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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는 대선 투표일을 10일 앞둔 9일 오후 6시, 광화문 이번 대선기간 중에 최대인파 앞에 섰다. 신당이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연 '정치검찰 조작수사 진상보고대회'에는 1만여명(경찰 5000명, 신당 2만5000명 추산)이 모였다.

 

참가자들 중에는 가족단위 참가자들의 모습도 보였고, 이날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청주에서 일부러 왔다는 40대 회사원도 있었다.

 

인파가 동화면세점 앞에서 코리아나 호텔앞까지 이어지고 3개 차선까지 내려가자, 신당관계자들은 "우리 예상보다 훨씬 많이 왔다, 중년 남성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들은 우리가 조직할 수 있는 층이 아니다"며 "7일 (정 후보 텃밭인) 전주 때보다 많다, 이번 대선 기간 중에 가장 많은 수가 모인 것은 분명하고, 87년 대선 이후 최대 아닌가"라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신당은 매일 광화문에서 '정치검찰 규탄' 촛불집회를 열고, 13일에는 다시 총력집회를 할 계획이다. 이날 유세에는 정대철 총괄선대위원장과 김근태·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과 유시민 의원 등 의원 30여명, 강금실 전 장관, 추미애 전 의원 등이 나섰다.

 

정동영 "참여정부 잘한 것은 노 대통령 공, 못한 것은 다 내 책임"

 

판사 출신인 추미애 전 의원은 "전두환 정권 시절 판사를 하면서, 이 땅의 정치발전 없이는 사법 정의를 진전킬 수 없다는 것을 실감했었다"며 "지금 사법정의가 무너질 상황인데, 이번 BBK 사건을 바로잡지 못하면 우리가 피땀 흘려 일궈낸 민주주의와 정치발전을 지켜낼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검찰독립을 지켜줬던 전 법무부 장관으로 참담하다"는 심정을 밝혔다. 그는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겨눴을 때,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을 구속시키고 현직 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를 파헤쳐을 때 국민들이 박수쳤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명박 후보에겐 그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계속해서  "검찰은 도곡동 땅 주인이 누구인지, 다스의 주인이 누구인지 수사를 못했다고 하지만 국민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 태안의 기름유출 현장을 방문하고 돌아온 정 후보는 "5년 전에 우리는 민주주의가 확실히 뿌리박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촛불들고 광화문에 섰다"며 "지금 광화문에 넘치는 것은 인파가 아니라 우리들의 분노"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어 "물은 99℃에도 끓지않고 딱 100℃가 돼야 끓는데, 지금 민심이 90℃까지 뜨거워졌다"며 "열흘 밤낮으로 우리의  분노가 끓어 넘치고 대한민국 국민의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이 풀리는 날, 도저히 사기꾼 거짓말쟁이로는 우리 아들, 딸들의 미래를 열수 없다는 그러한 마음이 들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유세장에 나온 오카다 전 민주당 당수 "정동영 파이팅"

 

정 후보는 참여정부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적극 사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을 때 정동영은 어디에 있었나 반성한다"며 "국민들이 '수입은 적고 아들딸들의 취직이 안 되는데, 부패해도 좋고 거짓말쟁이어도 좋고 전과 14범이어도 좋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것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이 정부에서 잘한 일이 있다면 모두가 노 대통령의 공이고, 이 정부에서 잘못한 모든 것은 대통령의 꿈을 갖고 있던 정동영의 책임이라고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7일 MBC방송연설에서도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국민들이 고통받을 때 (노무현) 대통령 눈치를 봤다, 백배사죄한다"고 말했었다. 그는 "아무리 정권을 바꾸고 싶어도, 부패로 가는 변화여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정 후보의 광화문 유세에는 오카다 전 민주당 당수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유세현장을 지켜보던 오카다 전 당수는 정 후보의 소개로 연단에 올라와 "파이팅 정동영"을 외치기도 했다.

 

정 후보는 "오카다 당수는 53년 동갑으로, 서울과 동경을 오가면서 일본 정치를 개혁하고 한국 정치를 개혁하자고 이야기 했던 친구인데, 오까다가 승리하는 것은 일본 정치의 전진이고 정동영이 승리하는 것이 한국정치의 전진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당은 계속 BBK 올인 투쟁 "총선까지 간다"... 단일화 노력은 계속

 

이날 유세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신당은 계속 검찰의 BBK사건 수사발표를 계속 물고늘어질 계획이다. 이해찬 전 총리가 위원장을 맡은 '정치검찰 이명박 유착 진상규명 비대위원회'가 이 문제에 집중하기로 했다.

 

신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우선 BBK특검법을 통과시켜 대선은 물론 총선 때까지 갈 것"이라며 "이명박 후보에게 '범죄 혐의자'라는 꼬리를 확실히 붙여서, 불안한 후보라는 점을 각인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이명박 후보를 당선 직후부터 몰아붙여서 총선 교두보를 만들어내겠다는 생각도 있다. 이미 BBK사건을 수사한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추진 방침을  공개했고, 10일 저녁에 국회에서 농성을 벌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구상이 '네거티브'의 영역이라면, '포지티브' 영역은 역시 후보단일화다. 문국현 후보와 이인제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내야,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신당은 문 후보와의 접촉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BBK사건 수사발표를 계기로 신당은 내부 동력 확보도 어느 정도는 됐다는 판단이다. 손학규 전 지사는 강행군 유세로 목에 무리가 와 입원을 하기도 했고, 이해찬 전 총리는 자청해서 비대위를 맡았다는 것이다.

 

정 후보와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였던 유시민 의원은 최근 대구지역 유세 등에서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후보의 최측근인 김현미 대변인은 9일 낮 "유 의원이 대구에서 매우 쉽고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며 "내가 유 의원 칭찬하는 것은 거의 없던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과는 '선긋기' 분위기... "BBK 방관했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어정쩡한 관계도 정리해야 할 과제다. 냉온탕을 오가던 신당은 최근에는 무시전략이었으나 BBK사건발표를 계기로 '선긋기' 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BBK수사를 놓고 "그래도 노 대통령에게 마지막 기대가 있었는데, 역시 그는 방관했다"는 게 정 후보쪽의 분위기다. 최근 "국민들이 참여정부에서 허덕이고 있을 때 정동영은 어디에 있었나, 반성한다"는 정 후보의 발언은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문국현 후보가 단일화 논의과정에서 줄기차게 제기한 '참여정부 실정을 씻어내는 씻김굿'에 대한 부분적인 응답이라는 면도 있다.

 

신당 내에서는 참여정부의 공과 문제에 대해, 좀더 높은 수준에서 진정성을 보일 가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태그:#정동영, #BBK, #강금실, #추미애,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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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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