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서 시사프로그램의 의미는 매우 크다. 심층적인 내용을 다루기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뉴스 보도나, 발언기회에 제약이 많은 TV 토론회에 비해서 시사프로그램은 긴 호흡으로 유권자가 요구하는 다양한 정보를 심층적으로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사프로그램 또한 이번 대선에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대선모니터감시단(이하 민언련)은 11월 1일부터 12월 9일까지 지상파 방송 3사의 시사프로그램과 대선후보 부인이 출연한 아침교양프로그램에 대해 방송빈도, 주제, 내용 등을 평가한 모니터 결과를 발표했다. 후보자들의 정책이나 도덕성 검증 프로그램 거의 없어/ SBS는 한 건도 없어 SBS의 경우, 모니터 기간 약 40일 동안 선거 관련 프로그램을 단 1건도 내보내지 않아 충격적이었다. KBS, MBC는 대체로 심층적인 내용을 다루기에 적합한 ‘집중 취재성’ 시사프로그램보다는 ‘데일리성 프로그램’이나 ‘매거진성 프로그램’에서 대선관련 아이템을 다룬 것으로 나타나 심층성이 부족했다고 지적됐다. 대선 관련 시사프로그램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KBS <시사기획 쌈>과 MBC<PD수첩>이 BBK·도덕성 검증 등의 심층적인 접근을 보인 것을 제외하고는 공약을 단순 전달하거나 선거 판세를 정리해서 보여주는 방송이 대부분이었다.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의 경우, 전회 방영분에서 선거관련 아이템을 다뤄 적극적인 관심이 눈에 띄었지만, 심층성이 부족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KBS 스페셜> ‘대폿집 토크, 4인의 정객, 시대를 토하다’, KBS <추적 60분> ‘[대선기획 3부작] 1편 대선 풍향계 안양시의 선택은’ 등의 프로그램은 신선한 포맷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내용이 부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사기획 쌈>, <미디어 포커스> 등 KBS 일부 프로그램 돋보여 KBS <시사기획 쌈>의 선거관련 2회의 방영분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11월 19일에 보도된 <2007 이미지 선거, 유권자를 유혹하다>는 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후보들의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심층 취재했다. 12월 3일에 방영된 <대선 후보를 말한다-무신불립(無信不立>은 시청자들이 대선후보의 도덕성과 책임의식을 비교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했다. 이는 유일하게 후보들의 도덕성 검증을 시도한 프로그램이었다. 후보의 도덕성 검증은 언론의 당연한 의무임에도 지금까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그런 우리 언론의 안타까운 현실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선거 프로그램이었다는 평가다. 정치쟁점은 ‘몸사리기’, 정책검증은 ‘외면’ 이번 대선의 가장 큰 이슈라 할 수 있는 BBK 사건에 대해 시사프로그램은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의 석연찮은 수사결과에 대해서도 시사프로그램들은 ‘남은 의혹’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KBS <시사투나잇>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BBK 사건을 정리해줬고, MBC <PD수첩>의 경우 몇몇 의혹에 대해 핵심관계자의 입장을 충실히 전하고 의혹을 파헤쳐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하지만 시사프로그램은 대체로 'BBK 사건‘에 대해 큰 그림을 보여주거나 모든 의혹을 심층적으로 파헤치는 데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후, 시사프로그램은 각 후보 진영 간의 공방을 보도하거나 판세를 분석하는 보도를 하는 데만 그쳤다. 이에 민언련은 “BBK 사건의 남은 의혹들에 대해서 시사프로그램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 심층탐사프로그램의 정책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책검증 방송은 총 4건에 불과했고, 각 후보들의 정책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다. 아침 프로그램, 후보들의 이미지 광고 수단 · 성역할 고정화 ․ 치부 미화까지 민언련은 시사프로그램 외에 방송 3사의 아침 프로그램 중 대선 후보의 부인들이 나온 방영분도 모니터 했다. 대부분의 관련 프로그램이 후보와 그 부인의 사생활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점에서 아침방송이 연예인을 다루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부인들이 털어놓는 후보들의 과거 개인사나 가정에서의 역할은 각 후보의 대선 캠프에서 강조하고 있는 후보의 ‘이미지’와 결합되어 홍보 효과를 낳는 수단으로 작용했다. 반면, 주부 대상 프로그램인 만큼 주부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성 정책’이나 ‘교육 관련 정책’ 등에 대해서 심도 있게 다룰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룬 프로그램은 전혀 없었다. 또한, 대부분이 부인들이 어떻게 대선후보를 ‘내조’ 하느냐만 초점을 맞춰 여성이나 부인의 역할이 ‘내조’에 국한된 것처럼 여성의 성역할을 고정화시키는 문제까지 드러났다. 부인들은 후보의 ‘치부’에 대해 감정적인 발언을 통해 문제를 희석시키고 ‘미화’시키기까지 했다. 남은 기간, 심층적 탐사보도 촉구 민언련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뉴스 보도에 비해 후보자의 도덕성 및 정책에 대한 검증, 선거법 문제, 새로운 선거문화, 이번 대선의 시대적 평가, 정치쟁점 등을 심층적으로 다룰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이 이런 노력들을 전혀 기울이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며 “한나라당과 수구신문의 ‘방송 길들이기’와 맞물려 방송이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고 비판했다. 또 “시사프로그램은 우리 사회 주요 이슈를 파헤치고 이를 공론화할 책무를 갖고 있다. 이를 포기하는 것은 언론임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남은 기간 지금 나오고 있는 선거이슈에 대한 심층적인 탐사보도를 통해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해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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