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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 사진은 지난 4일 오전 정동영 후보에게 단일화 제안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 사진은 지난 4일 오전 정동영 후보에게 단일화 제안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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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통령 선거(19일)가 이제 딱 일주일 남았다.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할 만큼 중요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후보들이 내놓는 정책과 공약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없다.

11일, 서울에서 행사 하나가 열렸다. '제17대 대통령후보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과밀 해소를 위한 대국민협약식'이 그것. 하지만 이곳을 찾은 후보는 단 한명도 없었다. 후보들이 오지 않았으니, 물론 언론사들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 대신, 바쁜 일정을 뒤로한 채 새벽밥 먹으며 지방에서 올라온 단체장들과 지방대학총장, 시민운동가들만이 자리를 채웠다. 이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참여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했던 국가균형발전정책이 무위로 끝나고 지방은 공동화 되는 것 아닌가'란 공통된 우려를 쏟아냈고, 행사장은 한숨을 토해내는 곳으로 바뀌었다. 

그 자리에 참석한 나도 그들과 한숨을 공유했다. 그렇게 행사가 끝난 뒤 문국현 후보의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 백지화' 발언을 접했다. 그 소식을 들은 나는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런 느낌'엔 지극히 사적인 감정도 포함돼 있다. 왜냐, 나는 현재 여러 명의 대선 후보 중 그나마 정책선거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으로 문국현 후보를 꼽았기 때문이다. 또 약자의 고통과 지방의 고통에 대한 이해가 깊을 것이란 선입관적 희망도 갖고 있었다.

과연 행정수도정책이 잘못된 것인가?

12일, 언론보도에 의하면 문국현 후보는 "국민적 합의를 거쳐 행복도시를 백지화 하고 행복도시 대신 세종국제교육도시의 추진을 제안한다"며 "세종시를 교육특구로 지정해 서울대를 비롯한 수도권 주요 대학 3개를 유치하고 외국 유수 대학 2개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행복도시'는 지난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행정수도공약'으로 내걸었고 이후 국회를 통과한 국가주요정책이다. 이 정책은 단순히 행정부처를 옮기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고 과포화된 수도권의 집중을 막고 공동화된 지방을 살리기 위한 하나의 방책이고 시발점이다. 그러나 이 정책에 대해 끊임없이 시비를 거는 세력에 의해 그 정책이 제대로 실행될 수 없었던 것 아닌가.

문국현 후보는 이런 과정을 무시한 채 '행복도시'를 "참여정부의 대표적 실정"이라고 질타하며 "잘못된 정책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부분에서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과연 행정수도정책이 잘못된 것인가? 그렇다면 현재의 수도권으로 모든 것이 집중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바람직하다는 것인가?

'고사' 직전인 지방대들... '세종시'에 대학을 유치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조감도 행정중심복합도시 조감도
▲ 행정중심복합도시 조감도 행정중심복합도시 조감도
ⓒ 행정도시건설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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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는 또 "결국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원래의 목적인 수도권 인구분산과 충청권의 발전 효과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참여정부의 '대표적 실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는데, 이것에 대해서도 묻고 싶은 게 있다.

올바른 정책과 국민적 합의를 거친, 국가 주요정책이 잘못된 집단의 몽니에 의해 무산된 것에 대해 바로잡아 나가고자 하는 것이 올바른 국가경영을 위한 CEO의 몫 아닌가?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이, 문 후보는 현재의 행정도시 부지에 '세종국제교육도시'의 건설을 제안했다. 이 대목에서 나는 문 후보의 역사의식 오류 속 낭만주의를 보는 듯하여 씁쓸하다.

'꿩 대신 닭'이란 말을 생각나게 한다. 진지하게 행정수도가 왜 좌절되고 기형적으로 됐는지 다시 한 번 짚어보자. 중앙집권주의자들은 수도권의 물 한 방울도 빼앗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데, 세종시에 대학을 유치한다고? 정말 그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나?

지금 지방 대학들은 '고사' 직전이다. 지방대학이 살길은 서울로 가든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서울과 가까운 곳으로 가는 것이라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서울에 있는 대학이 지방으로 내려온다? 이것은 국가기관을 옮기는 것보다 더더욱 힘겨운 일이다.

지방의 고통과 희망,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달라

대한민국은 현재 여러 가지의 모순과 난제를 앉고 있다. 선거에서 그러한 모순과 난제를 해결해 줄 기대주를 찾고자 하는 것이 민심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난제는 비정규직 노동자, 빈부, 교육, 통일, 청년실업 등등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그 속에는 여러 가지 대립지점이 있다.

나는 그 중 빠뜨릴 수 없는 문제가 바로 '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라고 생각한다. 그 대립지점엔 바로 중앙집권주의세력과 지방분권세력이 있다. 지방은 이미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식민지로 전락한 지 오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집권주의자들은 모든 것을 더더욱 서울에 집중시키려한다.

이런 상태로 대한민국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글로벌시대에 대한민국의 희망은 지방과 수도권이 상생해야 한다. 지방과 수도권이 상생하는 것, 그 첫걸음이 '행정수도'였고 참여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의 국가균형발전정책이다.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국가균형발전정책은 중앙집권주의자들에게는 어떻게든 저지하고 땅속에 깊숙이 묻고 싶은 것이겠지만, 지방에 있는 사람들에겐 희망이다.

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계승·발전되는 것만이 대한민국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문국현 후보에게 지방의 고통과 희망에 대해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고민하여 줄 것을 부탁드린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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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롭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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