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저는 드라마를 참 좋아합니다. 특히 <왕과 나>라든지 <올인>과 같이 남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를 남편은 특히 좋아합니다. 대부분 여자들은 드라마를 좋아하고 남자들은 스포츠나 뉴스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두는 경우와는 좀 다르지요.
아, 좀 다른 것이 있다면 K-1 정도 되겠군요. 저는 도무지 그걸 무슨 재미로 보는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것 같습니다만 남편은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이렇게 취향이 비슷하니 채널 주도권을 두고 부부싸움을 하는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드라마냐 스포츠냐?'를 두고 싸우지는 않지만 '어떤 드라마냐?'를 두고 의견 대립을 보는 일은 빈번하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채널 주도권은 제가 행사하는 편입니다. 남편이 TV시청을 별로 안 하기 때문입니다.
"제 남편의 취미는 독서나 글쓰기, 난 키우기 같은 고상한 것이라서 눈과 귀를 시끄럽게 하는 TV시청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처지라거나 "제 남편은 대단한 애처가라서 서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다를 때면 항상 제 손에 리모콘을 쥐여준답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처지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런 것은 절대 아니랍니다. 항상 회식이나 야근이다 해서 집에 매일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연속극의 경우 남편은 그 흐름을 놓쳐 흥미를 잃는 일이 대부분이니 당연히 하루종일 구들장 지고 앉아 있는 안방마님(저)이 채널 선택권을 가질 수밖에요.
그러나 <왕과 나>의 경우는 다릅니다. 늦은 밤 10시 무렵 시작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퇴근해 들어온 남편이 씻고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바로 맞춰 볼 수 있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빼놓는 일 없이 보게 되는 프로그램이거든요. 그 후 밤 11시부터 채널45에서 시작하는 <올인>도 연속으로 볼 수 있구요(남편은 이것도 놓치지 않고 꼭 봅니다).
어제(11일)는 저녁 무렵 회사에서 간단한 간식을 들었다며 늦은 저녁 대신 맥주나 한잔 하자고 남편이 꼬시는 바람에 다이어트고 뭐고 홀랑 까먹고서 골뱅이 무침에 달걀말이를 만들어 안주로 준비해 본 것이에요. 간단하게 맥주나 한잔 하려고 했던 것인데 어제의 드라마 전개가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이루어지는 바람에 그만 드라마에 푹 빠져서 부어라 마셔라 하다 보니 집에 있던 막걸리 한 병, 소주 반 병, 맥주 한 병을 다 마셔버렸네요. 아침에 일어나니 얼굴에 보름달이 뜬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일이고요.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요, 둘이 다 드라마를 좋아하면서도 보는 방식에 있어 아주 큰 차이를 보인다는 거예요.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어쩌구 저쩌구, 그러게 사람이 말야… 내가 아는 사람은…" 이래 가면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 것을 참 좋아하는 편인데 비해, 남편은 입 꼭 다물고 드라마에만 몰두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가 무슨 얘기를 좀 할라치면 "아, 거 좀 조용히 좀 해, 나중에 얘기하면 되잖아" 하면서 면박을 주게 마련이지요.
그렇게 한소리를 듣고 나면 조금은 섭섭해서 '그렇게 재미있으면 아주 텔레비전 속으로 들어가시지 왜?' 하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 너무나 진지하게 드라마에 몰입된 남편의 옆모습을 보노라면 피식 웃음이 납니다. 그래서 일부러 자꾸만 말을 걸게 되지요.
그렇게 몇 번을 하다 보면 남편은 성질을 확 내면서 일어나 나가 담배 한 대를 피우고 들어와서는 다시 드라마 속으로 빠져 들어갑니다. 그게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경이면 반복되는 저희 집의 일상이라고나 할까요? 다른 댁들은 어떠실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오늘(12일)도 화요일이니 역시 똑같은 광경이 저희 집 거실에서 또 펼쳐지겠지요? 다음 주에는 연말 송년회다 뭐다 해서 늦게 귀가하는 바람에 남편이 그 좋아하는 드라마도 못 보게 될 것이 분명한데 오늘만큼은 '드라마 중간에 말 걸기 훼방'을 한 번 건너뛰어볼까 말까 생각 중입니다. 밤 10시 전까지 남편 하는 행동을 봐 가면서 결정할 계획이에요.
늦은 저녁, TV 시청을 할 때 맥주 한잔과 더불어 즐기면 금상첨화격인 안주, 골뱅이 무침을 만들어볼까요?
◆ 재료(4인분)골뱅이 통조림(大) 1개 (한 입 크기로 썰어)
골뱅이 통조림 국물 4-5큰술, 오이 1/2개 (3mm 두께로 어슷썰어)
청양고추 4개(잘게 다져), 파 1뿌리(파채칼로 길게 채 썰어)
오징어채나 북어포 1/2컵(혹은 햄을 채썰어), 통깨 1큰술, 참기름 1/2작은술◆ 양념재료
고춧가루 4큰술, 다진마늘 1큰술, 설탕 1/2큰술, 생강즙 1/2 작은술, 식초 4큰술, 소금 1/2작은술, 소주 1/2잔1. 골뱅이에 끓는 물을 끼얹어서 소쿠리에 건져두고 국물은 4-5큰술 남겨둡니다.
2. 파채칼로 파를 길게 채 썰어두고 오이도 어슷 썰어 둡니다.
3. 고추장 양념 재료를 넣고 모두 섞은 후, 파와 오이 골뱅이를 넣고 재빨리 버무린 후
4. 통깨와 참기름을 뿌리면 완성입니다.BONUS TIP1. 삶아 놓은 메추리알이나 달걀이 있다면 꼭 곁들일 것. 골뱅이의 매운맛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2. 소면이 있다면 삶아서 물기를 뺀 후 동그랗게 말아 곁들여보세요. 이른바 골뱅이 소면 탄생!
3. 생맥주 가게에서는 골뱅이무침이 매워야 손님들이 생맥주를 벌컥벌컥 마셔 맥주 매상이 올라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정에서는 그럴 일이 없으니 매운 정도를 알아서 잘 조절하도록 해야겠어요. 매운맛은 마늘과 청양고추, 고춧가루가 좌우합니다.
4. 시간이 있다면 두툼한 달걀말이와 시원한 맥주를 준비하면 금상첨화. 호프집에 가서 먹는다 생각하고 비용을 생각해보면 만드는 손도 즐겁겠지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이효연의 '요리를 들려주는 여자' http://blog.empas.com/happymc/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