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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저희 집에 물이 안 나오는데 무슨 일 있나요?”
“대전에서 계룡으로 들어오는 상수도관이 파열돼서 그렇다네요.”


“언제쯤 정상으로 돌아온답니까?”
“아까 전화해 봤는데 모른다네요.”


“그럼 어떻게 하라구요? 밥도 못하고 씻지도 못하는데”
“그래서 아까 급수차가 한 바퀴 돌았어요. 아래에 큰 통에 물 받아놨으니까 필요하면 떠다가 써요. 아니면 오늘 하루만 시켜서 먹든가.”


“식당도 물 안 나올텐데 시킨다고 올까요?”
“하긴 식당도 마찬가지지. 아래 물 받아놓은 걸루 갖다 써요.”

 

<제5원소>라는 영화가 있다.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이 영화에서 지구를 위기에서 구하는 신물이 바로 제목과 같은 5원소다. 이 영화에 나오는 5원소란 물·불·흙·바람(공기) 그리고 여주인공을 뜻한다. 마지막 제5원소를 제외하면 나머지 4원소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요소들이다.

 

물 없이 보낸 길었던 하루... 물의 소중함 느껴

 

이 원소들 가운데 '물' 없이 살았다. 어제(11일)부터 오늘까지. 고의적으로 물을 사용하지 않고 생활했다는 게 아니라, 수도관이 파열되는 사고로 인한 단수로 어쩔 수 없이 물 없이 생활하게 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물이 없으면 ‘사람 꼴’이 안 난다. 밥을 굶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일단 씻지를 못하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특히, 이를 닦지 못하는 게 가장 답답했다. 그동안 아무 불편 없이 사용했던 물이었기에 더욱더 불편을 느꼈을 것이다.

 

둘째날인 12일 아침.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을 까맣게 잊어버린 채 출근하기 위해 씻으러 욕실에 들어가 무의식적으로 샤워기를 틀었다.

 

'아차차! 물이 안 나오지. 어쩌지? 할 수 없지 뭐. 오늘은 그냥 출근해야지.'

 

이도 못 닦고 면도도 못하고 초췌한 모습으로 출근했다. 계룡지역에 살고 있는 다른 직원들도 나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냥 웃음만 나왔다. 뒤늦게 도착한 대전 거주 직원은 '왜 모습이 꾀죄죄하냐'며 이유를 묻는다.

 

“물이 안 나와서 씻지도 못하고 나왔네요.”
“물이 왜 안 나와요?”
“계룡으로 들어오는 수도관이 파열돼서 단수됐데요.”


“사무실 옆에서 씻으면 되잖아요?”
“거기라고 나오겠어요?”


“지금 걸레 빨아서 왔잖아요. 거기는 지하수라 나와요.”
“그래요? 좀 차가워도 일단 이부터 닦아야겠네요.”

 

말이 끝나자마자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칫솔을 집어들고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날씨가 춥지 않아 물이 얼지 않고 잘 나오고 있었다.

 

 

단수 원인은 중간 가압장 파열, "12일 저녁 정상 가동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닦고 나서 단수된 원인이 무엇인지 도대체 궁금해 참을 수가 없어 계룡시청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수도 때문에 문의할 게 있어서 전화드렸는데요, 단수가 된 원인이 무엇인가요?”
“계룡시가 대전에서 물을 사서 먹는 상태인데요, 대전 원내동에 있는 중간 가압장의 펌프가 터져서 그렇습니다.”


“중간 가압장이라면 본 가압장은 어디인가요?”
“대전 월평동 정수장입니다.”


“그럼 언제 복구가 되나요?”
“새벽에도 공사했는데 아무튼 오늘 저녁 6시 이전까지는 정상 가동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질문에 대해 시청 담당자는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물을 사먹는 입장에서 억울해도 어떡하랴! 조금 불편해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물로 인해 불편을 겪는 시민이 일반 주택에 사는 사람들뿐이니 말이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이미 받아놓은 물이 있어 불편을 겪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사고로 인해 단수가 돼 물 없이 생활했지만 그 길었던 하루는 그동안 풍족히 사용해 귀중함을 모르고 살았던 물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대전으로부터 물을 사먹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과 함께 이런 상황을 대비한 자체 급수대책 마련 등의 교훈도 얻게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되는 물! 아껴서 사용해야겠다.


태그:#물, #계룡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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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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