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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규 아천글로벌 회장
김윤규 아천글로벌 회장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재벌 회장들에게 묻고 싶다. 대대로 이어받은 것 말고 뭘 개발했나. 국가를 위해 뭘 했나. 정주영 회장, 이병철 회장은 당시 '국내에 없는 것은 모조리 해야 한다'는 정신으로 일했다. 70년대 외환위기 당시 정 회장이 사우디 가서 일하자고 했을 때 모두 반대했다. 그래도 우린 갔다.

 

사막 가서 모래밭에 텐트 치고 버너에 밥해 된장찌개 끓여놓으면 밥 위가 온통 모래였다. 모래를 걷어내고 밥을 푸면 정 회장이 그랬다. '밥을 버려?' 야단을 치셨다. 우리의 적은 돈이다. 70년대 16달러 하던 오일이 지금 100달러다. 100달러씩 주고 기름 쓴다. 나는 그 돈을 다시 빼앗아 올 거다. 북측 노동자들과 두바이로 가서 다시 건설을 시작한다."

 

김윤규(63) 아천글로벌 회장. 그는 각오가 대단했다. '무릇 60대가 되면 뒷방 노인 신세가 된다'는 말을 발뒤꿈치로 짓눌러버릴 정도로 기세가 셌다.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평양을 육로방북하면서 북측과 여러 사업을 협약한 그는 마음 속에서 '연말'이라는 단어도 지웠다고 했다. 그만큼 뛰겠다는 자세였다.

 

현정은 회장 체제 이후 현대그룹에서 제거된 뒤 두문불출하던 그가 지난 11일 저녁 강남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천글로벌의 여러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11일은 남북 분단 56년 만에 정기 화물열차가 다시 개통된 역사적인 날이기도 하다.

 

아천글로벌은 육로교역사업을 비롯 '개성 종합유통센터 건설' '모래채취 등 자원개발사업' '인력해외파견사업' '개성 비즈니스센터 건설' '평양 아파트․오피스텔 건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산 섞인 '가짜 북한산'? 육로교역이면 해결된다"

 

김윤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육로로 평양을 방문한 뒤 앞으로 남북경협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많은 확신을 얻었다"며 "남북이 같이 경제발전을 이뤄 세계시장에 뛰어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갯지렁이의 배회'를 예로 들며 "금강산에서 낚시할 때 쓰는 갯지렁이는 서해바다에서 나와 신의주를 거쳐 중국 단동으로 가서 심양공향을 거쳐 다시 인천공항을 통해 속초로 와서 금강산 바다로 온 것"이라며 "육로교역이 안 돼 그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앞으로는 '육로교역'을 통해 갯지렁이가 쓸 데 없는 배회를 하지 않게 됐다"고 육로교역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이어서 그는 "모두 1000톤의 북한산 농산물이 국내로 수입되는데 국내 집계에 따르면 5000톤이 북한산"이라며 "국내에 중국산이 섞인 '가짜 북한산'이 많다"고 우려했다. 중국 때문에 많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도 중국을 거치지 않는 방식의 '육로교역시대'가 열리면 해결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북측 노동자들과 함께 해외건설에 나설 것"이라며 "내년 3월부터 300명 정도의 규모로 건설사업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와 이 같은 협력을 위한 합의를 마쳤으며, 두바이 AMS그룹을 방문해 MOU를 체결한 상태라고 전했다. 사우디 알자히드(AL Zahid)와 협력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두바이 건설공사에서 부족한 2만명의 기능 인력을 채우게 될 것"이라며 "지금 중동은 엄청난 건설시장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미 북측 인력 2000~3000명이 중동에 파견돼 있지만 그들은 대부분 일반노무직이나 청소용역 등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해외로 파견돼 일할 북측 노동자들의 임금은 월 400~500달러로 결정될 것 같다"며 "압구정동 파출부도 하루만 일하면 일당 6만원인데 개성공단 임금 50달러는 좀 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4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 일행이 시찰할 개성공단의 한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남성 속옷을 포장하고 있다.
지난 10월 4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 일행이 시찰할 개성공단의 한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남성 속옷을 포장하고 있다. ⓒ 권우성

"이스라엘 재벌은 왜 자기 비행기로 평양에 가자고 하겠나"

 

김 회장은 향후 남북관계와 북한을 둘러싼 국제관계도 상당한 '해빙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6자회담도 잘 되고 핵 불능화 시대가 열리지 않겠냐"고 낙관했다.

 

무엇보다 그는 "국제문제가 잘 풀리면 북측에 많은 원조자금과 투자자가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그러면 북측도 우리가 60~70년대 겪었던 것과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될 텐데 최소한 우리가 당했던 것만큼은 당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전쟁 직후 많은 원조자금이 들어왔지만 결과적으로 돈만 들어온 게 아니라 공장 짓는데 필요한 해외인력 등이 같이 들어와 결국 원조자금의 대부분을 도로 가져간 꼴이 됐다는 것이다. 적어도 북한이 미리 한국을 통해 기술을 이전받으면 '원조자금'만 받고 나머지는 북측 내부 인력을 통한 경제발전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김 회장은 "북측은 우리와 같은 과오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며 "빨리 해외 건설시장에 나가 공부하고 공장이든 발전소 등 직접 스스로 할 수 있는 채비를 갖춰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해외 재벌도 급변하는 남북관계에 따라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이스라엘의 한 재벌회사 회장이 평양에 직접 자기 비행기를 타고 가보자고 제안한 바 있다"며 "북미관계-북일관계가 점차 발전하니까 해외의 재벌들도 '투자' 개념에서 북한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몽준의 한나라 입당은 주목할 일... 이명박이 집권해도 남북관계는 GO!"

 

이번 대선과 향후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끼는 눈치였다. '이명박 후보와의 관계'를 집요하게 묻는 기자들에게 김 회장은 "현대건설 사장 출신이 한나라당을 차지하고 앉아 대통령 후보가 됐다는 것은 대단하다는 생각"이라며 "정동영씨도 통일부 장관 시절에 남북관계 발전에 의미있는 활동을 한 사람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이 한나라당에 입당해 이명박 후보와 함께 하겠다는 것은 매우 주목해서 볼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은 삼갔다.

 

김 회장은 "이명박 후보와는 27년간 테니스를 같이 친 사이"라며 "그가 단 한 번도 나를 이긴 적은 없었다"고 말하고 웃었다.

 

다만 그는 "이명박 후보는 운이 참 좋은 사람"이라며 "이명박 후보가 집권하더라도 남북관계에 먹구름이 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끊어진 남북철도가 56년 만에 다시 이어진 시대에 과거회귀 방식으로 남북관계를 끌고 갈 리 있겠냐는 것이다.

 

김윤규 회장은 "세계 유일 분단국인 한반도는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경제활성화 지구"라며 "이번 육로방북은 북측 고위층의 특별배려로 가능했다"고 말해 김정일 위원장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남북은 지난 5월 17일 오전 경의선 문산역과 동해선 금강산역에서 각각 '남북철도연결구간 열차시험운행' 공식 기념행사를 갖고 오전 11시30분 북측 개성역과 남측 제진역을 향한 열차를 동시에 운행했다. 사진은 56년만에 경의선이 문산역을 출발하는 모습.
남북은 지난 5월 17일 오전 경의선 문산역과 동해선 금강산역에서 각각 '남북철도연결구간 열차시험운행' 공식 기념행사를 갖고 오전 11시30분 북측 개성역과 남측 제진역을 향한 열차를 동시에 운행했다. 사진은 56년만에 경의선이 문산역을 출발하는 모습.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남북철도 연결#육로방북#김윤규 아천글로벌 회장#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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