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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용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이 11월 28일 직원들이 잇따라 돌연사한 한국타이어 역학조사의 진행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박두용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이 11월 28일 직원들이 잇따라 돌연사한 한국타이어 역학조사의 진행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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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집단 돌연사와 관련, '집단 발병'의 원인을 찾기 위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사망 노동자 유가족대책위 자문의사단(이하 자문의사단)'이 조사대상자 범위 확대와 유가족 측 참여 보장 등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내놓았다.

서울대의대 백도명 교수와 한림대 성심병원 주영수 교수, 단국대 노상철 교수, 원진녹색병원 임상혁 소장 등으로 구성된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 유가족대책위 자문의사단'은 12일 의견서를 통해 "역학조사팀의 노력과 상관없이 역학조사팀의 최종 조사 결과에 대해 벌써부터 불신의 벽이 높아져 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그 이유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사회적 대립이 심각한 조사의 경우, 조사의 객관성 및 엄밀성과 더불어 조사 과정의 투명성과 소통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역학조사는 이해 당사자의 중요한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유족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어 유족과의 정보교류나 소통구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역학조사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몇 가지 정해진 틀 안에서 주어진 가능성을 확인하는 수순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이유다.
그 근거로 심장질환뿐 아니라 암에 대해서도 동일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재 역학조사팀은 몇 가지 잘 알려진 가능성을 중심으로 현실을 조사에 끼워 맞추려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는 사업주의 개입과 방해로부터 벗어나 있다는 확신을 주고 있지 못하는 이유다.  유족대책위가 주되게 문제 제기하고 있는 것은 사업주가 현재 문제 은폐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기록과 현장을 조작하고 있다는 것인데, 역학조사팀은 이러한 사업주의 개입과 방해를 고려하면서 객관적이고 엄밀한 조사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자문의사단은 이러한 이유를 들어 역학조사팀에 다섯 가지의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우선, 집단 발병 조사 대상자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 역학조사팀은 현재 조사대상을 지난 2006년 5월부터 2007년 9월 사이에 발병한 심장질환자 7명과 암 환자 5명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 환자들은 모두 유족대책위 등이 자체적으로 조사하여 확인된 환자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역학조사팀이 '후향적 코호트 방식'을 원용하여 그간 한국타이어를 거쳐 갔던 모든 노동자의 심장질환자 및 암 환자 발생 사례를 찾아내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폐암이외의 암에 대해서도 역학적 인과관계를 평가해 달라는 것. 역학조사팀은 폐암 이외에 식도암, 뇌수막종양, 간세포암 환자 등에 대해서는 확실한 직업성 발암인자가 보고된 바 없어 조사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역학조사는 이미 알려진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고, 그러할 개연성이 충분한 새로운 요인들을 발견하는 의미도 있으므로, 처음부터 기타 암의 직업 관련성을 배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역학조사팀이 조사대상에서 제외한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 직원 사망자 2명의 심장질환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며, 이밖에도 작업환경과 직무 관련 요인 등 심근경색증 유발 요인 조사 시 사업주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것과 유가족대책위가 추천하는 전문가의 역학조사팀 합류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달라는 요구도 함께 제안했다.

자문의사단은 이러한 내용의 의견서를 역학조사팀 민간자문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타이어 노동자 돌연사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오는 30일까지 1차 보고서를 제출하고, 내년 1월말까지 최종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태그:#한국타이어 돌연사,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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