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10일 오후 연세대학교를 찾아 '삼성은 어떻게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10일 오후 연세대학교를 찾아 '삼성은 어떻게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 박정호

"삼성의 전근대적인 1인 지배체제를 개선해야 합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10일 오후 연세대학교를 찾아 '삼성은 어떻게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연세대 언론출판협의회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강연회에서 노 의원은 삼성의 비자금과 지배체제 구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삼성의 정상화를 위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 의원이 "시험에 안 나오는 문제인데 와주셔서 긴장이 된다"고 말문을 열 정도로, 기말고사 기간의 캠퍼스 강당에는 빈 자리가 많이 보였다. 하지만 강연은 노 의원의 열강과 참석자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이날 강연에는 삼성이라는 '메인 메뉴'에 인생 충고까지 곁들여졌다.

"삼성이 잘못 되면 나라가 멍든다"

노 의원은 삼성 비자금 문제 등의 해법이 나라 경제에 중요하다면서 비리 근절을 위해 전근대적인 총수 지배체제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에 특검이 수사하게 될 삼성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의 숙제다"며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식회계를 해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회사에 누가 투자하겠나, 그 기업을 위해서도 이대로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삼성의 문제를 드러내고 치유하는 것이 삼성에 도움이 되는 일이고 기업의 신인도를 높이는 길이다. 그것을 통해서 더욱더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는 일부 재계에서 삼성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주장하고 있는 '경제위기론'에 대해서는 "삼성을 들쑤시면 국가경제가 어려워진다고 하는데, 설사하고 있는데 설사약 먹으면 설사 더 한다고 아픈 사람에게 약 주지 말라는 거냐"고 일축했다.

이어 노 의원은 "1~ 2%의 지분을 가지고 회사를 지배하는 전근대적인 방법으로는 안 된다, 경제민주화가 중요하다"며 "1인이 지배하는 삼성은 비자금 조성을 위해 계열사들이 수백억 손실을 보게 하고, '총수의 취미가 자동차'라고 만든 자동차 회사는 망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제5공화국이다. 민주화가 안 된 독재자가 군림하는 5공화국이다. 전근대적인 1인 지배체제를 개선해야 한다. 삼성을 투명한 건실한 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된 권리가 기업에서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검은 특검대로 가더라도 이 자리에 온 사람들이 눈을 부릅뜨고 삼성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삼성 문제를 봐야 한다"며 "삼성이 잘못되면 나라가 멍들 수 있다, 그래서 삼성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은 독재자 군림하는 제5공화국"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의 강연 모습.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의 강연 모습. ⓒ 박정호
노 의원은 김용철 변호사 폭로로 밝혀진 삼성비자금 문제를 ▲비자금에 관련된 내용 ▲비자금으로 로비한 의혹 ▲삼성 에버랜드 경영권 편법 승계로 분류해 마치 대학 강의하듯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은 구체적"이라며 "행정기관·언론사·사법기관 등 거의 모든 곳이 오염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삼성에서 벌어진 문제를 따지기 위해서 이건희를 비롯한 간부를 증인 신청하면 채택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지난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에 담긴 이른바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노 의원은 "'도둑이야'라고 외치니까 피해 조사는 하지도 않고 '왜 큰 소리 질러서 국민을 놀라게 했냐'고 죄를 주고 있다"면서 "로비 문제는 심각한 범죄다, 그 자체가 불법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썩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특검을 제대로 해서 수사해야 한다, 그러면 삼성의 불법적인 과거 모습이 드러날 것"이라면서 "이제까지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고, 잘 파헤칠 수 있는 소신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 특검에 임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삼성 수사가 제대로 될지 걱정이 앞선다"며 "그 분 선거캠프를 들여다보니까 삼성증권·삼성전자 사장도 그리로 갔다, (챔프가) 삼성으로 가득차고 있다, 삼성이 과거에는 돈만 뿌렸는데 이제는 사람도 뿌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머릿속만큼은 진보를 향한 불타는 열정을 가져라"

한편, 강연을 마친 뒤 학생들의 질문을 받은 노 의원은 '토론의 라이벌' 유시민 의원과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에는 "여러 번 목욕탕에 같이 가서 '볼 것 안 볼 것 다 본 사이'"라고 정리했다.

또한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은 국회의원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은 피한 채 "휴대폰은 삼성 것만 쓰는데 삼성이 저한테 준 것은 없다, 고발당한 것밖에는 없다"고 웃어 넘겼다.

취업이라는 현실과 사회 정의라는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생에게는 "모든 길에는 다 이유가 있다"면서도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머릿속만큼은 진보를 향한 불타는 열정을 갖고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 어떤 권력·불의 앞에서도 무릎을 꿇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양심과 이성에 입각해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자유인이다, 자유인이 될 것인가 아닌가가 중요한 것이다, 하루를 살더라도 스스로 떳떳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그것은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노회찬#삼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누군가는 진실을 기록해야 합니다. 그 일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