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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론에서 앞선 세 명의 대선후보 지지율을 보면 이명박 42.3~47.4%, 정동영 13.4~16.8%, 이회창 12.6~16.3%다. 한국사회를 수구보수 내지 자본편향적인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편입시키려는 후보들에 대해 지지가 압도적이다. 이명박, 이회창 후보의 지지를 합하면 54.9~63.7%다. 거기다 여전히 한미FTA를 비롯해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정동영 후보를 포함하면 68.3~80.5% 지지에 이르러 한국사회는 완전 우향우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주노동당이나 한국사회당 같은 진보정당의 입지는 매우 좁은 현실이다.

 

그런데 지난 12월 10일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노총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정책연대를 선언한 것이다. ARS 투표대상 조합원 49만3480명 중 23만6679명이 투표한 결과 이명박 후보 9만8296표(42%), 정동영 후보 7만3311표(31%), 이회창 후보 6만5072표(27%)였다.

 

문국현, 이인제 후보는 10% 지지가 안 돼 제외되었고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개악법안을 둘러싼 사과 해프닝을 거친 후 역시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한국노총의 이번 투표결과는 내용적으로 노동운동에 대한 또 한번의 배신을 가져다주었다.

 

한편 노동조합이 그 동안 진행해 온 절차적 민주주의에도 심각한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총 투표대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조합원들이 참여했고, 정책연대를 선언한 이명박 후보 역시 투표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지지를 얻었다. 전체 투표대상 조합원 대비 20%에 머무른 셈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명박과 이회창 후보지지 합이 69%에 달해 두 사람에 대한 일반 국민의 지지인  54.9~63.7% 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다. 이랜드 투쟁조차도 노조가 문제고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법질서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하는 두 후보에게  이렇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은 가히 경이로운 일이다.

 

한 인간이나 집단의 정치적 선택은 자신의 철학이 뒷받침되는 최고의 영역이다. 한마디로 정체성의 문제다. 한국노총이 스스로 표방하는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에 입각하더라도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는 맞지 않다.

 

한국노총 내에서는 개혁세력으로 자부해 왔고 전태일 노동자상까지 수상한 경력의 이용득 위원장이 추진한 정책연대치고는 매우 반노동자적인 상황이 초래되었다. 이는 한국노총의 그 간의 역사에 비추어보았을 때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기야 조합원들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하고 반문할지 모른다. 투표대상 조합원의 절반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노동조합의 민주주의 절차에 의하면 무효다. 더욱이 집권하면 노동자를 탄압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정당과 후보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낸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태그:#한국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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