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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림만 안쪽 어촌계인 팔봉 어촌계원들이 가로림만 앞쪽을 바라보며 만일의 사태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 걱정스런 가로림만 안의 주민들 가로림만 안쪽 어촌계인 팔봉 어촌계원들이 가로림만 앞쪽을 바라보며 만일의 사태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 안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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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3미터를 지켜라.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 벌말에서 태안읍 이원면 내리에 이르는 가로림만 입구는 2km 조금 넘는 것에 불과하다.

가로림만은 마치 항아리 같다. 입구는 좁고 그 안은 96.03㎢나 되는 바다가 들어앉아 있다. 그 좁은 만(灣)은 조수간만의 조차가 최대 6.55m(평균 4.72m)로 차이가 크다. 그 만에 기름이 들어차는 날에는 태안바다 못지않은 피해가 우려된다.

그런데도 '가로림만'은 외면되고 있다. 기름피해로 인한 물자와 인적 지원은 거의 모두 태안 앞바다로 집중되어 있다. 신문, 방송 등 언론도 태안 앞바다에만 쏠려 있다.

항아리처럼 생긴 '가로림만'... 한번 오염되면 치유되기 어려워

가로림만에 기름이 흘러들고 있다. 이 지역은 마치 항아리처럼 생겨 한번 오염되면 치유가 쉽지 않다.
▲ 가로림만 항공사진 가로림만에 기름이 흘러들고 있다. 이 지역은 마치 항아리처럼 생겨 한번 오염되면 치유가 쉽지 않다.
ⓒ 서산시청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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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림만 내 어민들은 이제 유일하게 청정지역으로 남은 가로림만에 태안 같은 사태가 닥치면 회복불능의 손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만은 주입구가 좁고 몸뚱이는 넓은 항아리처럼 생긴 지형 특성상 한번 오염되면 오염물질이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아 치유되기 어렵다.

가로림만은 어류와 패류, 갯벌에 사는 낙지 등의 산란장이다. 바다 안쪽에 사는 어부들은 굴, 바지락, 가무락, 전어, 홍합, 미역, 조기, 우럭, 낙지, 주꾸미, 대하, 갯지렁이 등을 주로 잡고 있다.

이 지역에는 서산, 태안지역 포함해 연안 자망, 연안복합조망, 연안통발, 연안개량 안강망, 근해 상중자망, 삼중자망 등에 종사하는 배가 734척이 등록되어 있고 112건에 1071ha 어업권이 허가되어 있다 어촌계도 서산 12곳, 태안 6곳 등 모두 18개의 어촌계가 꾸며져 있다.

그러나 태안 앞바다 유조선 기름유출 5일째를 맞고 있는 11일 이 가로림만에 수상쩍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떠다니는 기름덩어리가 점차 늘어나고 유막이 번진 지역도 더 넓어졌다.

"10일부터 굴과 바지락 수확작업 중단된 상태... 수확 포기하고 있다"

이날 가로림만 안쪽에 있는 섬인 고파도 어촌계의 라교식 어촌계장은 "10일부터 굴과 바지락이 기름오염에 따른 냄새로 인해 수확작업이 중단된 상태다"고 밝혔다.

라 어촌계장은 "굴과 바지락에서 기름 냄새가 나는데 이걸 내다 팔 수도 없고 누가 사가지도 않아 수확을 포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가로림만의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팔봉면 호리의 팔봉 어촌계의 황기연 어촌계장은 "오늘(11일) 바지락 양식장을 둘러보았는데 기름막이 보이고 갯가로 기름띠가 보이는 등 오염되어 있어 집단폐사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어촌계원은 "9일부터 가로림만 내에서 생산된 어패류라고 하면 무조건 사질 않고 미리 계약한 물량도 최소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가로림만도 조금씩 '태안 유조선 사고' 영향을 받기 시작된 것이다. 가로림만 내 어촌계마다 "일 년 중 이때가 가장 바쁠 때인데 기름 사태로 인해 할 일이 없어져 한가하기 짝이 없다"며 지금보다 앞으로 닥쳐올 일에 대해 더 걱정을 하고 있다.

시장 상인들은 "물건이 들어오질 않는다", "앞으로 서산이나 태안에서 나오는 굴이나 바지락은 구경하기도 힘들 것이다"며 걱정스러워 했다.

태안만에서 마지막 남은 청정구역 지켜내야 그나마 명줄이 유지된다

10일부터 서산시청 공무원들과 인근지역 주민들이 동원되어 갯바위나 갯벌에 널려 있는 검은 기름덩어리를 흡착포로 닦아내고 있지만 이도 역부족이다. 이제 태안만에서 마지막 남은 이 청정구역을 지켜내야 그나마 명줄이 유지된다.

그런데 방법이 없다. 태안에서의 경우를 볼 때 방제선 몇 척과 오일펜스 몇 가닥, 흡착포로는 기름이 몰려들 경우 거의 쓸모가 없다. 한마디로 속수무책이다. 다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유일한 일이다.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5일째인 11일, 물때로 그믐 사리 중 여넓매날이다. 달로 치면 여넓매날은 열나흘달과 같고 아홉매날은 만월이 되는 보름달과 같은 것이다.

갯가에 늘어선 어민들은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밤물에 기름이 들어올 것으로 우려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기름띠'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낮물과 가장 물이 많이 들어오고 많이 빠져나가는 아홉매날인 12일 낮과 밤이다.

가로림만 내의 어민들과 서산시청은 이번 그믐 사리 물때만 무사히 넘어가면 한고비를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태그:#태안 기름유출, #가로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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