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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행사 준비에다 행사 치른다고 시간을 거의 다 소진해요.” “예산도 적다보니 연습할 때는 물 밖에 안줘요.” “규모가 작은 학교는 전교생이 육상선수라네요.”

 

교육청과 학교가 각종 행사를 너무 많이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몇몇 교육청과 학교의 연(월)중 행사수와 예산, 규모 등을 집계해 이같이 지적했다. 교육청의 보여주기, 성과위주 행가가 도가 지나쳐 학교 교육과정 정상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

 

A교육청은 학생․학부모 대상 행사가 2004년 8개였는데 올해는 21개로 늘어나 거의 3배에 육박하고 있다. B교육청도 비슷한데, 별로 규모가 크지 않은 한 학교의 경우 거의 매일 몇 명의 교사가 행사 관련 출장을 가야하고 1년 내내 행사 준비와 행사를 치르는데 시간을 거의 소진하고 있다.

 

농어촌 작은 학교는 더 심각하다. C군의 경우 전 학교에 풍물부 설치를 의무화했고 합주부와 합창부도 사실상 전학교가 하지 않을 수 없도록 했다. 이같은 조치로 40~50명의 전교생인 초등학교는 교사와 학생들이 행사에 진절머리를 낼 정도라고 한다.

 

전교조는 “하기 싫어하는 학생을 붙잡고 아침에는 육상, 점심에는 합주, 오후에는 풍물을 가르쳐야 하는 교사도 새벽부터 퇴근시까지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이 종종거려야 하지만, 몇 명되지 않은 학교에서 모든 분야에 참여해야 하는 학생들은 거의 만능(?) 선수로 자라나고 있어 세계 교육사상 유래가 없는 경남교육의 결과와 미래가 주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A교육청 행사, 2004년 8개에서 2007년 21개로 늘어

 

제법 규모가 큰 도시지역인 A교육청의 올해 주요 행사를 보면, 육상선수선발전, 과학주간행사, 과학실험대회, 자연탐구대회, 꿈나무 합창대회, 학습지도 연구대회, 독서토론대회(예선), 건강줄넘기대회, 여름영어캠프, 합주대회, 학부모 줄다리기, 교육장배 종합체육대회, 교육장배 학부모 줄다리기대회, 초등 풍물경연대회, 교육장배 어머니배구대회, 독서한마당, 영어쓰기대회, 교육성과보고회, 동아리 축구대회, 겨울영어캠프 등이다.

 

A교육청 해당된 지역 학교의 교내 행사도 많다. 소체육대회, 운동회, 학예회, 영어말하기대회, 글짓기대회, 사생대회(3회), 진단평가, 중간고사, 기말고사, 야영수련활동, 어린이날행사, 현장학습(2회), 졸업식, 학교평가, 장학협의회, 정기감사, 시범학교(참관 출장) 등.

 

A교육청은 2004년 주요행사가 8개였는데, 2005년 10개, 2006년 15개, 2007년 21개로 늘어났다. 3년 사이 교육감배합창대회와 독서토론대회, 줄다리기대회, 풍물경연대회, 동아리축구대회 등이 추가되었다.

 

농촌 군지역인 B교육청도 비슷하다. B교육청 소속 한 농촌초등학교의 올해 4~5월 2개월만 일지를 보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행사를 하고 있다. 경남종합체육대회(예선), 전교어린이회, 금연운동선포식, 현장학습, 금연글짓기공모, 자연체험학습참가, 환경정화의날, 범죄예방교육, 양성평등글짓기, 어울림마당, 축구․씨름․육상 선수선발, 효편지쓰기, 합창연습 등 수없이 많다.

 

이 학교의 일지를 분석한 전교조는 “올해 4월 중 행사 참가와 준비일로 이틀만 비어 있을 정도다. 5월은 하루도 비어 있지 않다.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지칠 수밖에 없는 행사의 연속이다. 교사들의 자기 연찬 시간이나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보장되지 않은 행사를 위한 일정뿐”이라고 설명했다.

 

전교생이 45명인 학교에서 교육장배육상대회 전 종목에 35명이 참가했다는 것. 이 학교는 대회 한 달 전부터 훈련을 해야 했고, 학교 예산이 부족해 간식조차 없이 훈련해야 한다면 볼 멘 소리가 나왔다는 것.

 

교사, 학부모와 갈등 겪기도

 

많은 행사로 인해 교사들의 불만도 점점 높아가고 있다. 담당교사는 자기 반의 학생이 아닌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도해야 하기에 연습시간이 자연스레 길어지고 학원문제로 인해 학부모와 갈등을 겪기도 한다.

 

소규모 학교의 경우 각종 행사에 특정 학생이 5~6회 이상 출전하다 보니 개인 학업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 참가 형태가 의무가 아니라도 학교 명예 때문에 교장이 참가를 지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교조는 설명. 초등학교의 경우 연습 때문에 수업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전교조는 “간혹 학부모들의 항의전화가 오지만 관리자들은 대부분 담당교사나 담임에게 알아서 설득시키고 있다”면서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교육청의 일방적인 계획 하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

 

전교조 "사례 모아 학부모와 공동대응"

 

전교조는 “더구나 너무 잦은 행사로 예산이 한학기도 가기전에 바닥이 나 땡볕에 파김치가 되도록 연습을 하는 아이들에게 물밖에 줄 수 없다며 눈물짓는 교사도 있었다”고 설명.

 

전교조는 “학부모들의 불만도 심화되고 있다. 한두 가지 소질을 계발하는 것이야 박수를 칠 일이지만 아이가 학교가기를 싫어한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도시로 이주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제발 행사를 줄였으면 좋겠다는 원성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교조는 “대부분의 학교가 매년 억지로 시범학교를 해야 하는 고역과 각종 잡무가 뒤섞여 정작 가르치는 일은 뒷전이 되고 있어 신규가 대부분인 교사들은 자괴감에 괴롭고, 어서 빨리 도시로 가고 싶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전교조는 “한 지역 학교에서는 교육청의 육상선수 선발대회 전 종목 의무참가 때문에 전교생이 육상 선수가 될 수밖에 없었는데 자세와 기록은 엄두도 못 내지만 대회 도중 돌발 사고라도 날까봐 수업을 빼서 몇 주일 동안 집중 연습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래도 되는지 되묻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구체적인 사례를 모아 분석하고 자료화하여 학부모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공동으로 대책을 강구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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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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