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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장의업체 cofanifunebrirk 선보인 란제리 모델 달력
 이탈리아 장의업체 cofanifunebrirk 선보인 란제리 모델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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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달력 이벤트를 벌이는 외식업체들이 많다.
 요즘 달력 이벤트를 벌이는 외식업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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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달력 철이다. 업체들마다 달력 마케팅에 들어갔다.

배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도미노피자 등 외식업체들은 고객을 대상으로 2008년 캘린더 증정 이벤트를 하고 있다.

농심은 전래동화와 민담을 이용한 이색 달력을 선보였다. 매월 제목이 '우렁이 색시가 끓인 너구리' '도깨비 방망이와 새우깡'과 같은 식이다.일본 오츠카제약은 2008년을 여는 1~2월 모델로 김연아를 내세웠다.

영화 <걸스카우트>의 주인공 김선아는 직접 찍은 사진으로 2008년 달력을 만들어 스태프들에게 배포했다. 미술품 투자카페는 김종하 화백 작품으로 꾸민 2008년 달력을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사람들 눈길을 끌기 위한 이색 달력들도 잇따라 선을 보이고 있다.

도쿄에서는 무게 6㎏의 2008년 순금 달력이 공개됐다. 오스트리아에서 만들어진 농촌 홍보 달력도 이색 달력 중 하나. 농촌 인식 개선을 위해서 날씬한 모델들이 매혹적인 자세로 사진기 앞에 섰다. 이탈리아 장의업체인 'cofanifunebri'가 선보인 란제리 차림 여성 모델 달력도 이색적이다.

이처럼 달력 철이 되면 서울에서 가장 바빠지는 곳이 있다. 을지로3가역 주변에 있는 달력 도매상들. 약 30여 군데 업체가 모여 있는 이 곳에선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낸다. 12월 어느 날 그 곳을 찾았다.

역시 스테디셀러는 명화... '야한 달력'은 별로 없네

구스타프 클림트의 '입맞춤'을 표지로 내세운 2008년 달력.
 구스타프 클림트의 '입맞춤'을 표지로 내세운 2008년 달력.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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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3가역에서 명보극장 방향으로 나온 뒤 골목으로 들어가면 곳곳이 달력 도매상이다. 인쇄를 겸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순수하게 달력만 다루는 곳도 있다. '달력 전시장'이라고 써붙여 지나는 사람들 발길을 붙드는 곳도 있다.

달력이 다양하다. 동서양 명화집과 세계 여행 파노라마, 한국 여행지 12선 등 여행 관련 달력이 많다.

요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인지 '몸짱 만들기' '우리집 건강 지킴이' '웰빙 스토리' '동의보감' '건강치아365' 등 몸 관리 관련 달력이 눈에 많이 띈다. 골프코스·전원주택·강아지·레이싱카 등 사람들 취미를 반영한 달력도 보인다.

'성서 이야기' '복음의 현장' 등 기독교인들을 위한 달력도 보였는데, 아예 교회 달력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도 있다. 닥종이로 만든 '추억의 청계천', '나의 살던 고향(초가집)' 등은 향수를 자극한다.

이 곳 도매상들에게 물어본 결과 가장 인기가 많은 달력은 명화. 나이를 불문하고 스테디셀러란다. 그다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명화집도 많았지만, '김점선'과 '미로'의 이름이 돋보인다.

1987~88년 2년 연속 평론가협회가 뽑은 미술부문 올해의 최우수 예술가인 김점선은 자유롭고 파격적인 그림으로 인기가 높다. 미로는 성남아트센터가 12월 30일 개막하는 '유럽 현대미술의 위대한 유산-피카소에서 미로, 샤갈, 현대 회화의 거장들'이란 제목의 전시회에서 선을 보이는 작가다. 초현실주의 화가로 피카소와 함께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도 눈에 띈다. '입맞춤'으로 유명한 화가 클림트의 그림은 이 달력 시장 안에서 단연 빛난다.

의외로 '야시시'(?)한 달력은 종류가 많지 않다. 카탈로그에 있는 것도 2~3종류 정도. "누가 이런 달력을 사느냐, 찾는 사람이 많냐" 등을 물었지만 핀잔만 들었다. 대부분 명화와 세계여행 등을 입구에 내걸었고, 이런 종류 달력은 중간 쯤에 한 두 장만 보이게 배치했다.

한 달력업체 관계자는 "달력 디자인이 보수적인 편"이라면서 거의 모양이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문자가 특별히 파격적인 모양을 요구하지 않는 한 크게 변화가 없다고.

1000원부터 3만6000원까지... 나만의 달력도 제작 가능

걸이용 달력과 책상용 달력
 걸이용 달력과 책상용 달력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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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 달력. 앙증맞은 개들을 모델로 내세웠다.
 애견 달력. 앙증맞은 개들을 모델로 내세웠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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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그에 있는 달력 가격은 대략 4000~6000원 선. 전지 크기 초대형 달력은 3만6000원에 이르기도 한다. 걸이용 달력과 책상용 달력 사이에 가격 차이는 별로 없다.

단, 이것은 소매 가격이다. 협상에 따라 카탈로그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

도매로 사면 가격은 더욱 떨어진다. 도매는 가게에 따라 다른데, 100~300부 사이에서 시작할 수 있다. 도매로 할 경우에는 소매 가격의 절반 이하로 살 수 있다. 아무래도 사진이 있는 달력이 비싸다. 사진이 없는 달력을 도매로 살 경우 1000원 이하로 파는 곳도 있었다.

단 카탈로그에 있는 물품이 다 전시된 곳은 거의 없다. 최소한 물품만 진열해놓았기 때문에 카탈로그를 보고 희망물품을 정해야 한다.

이 곳 골목업체들은 대부분 기성용품 달력 제작 전문업체들이지만 그 중엔 주문자 제작 달력을 만들어주는 곳도 있다. 주문자가 맡긴 사진이나 그림을 갖고 달력을 만드는 것. 이럴 경우 별도 필름 제작비와 디자인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가격은 훨씬 높아진다.

100부 이상 단체 주문을 할 경우 주문 시간은 대략 10일 안팎. 최대 2주까지 말한 곳도 있었다. 주문이 많이 밀려있기 때문이라고. 단 한 업체가 5일 만에 제작을 마칠 수 있다고 말해 비법이 뭘까 궁금하게 만들기도 했다.

모든 도매상들이 '바쁘다, 바빠'를 연발했지만, '경기가 좋지 않다'고 이구동성으로 내뱉었다. 예전에 비해 달력을 주문하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것. 실제 대기업들은 자체 제작하는 곳이 많고, 중소기업이나 소기업들은 달력 제작을 안 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광고업체에 일하는 선배에게 달력 제작을 물어봤더니, 재작년까지 하다 지난해부터 달력 제작을 그만뒀다고 말한다. 제작 단가가 높은 데 비해, 받는 사람들 반응이 별로였다고. 대신 선배 업체에선 연말이 되면 책을 포장해서 보내고 있다.

휴대폰으로 날짜 보는 시대... 한장씩 뜯던 달력이 그리워

누드 모델이 등장한 달력. 의외로(?) 종류가 많지 않았다.
 누드 모델이 등장한 달력. 의외로(?) 종류가 많지 않았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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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정도 을지로 골목을 돌아다니다 빠져나왔다. 기대했던 이색 달력은 끝내 찾지 못했다. 거울이 달린 달력이 그나마 이색 달력이었지만, 이미 몇년 전 선보인 것을 올해 크기만 약간 키운 상태로 내보였을 뿐이다. '바쁘다'고 말들은 했지만, 한산한 곳도 많았다.

교보문고 지하 매장에 있는 달력 매장을 찾았다. 소매점과 도매점 가격은 확실히 어마어마한 차이다. 가격 차이에 입이 벌어진다. 손님도 없다. 다이어리 매장 앞에 손님이 장사진을 친 것과 비교됐다.

달력을 매일 한장 한장 뜯던 시절, 달력을 내리고 거는 것은 한 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엄숙한 행사였다. 이후 한 달에 한 번씩 뜯는 달력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책상 앞에 놓여 손만 한 번 까딱하면 한 달이 넘어간다. 이제는 그마저도 귀찮다. 사람들은 휴대폰을 통해 그 달 다음 달 달력을 확인한다.

편리해지는 만큼 달력의 가치는 떨어진다. 을지로3가 달력 골목을 다니면서 문득 매일 한 장씩 뜯는 달력을 방에 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 <2008 달력 기사를 공모합니다>

2008년 달력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유명 화가가 그린 명화 달력이 있는가 하면 우리나라 아름다운 여행지를 담은 사진 달력도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훌쩍 떠나고 싶은 해외 여행지 달력도 있지요.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나만의 맞춤 달력도 많더군요. 눈길을 끄는 달력, 자랑하고 싶은 달력이라면 사진과 함께 관련 이야기를 적어주세요. 열 두 달 사진을 담은 슬라이드 사진도 좋습니다. 달력 관련 이야기라면 무엇이든지 환영합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합니다.

<기사 모집 기간 및 방법>
기사 분량 : 200자 원고지 20매 내외
응모 기간 : 2008년 12월 12일(수)-12월 31일(월)
우수작 발표 : 1월 7일(월) 오마이뉴스 광장 공지
응모 방법 : 기사 하단 '덧붙이는 글' 란에 <2008년 달력> 응모글'이라고 써 주세요. 단 다른 매체에 중복송고 한 기사는 심사대상에서 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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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달력, #캘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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