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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동 E마트 앞의 모습
▲ 창조한국당 유세 천호동 E마트 앞의 모습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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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석촌동에 있는 송파 갑 지역 선거사무소에는 두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무소 소장과 회계 담당이다. 이들이 이 곳에서 상근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 생업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일이 있을 때만 출근한다.

송파구에는 약 65만명 가까운 인구가 살고 있다. 그렇게 많은 인구 때문에 송파의 선거구는 갑·을·병 세 개로 나뉜다. 그중에서 송파 갑 지역은 9개의 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선관위에 등록할 수 있는 선거사무원(운동원)도 9명으로 제한된다.

"지금 저희 운동원들은 모두 자원봉사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하기가 좀 어려운 점이 있어요. 선거운동 초기에는 아침저녁으로 지하철역에서 홍보활동을 했는데, 지금은 그게 좀 어려워요."

송파 갑 선거연락사무소 백인철(40) 소장의 말이다. 아무래도 비용 문제 때문이다. 유세차량을 유지하는 데에도 비용이 들어간다.

"송파에는 3개의 선거구가 있잖아요. 그래서 선거구당 1대씩, 총 3대의 유세차량을 보유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1대만 이용해서 3개의 선거구를 모두 다니고 있어요."

"비용 문제 때문에요?"
"그렇죠(웃음). 3개의 선거구에 동일한 유세차량을 이용한다고 선관위에 신고하면 되거든요."

"그 차량을 운전하는 분은 무척 바쁘겠네요? 이 넓은 송파구를 혼자서 다니려면요."
"아무래도 그렇죠. 한 대의 차로 송파구 전체를 커버해야 되니까. 거리 다니면서 홍보도 하고, 현수막이 제대로 걸려있나 확인도 해야 하니까요."

한 대의 유세차로 송파구 전 지역을 홍보

송파 갑 선거연락사무소
▲ 창조한국당 송파 갑 선거연락사무소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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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특히 송파 갑 지역은 꾸준히 한나라당 판세였던 곳이다.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이 이 지역 현직 국회의원이다. 백 소장에게 그동안 현수막이나 벽보가 파손된 적이 있는지 물었다.

"현수막이 망가졌던 적이 두 번 있었어요. 누가 일부러 파손한 건 아닌 거 같구요. 현수막과 각목을 연결하는 부분이 망가졌어요. 제가 직접 가서 복구해 두었죠."

백 소장은 전형적인 386세대다. 80년대 말에 '화염병과 돌을 던질 만큼 던져보았다'고 한다. 창조한국당에 가입하게 된 것은 역시 문국현 후보 때문이었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통해서 문 후보를 알게 되었고, 여의도에서 있었던 창당 발기인 대회에도 참가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지금은 송파 갑 선거사무소장으로 있는 것이다.

석촌동 사무소에서 백 소장을 만난 것은 13일 오후 5시. 오늘은 광진구·강동구·송파구에서 저녁 유세가 있는 날이다. 창조한국당의 조연환 중앙선대위원장이 이 세 지역을 차례대로 방문해서 거리연설을 할 예정이다. 시간에 맞춰 우리도 강동구·송파구로 이동할 생각이다. 저녁 7시에는 지하철 8호선 천호역으로, 그 다음에는 2호선 신천역으로 향한다. 창조한국당 거리유세에 시민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당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또는 자신의 표가 사장될지 이런 것들을 생각해서 투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선 가능성과는 관계없이 자신이 원하는 후보, 자신이 정말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어야 해요. 정동영 후보와의 단일화요? 단일화 이루도록 노력하는 것은 좋죠. 하지만 정서로 안 맞아서 결렬되면 그건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대신에 혹시라도 '단일화가 안 되었기 때문에 선거에서 패했다' 이런 얘기들을 해서는 안 됩니다. 문 후보 측이나 정 후보 측이나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앞으로 나가다 보면 결국에는 서로 만나지 않겠어요?"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백 소장의 휴대폰으로는 계속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 유세가 있는 장소와 시간을 확인하고, 전화로 운동원들을 챙기는 모양이다. 6시가 넘어 사무소를 나왔다. 송파구의 유세차량은 먼저 천호역으로 출발한 상태다. 백 소장과 나는 석촌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천호역으로 향했다. 석촌역에서 천호역까지는 네 정거장. 7시가 조금 못되어 천호역에 도착했다.

천호역 앞에 모인 송파·강동구 운동원들

천호사거리에 주차해둔 송파구 유세차량
▲ 창조한국당 천호사거리에 주차해둔 송파구 유세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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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 E마트 앞에서 연설중인 조연환 중앙선대위원장
▲ 창조한국당 천호 E마트 앞에서 연설중인 조연환 중앙선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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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역이 있는 사거리를 기준으로 강동구와 송파구가 나뉜다. 현대백화점과 E마트가 있기 때문에 이 시간에도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이다. 조연환 중앙선대위원장이 연설할 장소는 천호동 E마트 앞으로 강동구에 속하는 곳이다.

송파구 선거운동원은 강동구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송파구 유세차량은 강동구로 넘어가지 못한다. 때문에 송파구 유세차량은 천호역 출구 앞에서 송파구에 속하는 장소에 세워두었다. E마트에서 대각선으로 바라보이는 곳이다. E마트 앞에는 강동구 유세차량과 조윤환 선대위원장 그리고 여러 명의 운동원들이 모여 있다. 유세차량에서는 문 후보의 로고송이 흘러나오고 있다.

"나를 갖고 장난쳤나요~ 정치가 그런 건가요~"

운동원들 일부는 피켓을 들고 있고 또 일부는 로고송에 맞춰서 두 팔을 흔들고 있다. 운동원 중 한명은 문 후보의 기호 '6'을 쓴 커다란 귀마개를 하고 있다.

"사랑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강동구민 여러분!"

7시가 되자 조 위원장이 유세차량에 올라서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조 위원장이 연설을 시작하자 지나다니는 시민 몇명이 멈춰 서 연설을 듣는다. 하지만 대부분은 걸음을 걷기에 바쁘다. 가뜩이나 추운 날씨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 유세장에 문국현 후보와 30년 동안 알고 지낸다는 이용청(64) 사장이 나왔다. 이 사장은 71년에 유한킴벌리에 입사했고 그 때부터 30년 동안 문 후보와 함께 일해온 사이다. 이 사장은 지금 창조한국당 강동구 선거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 후보야 뭐 반듯한 사람이지. 그 사람은 부정부패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야. 유한킴벌리 시절부터 일 잘하고 예의 바르고, 아주 깨끗한 사람이야."

이용청 사장은 글자 그대로 입에 침이 마르도록 문 후보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우리나라가 발전하려면 문 후보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20분 가량이 지나자 조 위원장이 연설을 끝냈다. 조 위원장은 다음 유세장소인 신천역으로 떠났고, 자리에 남은 운동원들은 로고송에 맞춰서 다시 율동을 시작했다.

천호역 유세를 끝내고 신천역으로 모두 이동

신천역 사거리에서 연설중인 조연환 중앙선대위원장. 그 옆이 박철훈 송파 을 선거연락사무소장
▲ 창조한국당 신천역 사거리에서 연설중인 조연환 중앙선대위원장. 그 옆이 박철훈 송파 을 선거연락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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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이 끝나고. 준비해온 보온병에서 커피를 담아 마시고 있다.
▲ 창조한국당 연설이 끝나고. 준비해온 보온병에서 커피를 담아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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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소장과 나도 이동했다. 우리는 다시 지하철을 타고 신천역으로 향했다. 잠실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신천역에 도착한 시간은 7시 50분. 신천역 사거리 한쪽에 송파구 유세차량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조 위원장도 도착해 있었다. 신천 먹자골목을 나오면 바로 보이는 장소다. 이곳에는 역시 상대적으로 젊은이들이 많다. 술을 한잔 마시러 온 사람들, 또는 술을 한잔 마신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조 위원장은 다시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시작했고 운동원들은 양옆으로 조용히 줄지어 서 있다. 신천역 사거리에 울려 퍼지는 커다란 목소리. 손님을 내려주는 택시 운전사는 조 위원장의 모습을 흘낏 바라본다. 거리 맞은 편에서 누군가가 '문국현 화이팅!'이라고 큰소리로 외치고 지나간다. 그 소리를 들은 박철훈(49) 송파 을 선거사무소장이 그 쪽을 향해서 크게 팔을 휘젓는다.

이곳에서도 조 위원장은 20분이 넘게 연설을 했다. 연설이 끝난 시간은 8시 30분. 연설이 끝나자 운동원들은 준비해온 보온병에 담은 커피를 종이컵에 담아서 한 잔씩 마셨다. 그리고 운동원들은 다시 로고송에 맞춰서 율동을 시작한다.

10분가량 지난 다음에 일행은 다시 이동했다. 마지막 목적지는 신천 새마을시장 안쪽에 있는 성당. 이 성당은 이 지역에서 꽤 명물이다. 신천 먹자골목에 있는 술집과 맛집의 위치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은 이 성당을 기준으로 설명한다. 또는 신천에서 누군가와 만날 약속장소를 정할때 '성당 앞'으로 정하는 경우도 많다. 평일이건 휴일이건 항상 이 시간에는 수많은 젊은이가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말해서 홍보 효과 만점인 장소다.

운동원들은 걷고 그 뒤를 유세차량이 따른다. 성당 앞 작은 사거리에 도착하자 시간은 8시 50분. 이 유세차량을 적당한 장소에 세워야 하는데, 어디에 세우는 것이 좋을까?

"거기 차 세우면 안 돼요!"

유세차량을 보더니 누군가가 다가오며 말했다. 근처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 젊은 직원이다. 운동원 한 명이 나섰다.

"잠깐 한 10분만 유세하려고 그래요. 주차하는 게 아니라 잠깐 세워두는 거에요."
"그래도 안 돼요."


"조금만 세워두었다가 갈게요. 문국현 후보 안 좋아해요?"
"문국현 좋아하긴 하는데, 그래도 그게 아니라…."


결국 운동원의 말이 먹혀들어갔다. 편의점 앞에 차를 세우고, 다시 로고송을 틀고 운동원들은 율동을 시작했다.

"문국현이다! 나 문국현 좋아하는데…."

지나다니는 젊은이들이 한명씩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이 많은 거리라서 그런지 역시 다른 것 같다. 운동원들은 모두 돈 한 푼 못 받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누구는 어깨띠를 둘렀고 누구는 문 후보 홍보 의상을 입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성당 앞 사거리에서 이들은 음악에 맞춰 열심히 몸을 움직이고 있다.

천호역에서 시작해 신천 성당 앞에서 끝난 거리유세

신천역 사거리에서 율동중인 운동원들
▲ 창조한국당 신천역 사거리에서 율동중인 운동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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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 성당앞 사거리에서 유세중인 운동원들
▲ 창조한국당 신천 성당앞 사거리에서 유세중인 운동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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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선거운동은 밤 10시에 마쳐야 한다. 이미 9시가 넘어섰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운동원들은 더욱 열심인지 모른다. 아니 이들은 단지 열심인 것이 아니다. 이들 스스로 이 유세를 즐기고 있는 것만 같다.

선거는 축제라고 하던가. 이 말이 맞다면 이 운동원들은 그 축제 한가운데에 뛰어들어와 있는 셈이다. 축제가 끝난 후에 어떤 기분일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지금 이 축제를 즐겨야 하지 않을까.

10분만 유세하고 가겠다더니, 결국 유세는 9시 30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운동원들은 모두 모여서 한곳에 손을 모았다. 축구선수들이 경기 전에 '화이팅'을 외치는 것처럼, 이들도 손을 모아서 '문국현 화이팅'을 외치고 자리를 정리했다.

"40세가 되기 전에 제 삶의 지표를 얻은 것만 같아요."

운동원 중의 한 명인 유재동(39)씨의 말이다.

"전부 다 정치꾼들이에요. 진정한 정치인은 문국현 후보 한 명 뿐이에요!"

또 다른 운동원의 말이다. 이들이 거리 한복판의 유세를 즐길 수 있는 힘도 아마 거기에서 나올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거리에서 힘차게 외칠 수 있는 힘, 추운 날씨에도 활짝 웃는 얼굴로 신나게 율동을 하게 만드는 힘. 그것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확신에서 나오는 힘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2007 대선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태그:#2007 대선, #창조한국당, #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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