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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나님과 예수를 믿는 개신교인이다. 신앙심이 깊진 않지만 주일성수를 애써 지키려 하고, 기도한 뒤 식사를 하며, 새벽기도회에 참석해서 많은 것들을 뉘우치기도 한다. 게다가 집사 직분을 맡고 있으며 심지어 십일조도 매달 낸다.

그럼에도 나의 신앙은 의심받아 마땅하다. 목사를 두 번이나 곤경에 처하게 했으니 말이다. 하나님보다 목사를 더 떠받드는 한국교회 풍토에서 어쩌면 나는 '죄인'이며, 심지어는 '사탄'일지도 모른다.

2004년의 일이다. 조용기 순복음교회 목사가 설립한 베데스다대학이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고, 결국 대학이 폐쇄되고 말았다. 2005년에는 목사 사례금(월급)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억대 연봉을 받는 시골교회 목사에 대해 보도했다가 피소(被訴)됐다. 물론 1,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두 목사를 곤경에 처하게 한 것에 대해 회개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다. 다만 이로 인해 미안함이 그지없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약하고 있는 '효자' 나관호 목사다. 그는 베데스다 대학에서 교수로 일했는데 대학이 폐쇄되면서 그만 일자리를 잃고 만 것이다.

내 배로 난 내 아들 '나관호'와 어머니 '박정열' 여사

나관호 목사의 어머니 박정열 여사.
 나관호 목사의 어머니 박정열 여사.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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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대면한 곳은 <오마이뉴스>이다. 그의 일자리를 잃게 만든 사회부에서 편집부로 옮겨 일하다가 그의 글을 읽게 되었는데 참 따스했다. 그를 직접 만난 곳도 <오마이뉴스>이다. 그를 직접 만나보니 글뿐만이 아니라 사람도 온화하고 겸손해서 나는 부끄러워지고 말았다.

게다가 그는 가해자에게 위로자로 다가왔다. 회사를 그만둔 뒤 신장이식 수술 후유증으로 요양 중인 나를 위해 직접 만든 예쁜 액자와 자신이 펴낸 기도에 관한 책을 선물로 들고 찾아와 주었다. 아플 때, 힘들 때, 외로울 때 찾아와주는 이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그는 사람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를 보면서 사랑 받은 이가 사랑을 나누고 용서 받은 자가 용서의 도량을 베푼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아울러 선한 일을 했다고 해서 본성이 바뀌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그렇다면 그의 온화함과 겸손함의 원천은 어디일까?

어머니였다. 그를 어렵게 배태(胚胎)한 어머니께서 헌신적인 모정(母情)으로 키웠으니 어찌 가지가 나무를 배신하겠는가. 그의 어머니 사진을 눈여겨보곤 했는데, '여든넷의 나이에도 곱게 늙으셨구나!'하는 말이 절로 새어나왔다. 아울러 그 또한 '부유하고 순탄하게 살아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판단은 빗나갔다. 인생 길 사뿐사뿐 즈려밟으며 걸어오신 줄 알았더니 그의 어머니 역시 모진 풍파에 시달렸던 것이다. 나 목사 위로 형님 넷과 여동생까지 모두 다섯 자식을 가슴에 묻었으니 그 고통이 오죽했으랴! 뿐만 아니라 나 목사가 고 2학년 때 그토록 아내를 아껴주던 남편이 소천하고, 이듬해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폐결핵으로 1년밖에 못산다는 사형선고를 받기도 했다.

그런 눈물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박정열 여사는 참 유정(有情)하다.

어려운 사람이 돈을 꾸러오면 옆집에서 빌려서라도 도와줬다가 떼이고, 떼이고서도 달아난 사람을 염려한다. 일부러 노점에서 제 돈 내고 상한 과일을 산다. 좋은 것은 다른 손님에게 팔아 이문 남기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 정문 앞에 쪼그리고 앉은 야채장사 노인들에게 비싼 값을 주고 콩과 상추를 산다. 비가 오거나 추워지면 그이들 걱정에 애가 탄다.

당신은 '노망 든 노인네'가 아니라 '인생의 교과서'

최근 출간한 <어머니를 위한 응원가>(생명의말씀사)
 최근 출간한 <어머니를 위한 응원가>(생명의말씀사)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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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관호 목사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치매 어머니에 대한 글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어머니를 위한 응원가>(생명의말씀사)는 효자가 실종된 불효의 시대를 조용히 뉘우치게 하는 책이다. 특히 치매 부모로 인해 절망하고 상처받은 가족들을 위로하고 치유해주는 감동의 책이다.

그에게 치매 든 어머니는 '노망 든 노인네'가 아니라 '인생의 교과서'이며 그는 어머니에게 '사랑의 빚진 자'이다. 그래서 가출했다가 경찰에 의해 귀가한 어머니의 차가운 발을 씻겨드린다. 물론 치매 어머니를 모시면서 힘겨움이 없진 않지만 어머니로 인해 기뻐하고, 감사하며, 때로는 놀라울 정도의 지혜를 주시는 어머니에게 환호한다. 그래서 그의 가정은 치매로 인한 우환(憂患)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는 어머니를 모시면서 얻은 퍼즐요법을 비롯해 ▲ 치매 노인 생각 만져주기 14가지 ▲ 치매에 좋은 음식 12가지 ▲ 불안증 없애는 방법 10가지 ▲ 치매 노인 모시며 받는 스트레스 푸는 방법 10가지 ▲ 치매 노인을 위한 유머 7가지 ▲ 치매 노인을 바라볼 때 가져야 할 7가지 마음가짐 ▲ 식사 권장 방법 10가지 등의 대처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무엇보다 치매 치료의 명약은 격려와 칭찬, 섬김과 배려라고 말한다.

그는 응원가를 부르는 목사이다. '힘내라 힘! 치매와 싸워서 이기자!'라면서 "이 땅에서 치매로 고생하는 노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내가 부르는 응원가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의 응원가라 할지라도 내 노래가 '나비효과'가 되어 큰 물결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고 밝힌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불효 국가인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재산이 많은 부모는 자주 찾아뵙지만 가난한 부모에겐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자식이 부모가 되고, 그 부모는 어린아이가 되는 인생의 순환(循環)에서 자식은 부모를 버리고, 그 부모는 자식을 버리는 악순환(惡循環)의 시대에 처해진 것이다.

마흔 넷 늦둥이 외아들이 치매에 걸린 여든넷 홀어머니에게 바치는 사랑가로 글을 맺는다.

어머니가 있어 제가 있습니다.
저를 등에 업고 다니시던 그때, 생각나세요?
이젠 제가 어머니 업어 드릴게요.
잊어버린 기억도 찾아드리고, 행복한 기억 많이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어머니! 건강하셔야 해요.
그래야 제가 부르는 응원가를 오래 들으실 수 있잖아요?
어머니의 아픔이 저에게는 '인생 교과서'입니다.
어머니의 순수함이 저에게는 '삶의 교훈'입니다.
어머니는 그 존재만으로 저에게 '감동과 눈물'입니다.


나관호 목사는 누구인가?

나관호 목사는 기자, 방송작가, 자유기고가, 편집장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기독교커뮤니케이션 분야 전문가이다.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M.A)을 전공했고, 한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역사신학(Th.M./Ph.D.cand)을 전공했다. 한국헨리죠지협회, 사람낚는어부선교회, 21세기 문화포럼 등에서 기독교문화사역을 했으며, 기윤실에서는 문화전략위원으로 활동했다.

미국 베데스다대학에서도 가르친 바 있으며 '빛과소금신보' 주필, 한세대학교 비서실장을 거쳐 현재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성안당' 편집자문위원, 서든크로스 기독예술신학원 교수, 순복음 신학교 교수 등 커뮤니케이션, 문화, 역사, 자기개발 분야의 강의와 연구를 통해 한국교회를 섬기고 있다. 또한 <오마이뉴스>와 <서울포스트> 등 인터넷신문과 기독교 언론에 글과 서평을 쓰는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나는 이길 수밖에 없다>(두란노), <청바지를 입은 예수, 뉴욕에서 만나다>(성안당) 등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를 위한 응원가 - 어머니 머릿속에 지우개가 생겼습니다

나관호 지음, 생명의말씀사(2007)


태그:#치매, #어머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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