집 한 뒤 집중적인 토론을 통해 상대 지지자를 설득해 내는 과정을 거쳐 투표하는 방법 등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단일화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그걸 몰랐던 걸까? 아니면 단일화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던 걸까?

 

문 후보는 자신을 제외한 타 후보들을 '부패세력'으로 몰고 갔지만 서민들 입장에서 보면 그도 두 딸에게 6억 원 가까운 주식을 물려 준 '돈 있는 기득권 세력'이다. 어느 정도는 상대도 인정 할 줄 아는 정치력을 발휘했어야 하는 데 그런 점이 모자란 걸 현재의 지지율이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문국현 후보는 다른 어떤 후보보다 '꽤 괜찮은 대통령 후보'임에는 틀림없다.

 

이젠 창조한국당과 '문함대'로 대표되는 그의 지지자들에게로 눈길을 돌려보자.

 

멀리 갈 것도 없다. 하루 전인 7일 대전을 방문한 문국현 후보는 창조한국당 대전시당 관계자들에게 쓴 소리(?)를 한마디 했다. 그는 이날 오전 대전MBC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문화방송을 방문한 자신을 맞이한 뒤 바로 떠나려는 시당 관계자들에게 "그런거에 너무 열중하지 마세요"라고 충고 아닌 충고를 했다.

 

문국현 후보가 말한 '그런거'란 BBK사건과 관련 대전지방검찰청 앞에서 하기로 한 규탄 대회를 말한다.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그의 대전 방문 때마다 취재를 하며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던 사람으로서 그의 말 한 마디에 서운함이 짙게 배어 있음을 느꼈다.

 

그는 창조한국당을 창당한 당원들과 문함대로 대표되는 지지자들이 5년 전에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었던 노사모만큼 해 주길 바랐고 또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무모한 정치판에 뛰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지자들은 창조한국당과 '문함대'로 대표되는 서포터즈로 양분 된 그 상태로 시간을 허비 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열기는 떨어졌다. 고작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금모으기 운동'을 제안 하거나 '선거자금이 부족하다'는 하소연 뿐이었다.

 

5년 전 노무현 후보가 대전을 방문하면 며칠이 걸려서라도 후보의 동선을 따라 방문하는 장소 및 그 인근을 노란색으로 물들였던 열정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치 풍선 대신 문국현 후보를 나뭇가지에 올려놓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문국현 후보 자신은 할 만큼 했다고 본다. 후보는 대한민국에 많은 화두를 던졌고 그 자신 자체가 이슈 메이커였다. 하지만 창조한국당과 문함대는 5년 전 '돼지저금통'으로 상징되는 노사모처럼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아직 열흘 정도의 시간이 남았지만 선거기간 내내 인터넷을 통한 '댓글달기'를 제외하고 문 후보 지지자들이 어떤 뉴스를 만들어 냈는지 생각해 보라. 난 기억에 없다.

 

희생 없인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걸 잘 알만한 그의 지지자들이 정치를 재미삼아 하는 듯한 모습을 보며 '저렇게 해서 잘 될까?'라는 생각을 한 두번 한 게 아니다. 누군가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 하는 순간 모든 게 예상됐던 일이라고.

 

각설하고, 오늘 창조한국당은 후보단일화 결렬을 선언하며 '남은 12일은 짧은 것 같지만, 9회 말 역전을 이루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밝혔지만 문국현 후보가 그토록 자신하던 '다윗'이 되지 못한 것처럼 그들의 발표는 그냥 발표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대전시티저널 (www.gocj.net)과 다음 (www.daum.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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