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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몸이라면 종교는 그 사회의 혼과 정신이다. 혼과 정신의 종교가 건강하면 그 사회는 희망이 가득하고 행복할 것이다.

 

전북종교인협의회 주최로 우리 사회의 혼을 일깨우는 ‘혼의 소리’ 전북종교예술제가 전북교육문화회관 공연장에서 9일 오후 5시에 열렸다.

 

5개 종단(불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천도교)의 다양한 공연은 필자와 오덕진 교무의 무지개 희망이라는 서시로 개막을 알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산이라 말한다면 종교는 그 산을 지키는 나무들입니다. 다양한 모양의 산이 있는 것처럼 산에는 다양한 나무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나무들이 산에 있는 것처럼 산에는 다양한 꽃들과 새들도 있습니다. 모든 산이 여러 모습으로 아름다운 이유는 수많은 나무와 꽃과 새들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비갠 후 산과 들과 하늘에 떠 있는 아름다운 무지개가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일곱 빛깔로 서로 조화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빛깔이 어우러져 한 몸의 무지개를 이루는 것처럼 다양한 종교가 서로 서로 손잡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때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첫 번째, 법우스님(대전광역시 무형문화제)의 ‘승무’가 무대에 올랐다. 혼을 깨우는 북소리와 나비처럼 영혼이 너울거리는 듯한 춤사위는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는’ 조지훈의 시 ‘승무’의 한 구절을 떠올리게 하는 해탈의 무대였다. 깊은 불교의 세계를 만끽한 관중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전북종교인협의회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권이복 신부의 축하말씀에 이어 두 번째로 관중을 사로잡은 무대는 천주교  ‘인보성체수도회’의 그레고리안 성가였다. 인류 최고의 단성음악으로 손꼽히는 그레고리안 성가 ‘성체찬미가(Adoro te Devote)’는 선율의 풍부함과 표현의 다양성으로 혼의 소리를 충만케 했고, 수려한 몸짓으로 연출한 ‘그리스도의 사랑’은 혼과 몸의 일치를 느끼게 해 주었다.

 

세 번째 무대는 천도교의 수운 최제우 선생께서 지었다는 칼노래(劍歌)에 맞추어 추는 용담검무였다. 장효선씨가 각종 자료와 구전과 증언을 토대로 복원한 용담검무를 ‘용담검무보존회’가 선보였다. 힘찬 햇살의 전율처럼 번득이는 검무는 역동적인 정신의 개벽을 꿈꾸었던 동학농민혁명의 기상을 비장하게 보여 주었다.

 

네 번째는 개신교 ‘한몸소리 예인회’의 ‘국악찬양’이 무대에 올랐다. 서양에서 전래된 종교이기에 관현악이나 밴드 공연을 예상했던 관중들에게 우리 전통의 멋을 살린, ‘통일세상 한몸세상’, ‘오늘같이 좋은 날’ ‘종교평화 아리랑’ 국악찬양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악을 좋아하는 신자들이 고운 한복으로 입고 열창한 국악찬양에 관중들은 ‘앵콜! 앵콜!’ 연호로 화답했다. 관중들에게 ‘앵콜은 제가 불러도 될까요’하며 재치를 부린 사회자가 즉흥 아리랑을 불러 관객을 감동시켰다. “어깨가 들썩이는 흥겨운 무대였죠. 역시나 우리 가락이 최고이네요.”

 

다섯 번째는 원음예술단합창단이 무대에 올랐다. ‘저희들이 이 불사로’ ‘은혜 충만하리라’ ‘풀각시를 만들며’ 이렇게 3곡을 불렀다. 밥도 여럿이 먹고 일도 여럿이 하라는 말처럼 여럿이 함께 한 합창이라 더 웅장한 감동을 주었다.

 

각 종단을 대표해서 도영 큰 스님(불교), 김명국 교구장(천도교), 유법원 교무(원불교), 이강실 목사(개신교)의 격려 말씀이 차례로 이어졌다. 아름다운 공연처럼 격려의 말씀도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었다.

 

마지막 무대는 출연자와 각 종단의 성직자들이 함께 부르는 합창이었다.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하고 부른 ‘사랑으로’ 열창은 모두를 감동으로 벅차오르게 했다. 혼을 믿는 5개 종단(불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천도교)이 혼을 노래하고 혼으로 춤춘 무대는 한 해를 마무리 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되었다.

 

일치와 화합, 기쁨과 희망이 가득한 공연이었다. 그 벅찬 감동을 어떻게 세상에 전할까. 사랑의 크기는 감동의 크기라고 했던가. 종교예술제가 벅찬 감동을 준 것처럼 종교가 세상에 감동을 주었으면 좋겠다. 몇 신자들의 고백이 긴 여운으로 일렁인다.

 

“공연을 보면서 두 번 울었습니다. 여러 종교가 모여서 이렇게 아름다운 무대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 희망이고 기적이었습니다.”(천주교 신자) 

 

“종교 한마당의 자리가 다시금 마련되길 바랍니다. 한 무대에서 종교인들의 다양한 모습과 각 종교의 혼이 담긴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불교 신자)

 

“이런 자리가 앞으로 더욱 많아져서 서로 이해하고 하나 돼 함께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천도교 신자)

덧붙이는 글 | 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혼의소리, #종교예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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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기자는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일꾼으로,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으로 2000년 6월 20일 폭격중인 매향리 농섬에 태극기를 휘날린 투사 신부, 현재 전주 팔복동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습니다. '첫눈 같은 당신'(빛두레) 시사 수필집을 출간했고, 최근 첫 시집 '지독한 갈증'(문학과경계사)을 출간했습니다. 홈피 http://www.sarang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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